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로 지지 정당이 갈리는 세대투표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2002년 대선 이후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20~30대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반대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우세했다. 40대에서는 대등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는 이런 현상이 약화됐다. 특히 2007년 대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전 연령대에서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
20대 투표율, 모든 세대 최고 상승률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지난해 4월과 10월 두 차례 재·보궐선거에서 세대균열 양상은 다시 나타났다. 잇따라 2040세대의 야권 지지가 확인되자 야권은 세대투표 현상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경향성을 지닌 것으로 판단했다. 야권은 이번 19대 총선에서도 2030을 핵으로 하고 40대가 2030에 결합하는 2040세대동맹이 야권 승리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전문가들의 판단도 대동소이했다. 한나라당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명시하는 등 대대적 쇄신작업을 벌인 것은 이런 상황에서 빚어진 절체절명의 위기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새누리당의 화려한 부활과 야권의 참패로 나타났다. 야권 참패와 2030의 선택 사이에는 어떤 상관성이 있을까.
최근 몇 차례 선거를 보면 2030 투표율이 상승하면 야권에 유리하고 반대일 경우 불리해지는 경향성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에서 2030의 투표율이 낮았던 것일까. 투표율은 유지됐지만 보수적인 투표경향을 드러낸 것일까. 아니면 또다른 변수가 숨어 있는 것일까.
세대투표 양상은 이번에도 나타났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40은 민주통합당을 더 많이 지지했다.
투표율은 어땠을까. 19대 총선 투표율은 54.3%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던 18대 총선(46.1%)에 비해 8.2%포인트 상승했다. 2030 투표율은 어떨까. 2030 투표율은 지난 총선과 비교해 모든 세대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20대 투표율은 16.9%포인트나 상승해 전 세대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거치며 약화됐던 세대투표 양상이 다시 나타난 2010년 6·2 지방선거와 이번 총선 투표율을 비교하면 어떨까.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2008년 총선은 투표율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2010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2010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이번 총선 20대 투표율은 3.9%포인트 올랐다. 30대 투표율은 4.4%포인트 감소했다. 40대 투표율도 4.7%포인트 감소했다. 50대와 60대 이상 투표율은 각기 소폭 상승했다(50대 0.5%포인트, 60대 이상 0.4%포인트). 야권이 지지층으로 분류한 2040세대에서 20대 투표율만 상승한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의 경우 20~30대 투표율이 2006년 지방선거보다 상승하고 50대와 60대 이상 투표율은 감소했는데,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였다.
이번 총선의 경우 50대와 60대 이상 투표율은 상승한 반면, 2030의 경우 30대 투표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윤희웅 실장은 “2010년 지방선거와 비교해 30~40대의 투표율이 낮아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이번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추론이다.
야권성향 2030 세대투표 효과는 서울에서만 뚜렷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20대 투표율은 64.1%로 전국 평균 45.0%보다 19.1%포인트 더 높았다. 30대 투표율(44.1%)도 전국 평균(41.8%)보다 높았다. 20대와 30대 투표율이 모두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난 지역은 서울이 유일하다. 반면 서울의 40대 투표율(46.8%)은 전국 평균(50.3%)보다 낮았다. <진보세대가 지배한다>의 저자 유창오 새시대전략연구소 소장은 “이번 총선에서는 세대구도와 지역구도가 대립해 지역구도가 이겼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세대구도가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야권이 감성에만 호소했다”
20~30대는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서울지역 유권자 김모씨(39)는 “야권이 감성에만 호소했다. MB가 나쁘니까 우리가 정치하면 달라진다는 말 이외에 아무런 대안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부산에 사는 양화니씨(29)는 “씁쓸하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좋은 편이었는데 전국 투표율이 54%대라고 해서 놀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이 방송보다 약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언론을 장악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부산에서 조금씩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어른들의 힘이 강하구나라는 것도 느꼈다.” 부산의 엄창환씨(28)는 “인터넷과 SNS의 한계를 본 것 같다”며 “SNS나 인터넷 여론은 서울 중심이어서 지역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20대 무소속으로 출마해 시의원에 당선한 김수민 구미시의원(29)은 “반MB 정서는 TK(대구·경북)의 핵심 지역인 구미에서도 상당히 강했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당명이나 선거전략에서 MB를 지우는 전략을 썼다. 반MB를 부각할수록 오히려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호감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도 SNS의 한계를 지적했다. 선거를 치러본 경험에서 나오는 지적이다. “끼리끼리 모이고 자족하는 걸로는 한계가 있다. 지역언론의 활동이 미약한 지방에서는 SNS보다는 손과 발의 파괴력이 훨씬 크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