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참사 1년, 일본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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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일본 동북부를 휩쓴 쓰나미와 이로 인한 원전 폭발은 전에 없던 재앙이었다.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나도록 일본은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자 김대홍은 KBS 도쿄 주재 특파원으로서 그때의 대재앙을 지켜볼 수 있었다. 뉴스로 미처 전달하지 못한 생생한 현장 이야기와 그 후 일본 사회가 겪고 있는 변화가 책에 담겨 있다.

책 전반부는 지진이 일어나던 날에 저자가 겪은 상황을 그리고 있다. 쓰나미 경보가 내려진 후 대피 독려 방송을 하다가 숨진 젊은 여직원 엔도 미키씨, 순식간에 목숨을 잃어버린 소방대원들에 관한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일본의 눈물><br>김대홍 지음·올림·1만4000원

<일본의 눈물>
김대홍 지음·올림·1만4000원

저자도 지적하듯이 쓰나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오염이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을 솔직하게 인정하기보다는 사회적 안정을 되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다 보니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만 가고 있다. “일본인들이 재앙 앞에서도 질서를 지키고 슬픔을 안으로 새긴다”는 이야기도 옛말이라고 저자는 전한다, 일본인들은 이제 일상적인 먹거리가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았을까 걱정하게 됐다. 심지어 수돗물도 방사능에 오염되었을 것이라는 걱정을 하게 되었으니 상황이 심각하다.

일본 정부와 원자력 과학자들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 ‘생각지 못했던 일’(‘소키가이·想定外’)이라고 하지만 저자가 만난 많은 과학자들은 후쿠시마 사고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수 차례 경고했기 때문에 후쿠시마 사고는 ‘과학적으로 예측가능한 일’(‘소테나이·想定內’)이라고 말한다고 전한다. 익명을 조건으로 취재에 응한 과학자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정부의 발표에 의문이 많다고 말했다. 쓰나미 이전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고 저자는 전한다.

후쿠시마 원전이 연쇄폭발하게 된 원인은 쓰나미로 인해 비상발전기가 고장이 나서 냉각기능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처음부터 바닷물을 주입했더라면 온도를 낮추었을 것이고, 그러면 수소 발생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원자로에 바닷물을 주입하면 원자로가 못쓰게 되는 것을 알고 있던 전력회사 경영진이 바닷물 주입을 망설이는 바람에 상황을 키웠다. 후쿠시마 1호 원전에는 냉각수 수위 측정기가 고장이 나 있어서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잘 몰랐을 것이라는 말마저 있다.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가 정보를 숨겨서 이 같은 대형 원전사고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와 원전 사업자에겐 이런 일이 없을까 하고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의 왜곡된 원자력정책이 초래한 바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고 저자는 전한다. 원전업계의 연구비를 받는 교수, 발전회사의 후원금에 의존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기약도 없는 폐연료 재처리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전역에 있는 54개 원전 가운데 52기가 점검 등의 이유로 멈춰서 있고, 2012년 5월부터는 나머지 2개도 중단할 예정이어서 그 후로 일본 국민들은 원전 없이 생활을 해야 한다. 원전에 의존해온 일본의 원자력정책과 일본인의 삶에 어떤 변화가 올지에 대해선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우리나라는 일본 못지않게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에 특히 그러하다.

쓰나미와 원전 폭발은 일본 정치에도 지진을 일으켰다. 집권 민주당 정권은 취약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반면 이시하라 도쿄 도지사,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같은 대중선동형 우익 정치인들의 입지가 좋아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후지산이 곧 폭발할 것이라는 등 자연재앙에 대한 공포감도 커가고 있다. 3·11 대지진으로 일본 열도가 뒤틀려버려서 이해하기 어려운 자연현상이 일본 열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과연 “일본에 미래가 있을 것인가” 하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다. 천재와 인재를 동시에 겪은 일본의 경험으로부터 우리도 교훈으로 삼을 것이 많음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이상돈<중앙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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