“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어느 은행에 누구 명의로 돼 있는지 검찰에 출석해 모두 까겠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에 관한 발언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경찰 내부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원인이 차명계좌 때문이라는 내용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그해 8월 노 전 대통령의 유족과 노무현재단으로부터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한 차례의 서면조사만을 받았던 조 전 청장은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오는 9일 출석하라는 소환통보를 받은 상태다. 검찰은 조 전 청장의 경찰청장 재임 중에는 그의 신분을 고려해 소환조사를 미뤄 왔으나 그가 경기도 수원에서 일어난 20대 여성 납치 살해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자 소환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오
노무현재단 측은 조 전 청장의 발언 내용이 알려진 4일 성명을 내 조 전 청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무현재단은 “조현오, 검찰 조사나 똑바로 받아라”라고 시작하는 성명에서 조 전 청장이 “언론플레이로 패륜적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검찰을 향해서도 “엄중한 수사를 통해 죄값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조 전 청장은 여러 차례 ‘구설수’를 겪었다.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을 했던 내부 강연 자리에서 천안함 사건 유족들에 대해서도 “짐승처럼 울부짖는다”는 표현을 쓰며 막말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2010년 8월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도 2009년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쌍용차 노조에 대한 강제진압을 지휘한 것에 “특히 많은 보람을 느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조 전 청장의 성격은 민간인 사찰 문건과 함께 드러난 경찰 내부 동향보고 문건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났다. 조 전 청장이 외사담당관과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에는 “엘리트 의식이 강해 직원들을 무시하는 언동을 하여 주변사람들이 기피하는 경향”이라는 표현이나 “주관이 뚜렷하고 고집이 세며 부하직원들을 잘 믿지 않음” 같은 표현이 나와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 구성원들의 조 전 청장에 대한 감정은 양면적이었다. 수사권 독립을 내세운 데 대해선 호응이 높았지만 내부의 비판여론을 무시하고 파면·해임 조치를 많이 낸 것에는 반발이 컸다”고 말했다.
한편 디도스 특별검사팀은 디도스 수사와 관련해 조 전 청장을 출국금지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선관위 디도스 공격사건 조사 과정에서 조 전 청장이 개입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보여 조 전 청장은 새롭게 제기된 의혹도 벗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조 전 청장은 퇴임 전 만찬 자리에서 퇴임 이후 국회의원 재·보선을 노린다는 소문에 대해 “현재 생각은 없지만 나를 필요로 한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정치에 관심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바 있어 향후 수사와 조 전 청장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