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던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다시 올라 총선 전 수준을 회복했다. 다자간 조사에서 지난 2월 24일에는 22%였던 것이 총선 국면인 3월 31일에는 17.2%로 낮아졌다. 그런데 총선 후 4월 21일에는 23.8%로 오른 것이다(KSOI 정기조사). 총선에서 야당 대선주자들이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반작용으로 총선 직후 안철수 교수가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지지율이 올랐다.
안철수 교수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고, 제1야당은 대선 경선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록 민주통합당 인물은 아니지만 안철수 교수가 없는 경선은 자칫 ‘팥 없는 찐빵’이나 ‘김빠진 콜라’가 될 가능성이 있다.
‘마이웨이’ 힘들어 민주통합당과 연대 불가피
안철수 교수로서는 “어느 정파에도 소속되지 않겠다”고 했지만 민주당과의 연대는 불가피하다. 지지층을 보면 중도·무당파층과 진보층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데, 마지막까지 홀로 있게 되고 야당에서는 주자가 정해지면 친(親)민주당 성향의 진보층은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40%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여당의 유력후보가 있는 상황에서 3자구도로는 승산이 없다. 결국 안철수 교수가 ‘마이웨이(my way)’를 고집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보면 안 교수의 선택지는 4개의 루트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이른바 ‘손학규 모델’이다. 민주당에 들어가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여권 경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에 있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한 바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 탈당파, 손학규 전 대표, 시민사회 출신 등이 새롭게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면서 합류했기 때문에 완전한 개인적 입당은 아니지만 충분한 세력 없이 걸어들어갔다는 점에서 이렇게 이름 붙일 수 있다. 둘째, ‘혁신과통합 모델’이다. 지난 연말 민주통합당은 기존 민주당과 혁신과통합이라는 정치세력이 합쳐진 것이다. 세력 대 세력으로 민주당과 통합을 한 것이다. 안철수 교수가 지지세력을 구축해야만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셋째, ‘박원순 모델’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무소속 박원순 후보처럼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 등 야당들과 범야권 경선을 치르는 것이다. 넷째, ‘정몽준 모델’이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처럼 막판까지 연대를 미루다가 대선 직전에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단일화하는 방식이다. 각 모델 내에서 다소간 곁가지가 있겠지만 이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안철수 교수는 넷째 모델 쪽으로 갈수록 치열한 경쟁 없이 과실을 챙기려 한다는 ‘무임승차론’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아무런 세력 없이 버티는 것은 다른 경쟁주자 및 세력들과의 공격과 방어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흠집이 날 가능성이 많다. 첫째 모델 쪽으로 기울수록 무임승차론의 비판은 덜 받겠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성 정당 내부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특별한 세력 없이 민주당에 입당하는 ‘손학규 모델’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루트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이 채워지면 된다. 바로 민주당 내 안철수 지지그룹 형성이다. 기존 계보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겠고, 원내대표·당대표 선거 중에 또는 이후에 형성되는 세력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민주당 내 기존 대권주자와 친화성이 있는 인물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다고 할 때, 이에 대립각을 세워 출마하는 인물을 중심으로 안철수 교수의 지원군을 자처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서 신뢰가 쌓인다면 안철수 교수 측의 전향적인 결정이 뒤따를 수도 있을 것이다.
윤희웅<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