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자 신문을 펼쳐든 독자들 중 통계청발 기사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통계청은 하루 전 ‘2010~2035년 장래가구 추계’를 발표했는데, 신문은 이 소식을 단신으로 처리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의 핵심은 한국의 1인가구 비율이 2012년에 25%를 넘어서고, 이 비율이 2035년이면 34.3%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올해 우리나라 1인가구는 네 가구 중 한 가구로 늘고 2035년이면 세 가구 중 한 가구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대다수 언론은 이 문제를 가족해체나 고령화 문제로 다뤘다. 맞는 얘기지만, 1인가구 증가 현상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정치적 함의를 찾을 수 있다. 바로 투표율의 문제다.
서울 지역을 예로 들어보자. 서울은 1인가구 수가 2010년 기준으로 약 350만 가구로 경기도(약 383만 가구) 다음으로 많은 지역이다. 지난 4월 19대 총선에서 서울 지역 동네 중 가장 투표율이 높았던 곳과 가장 낮았던 곳은 어디일까. 송파구 잠실7동(67.5%)과 강남구 역삼1동(38.2%)이다. 얼핏 보면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두 동네 모두 강남3구(서초·송파·강남)에 있는 동네들이어서 투표율에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다. 선거구별로 봐도 비슷하다. 잠실7동이 속해 있는 송파을 선거구의 투표율은 서울 지역 48개 선거구 중 상위 14번째였지만, 역삼1동이 속해 있는 강남갑 선거구 투표율은 전체에서 가장 낮았다.
![[표지이야기]1인 가구는 투표율이 낮다?](https://img.khan.co.kr/newsmaker/975/20120515_975_A16b.jpg)
잠실7동과 역삼1동의 투표율이 상극을 이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동네는 1인가구의 수가 다르다. 어느 정도나 차이가 날까. 2012년 총선 투표율은 선관위 개표현황 자료를 통해 동 단위까지 확보할 수 있지만 동별 1인가구의 수는 그렇지 않다. 1인가구 통계를 알려면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를 봐야 하는데, 2010년 조사결과가 있긴 하지만 통계청은 동별 현황을 제공하진 않는다. 이 때문에 동별 1인가구 수를 알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손낙구·후마니타스)에서 저자가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공공기관에 요청해 확보한 자료다. 책에 따르면 2005년 현재 잠실7동의 1인가구는 7가구다. 반면 역삼1동의 1인가구는 55가구다. 역삼1동은 강남구 26개 동네 중 1인가구가 가장 많은데, 잠실7동과 비교하면 8배에 가깝다.
19대총선 서울 최저투표율은 역삼1동
이전의 선거들에서는 어땠을까. 2002년 지방선거 당시 역삼1동 투표율은 33%로 아래에서 두 번째였다. 당시에는 논현1동의 투표율이 강남구에서 가장 낮았다. 2004년 총선에서도 역삼1동 투표율은 아래에서 두 번째였다. 이 때도 강남구에서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곳은 논현1동이었다. 그렇다면 논현1동의 투표율은 왜 이리 낮을까. 이 또한 1인가구 수와 관련이 있다. 논현1동은 2005년 기준으로 1인가구(48가구)가 역삼1동 다음으로 많았다. 강남구 1인가구 수에서 수위를 다투는 논현1동과 역삼1동이 2002년 이후 선거에서 강남구 최저투표율 경쟁에서도 엎치락뒤치락하는 형국인 것이다. 송파구에서 1인가구가 잠실7동(7)과 비슷한 곳은 문정2동(7)과 오륜동(4)인데, 두 곳 모두 지난 4월 총선에서 투표율이 서울시 424개 동네 중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4월 총선 투표율이 서울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높은 강남구 일원본동(9)과 양천구 신정6동(6)도 1인가구가 가장 낮은 편에 속했다.
서울 지역 몇 개 동네를 대상으로 2012년 총선 투표율과 2005년 1인가구 수를 비교하면 이처럼 투표율과 1인가구 수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다른 동네로 범위를 확장해도 비슷하다. “(2002년 지방선거와 2004년) 두 차례 선거에서 투표를 평균 이상으로 많이 한 동네 가구 중 1인가구는 16~17%인 반면, 투표를 평균 미만으로 적게 한 동네에서는 24%에 달했다. 투표를 많이 한 동네에서 나 홀로 사는 사람이 훨씬 적은 것이다.”(<대한민국정치사회지도>)
1인가구 많으면 투표율 평균보다 저조
1인가구가 많은 곳은 왜 투표율이 낮을까.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조사는 없다. 다만 다른 요인과의 상관성을 우회적으로 유추할 수는 있다. 먼저 주택환경이다. 1인가구는 자기 집을 소유한 사람은 적고 세 들어 사는 사람이 많다.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자기 집을 소유한 가구는 55.6%, 월세로 사는 가구는 19%였는데, 1인가구의 경우 자기 집을 소유한 비율은 전체 가구의 자가소유 비율보다 24.5%포인트 더 낮고 반대로 월세로 사는 가구는 21%포인트 더 높다.
1인가구의 월세 비율이 높은 것은 소득수준과 관련이 있다. 통계청의 2008년 자료를 보면, 서울시 1인가구의 75.6%는 월소득이 200만원 미만인데, 그 중 절반은 월소득이 100만원 미만이다. 1인가구 외 일반 가구와 비교하면 차이가 현격하다. 일반 가구는 월소득 400만원 이상(32.8%)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1인가구의 경우 300만원 이상인 사람은 10% 수준에 불과했다. 낮은 소득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이어지고, 이 같은 사회경제적 열세가 낮은 투표율과 연관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손낙구씨의 분석에 따르면, “(2004년 총선과 2006년 지방선거에서) 집을 가진 사람이 많은 동네는 투표를 더 많이 했고, 무주택자가 많은 동네는 투표를 적게 했다.”

잠실7동은 서울시에서 지난 4월 총선 투표율이 가장 높은 동네였다. 잠실7동은 2005년 기준으로 1인가구 수가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하는데, 1인가구 수와 투표율은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위해 줄지어선 잠실7동 시민들. | 연합뉴스
이 같은 1인가구 비중의 정치적 함의는 단순히 투표율의 등락에 영향을 미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정당 득표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1인가구 비중이 의회의 의석 구성을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다. 1인가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야당에 유리하고, 1인가구가 적은 지역일수록 여당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서울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 2004년 총선과 2006년 지방선거 때 투표한 사람이 많은 동네일수록 당시 한나라당 득표율이 올라가고 투표를 적게 한 동네일수록 당시 민주당(2004년의 경우 열린우리당)의 득표율이 올라가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투표율이 평균 이상인 동네에서 평균 미만인 동네보다 표를 5~6% 더 얻었다. 민주당(열린우리당)은 투표율이 평균 이상인 동네에서는 한나라당 득표율보다 5% 적었다. 한나라당은 투표율이 높은 곳에서 민주당보다 득표율이 높고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곳에서 득표율이 한나라당보다 높으므로, 투표결과는 결국 한나라당에 더 유리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1인가구 비중 정당 득표율에도 영향
2012년 총선에서는 어땠을까. 몇 군데만 살펴보자. 서울 종로에서 홍사덕 새누리당 후보는 평창동에서 정세균 민주통합당 후보를 1850표차로 이겼다. 반대로 정세균 후보는 서민 밀집 지역인 종로1·2·3·4가동, 명륜3가동, 창신1동에서는 홍 후보를 눌렀다. 정 후보가 이긴 3개 동은 종로구에서 1인가구가 가장 많은 상위 3개동이다. 반면 평창동은 종로구에서 1인가구가 두 번째로 적은 동네다.
![[표지이야기]1인 가구는 투표율이 낮다?](https://img.khan.co.kr/newsmaker/975/20120515_975_A19a.jpg)
지난 총선 때 서울 서초을 선거구에서는 강석훈 새누리당 후보와 임지아 민주통합당 후보가 경합해 강 후보가 이겼다. 강 후보는 서초4동에서 3497표 차이로 이겼다. 서초4동은 2005년 기준으로 서초구에서 1인가구가 세 번째로 적은 곳이다. 반대로 2005년 기준으로 서초을 선거구에서 1인가구가 두 번째로 많은 양재2동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양재2동에서는 임 후보가 강 후보를 497표 차이로 앞섰다. 1인가구가 많은 곳에서 야당의 표가 많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1인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할 경우 어느 쪽에 유리하고 어느 쪽에 불리할까. 투표율 및 정당 득표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여럿이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어렵다. 통계나 연구도 부족하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이렇게 말했다. “1인가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경제적 문제 등으로 늦게 결혼하는 젊은층이 많아진다는 뜻인데, 이들이 투표장에 나오면 야권에 유리하고 반대라면 여권에 유리하다. 1인가구 비율이 높은 동네에서 투표율이 낮고 여권이 더 많이 득표했다는 건 정치가 이들의 정치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치가 젊은층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다면 1인가구 증가가 야권에 유리할 수도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