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지방선거 이후 세대구도를 빼놓고 선거를 말하기는 어렵게 됐다. 2002년 대선부터 표면화된 세대투표 현상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확연하게 드러난 데다, 그 경향성이 이듬해 4·27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잇달아 재현됐기 때문이다.
세대투표는 20~30대와 40대가 세대동맹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강한 결속력을 발휘해 선거에서 진보개혁 진영을 지지하는 현상이다. 지역구도가 호남의 진보 블록과 영남의 보수 블록이 경합하는 양상이라면, 세대투표에서는 20~40대 진보 블록과 50~60대 보수 블록이 경합한다. 인구 분포상으로 20~40대는 전체 유권자의 3분의 2를 차지하므로 이들의 표를 결집해낼 수 있다면 야권은 선거에서 안정적인 승리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야권은 2010년 지방선거부터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르기까지 2040의 지지를 바탕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세대투표 이면은 연령 아닌 계급적 차이
야권은 앞으로도 2040세대론에 기대어 선거를 치러도 되는 걸까. 지난 4월 총선에서 야권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대투표의 한계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세대투표의 힘을 과장하지 말고 세대투표 현상을 불러온 사회·경제적 요인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2040세대라는 말은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총선에서 20대, 30대, 40대는 다르게 움직였다. 투표율이 다르게 나타났다. 통으로 묶을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총선에서 20대, 30대, 40대는 모두 새누리당보다 민주당을 더 많이 지지했다. 새누리당 지지율이 더 높았던 50대 이상과 대비된다. 40대 이하 세대와 50대 이상 세대가 정당 지지에서 서로 엇갈리는 세대투표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투표율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움직임이 드러난다. 20대 투표율(45%)은 투표율이 낮았던 2008년 총선은 물론, 2010년 지방선거에 비해서도 올랐다. 30대와 40대도 2008년 총선과 비교하면 투표율이 올랐다. 그러나 2010년 지방선거에 비해서는 떨어졌다. 30대 투표율은 4.4%포인트, 40대 투표율은 4.7%포인트 떨어졌다. 20대와 30~40대의 투표 연동성이 약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세대투표라는 현상보다는 그 이면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40이 50대 이상과 다른 투표 성향을 보이는 것은 단순히 생물학적 연령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계급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데, 야권은 이를 단순한 세대간 문화의 차이로 치환했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야권이 청년비례대표 경선에서 ‘슈퍼스타K’ 오디션 방식을 사용한 것은 세대 문제에 대한 표피적 접근의 대표적 사례다. 야권이 2040의 지지를 결집해내지 못하고 결국 선거에서 진 것도 이처럼 안이한 인식에서 비롯한다. “30대와 40대 투표율이 2010년 지방선거보다 낮게 나왔다. 이게 보여주는 게 많다. 투표율은 유권자가 선거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때 올라간다. 그런데 야권은 이들의 사회·경제적 문제에 주목하지 않았다. 선거에서 사회·경제적 이슈가 사라졌다.” 2040이 몇 차례 투표에서 야당을 지지한 것은 한국 사회의 사회·경제적 변화로 타격을 입은 이들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욕구가 야권에 대한 기대감으로 표출된 것이므로, 이벤트식 정치를 통해서는 2040세대의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는 얘기다.
세대투표에 대한 강조가 오히려 50대 이상의 진보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2040세대에 주목했던 건 이들이 경제적 양극화의 피해를 입고 있고, 소통의 양식이 다른 데다 탈냉전 세대라는 점에서였다. 그런데 자살률 등의 지표로 볼 때 사회·경제적 불안은 50대 이상에서도 만만치 않게 표출된다. 다만 냉전의 기억이 이 같은 사회·경제적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 2040은 진보적이고 50대 이상은 보수적이라고 단정해버린다면, 그것은 유권자에 대한 올바른 태도도 아니고 기성세대의 진보적 에너지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최병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의 말이다.
세대-계급 균열 중첩하지 않는다
세대투표 담론은 세대가 생물학적 연령의 차이가 아니라 계급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전제 위에서 성립한다. 사회·경제적 차이에 기반한 계급은 투표 성향의 차이를 낳는 사회적 균열축으로 작용하므로, 세대가 계급적 성격을 띠고 있다면 과거의 지역과 마찬가지로 선거에서 지속성 있는 고정변수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논리다. 세대투표 담론의 중심에는 이런 맥락에서 2040세대, 그 중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사회·경제적으로 주변부화된 2030세대는 단순히 비슷한 연령대 유권자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그 자체로 계급이라는 인식이 배경에 깔려 있었다.
세대는 계급일까.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레토릭 차원에서 그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세대 균열과 계급 균열이 중첩돼 있다고 보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같은 20대라고 하더라도 계급적 편차가 크다. 한 세대 안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2040세대를 통째로 진보세대라고 보는 건 그러한 세대 내 계급 차이를 보지 못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그는 수도권에서 야권이 이겼다는 것도 일종의 착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얻은 정당 지지율이 만만치 않다. 2010년 이후 2040세대가 수도권에서 야권에 집중적으로 표를 준 것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이 세대의 부동층 표가 이탈했다고 봐야 한다. 야당이 오판을 해서는 안 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