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지역 총선은 ‘미니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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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PK 지역이 이렇게 주목을 받는가. 이 지역 총선 결과가 미니 대선이기 때문이다. PK 선거 결과가 현 대선주자 구도를 재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무대 위로 올라와 있는 대선주자들의 생존과 완주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선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듯 서울에서는 박 위원장의 선거 영향력이 선거의 여왕 타이틀이 무색해질 정도로 무뎌진 것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영남에서는 여전히 그 위상을 의심하지 못한다. 지난 총선에서 친박연대와 친박 성향의 무소속 연대는 현 정권 출범 초기 한나라당의 기세마저 꺾어버리지 않았는가. 또 지난 10·26 재보궐 선거 중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도 박근혜 위원장의 해당 지역 방문은 더 이상 선거결과 예측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2월 24일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 동래우체국을 찾아 황성화 집배원과 악수하고 있다. 황 집배원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봉사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 연합뉴스

2월 24일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 동래우체국을 찾아 황성화 집배원과 악수하고 있다. 황 집배원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봉사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 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의석을 상당부분 잃고 쪼그라든다 하더라도 박 위원장에게 별 타격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PK 지역에서 두자릿 수로 야당이 당선자를 배출한다면 TK와 함께 박 비대위원장의 강력한 지역적 지지기반인 PK에서 박 위원장의 위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판단해 여권 내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흐름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마땅한 대안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나 여권 내 현재 형성되어 있는 강고한 입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문재인 이사장은 아직 정치적 대중을 직접 당사자로 대면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풍부한 청와대의 국정참여 경력에도 불구하고 대중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직접 선수로 나서면서 성과를 낸다면 일거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균형을 갖춘 대권주자의 반열에 확실하게 오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두관 지사와 문재인 이사장의 경쟁도 시작
PK 지역 선거는 박근혜 위원장과 문재인 이사장의 양자대결로만 끝나지 않는다. 김두관 경남지사도 참여한다. 부산에선 2~3석에 그치고, 경남에서 이보다 더 많은 의석을 야당이 가져간다면 이것을 누구의 선거기여도로 보아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민주통합당에 입당함으로써 대권도전 가능성을 높인 김두관 지사와 문재인 이사장의 경쟁도 시작된 것이다. 모두 PK를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고, 친노(親盧)라는 특성으로 1차 지지층이 겹칠 수밖에 없다. 문 이사장의 지지율도 더 오르고, 김두관 지사의 지지율도 오르는 일이 초기엔 있을 수 있지만 일정 단계에서부터는 두 명이 서로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대권주자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의회 내 이른바 전위부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측근 의원들이 최소 10명 정도는 필요한데 현재 김 지사에게는 의회 내 세력이 없다. 이번에 이른바 김두관 키즈들이 상당부분 출정하고 있는데 이들의 의회 진출 규모도 김 지사의 대권행보 강약 조절에 영향을 줄 것이다.

총선이 끝나면 여야간 승패의 기준이 무엇인지, 여당은 선방한 것인지, 야당은 선전한 것인지 기준이 제각각일 것이다. 여러 기준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단지 의석수를 기준으로 놓고 보는 것이라면 미흡한 기준이 될 것이다. 추가적인 기준으로 PK 지역 선거 결과도 꼭 포함시켜야 한다. 다수당이 되더라도 이 지역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혹은 상대가 성과를 내지 못하도록 하지 않으면 이겨도 이긴 게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미리보는 대선, 총선 속 미니대선은 이미 시작되었다. 문 이사장은 집권세력 평가라는 선거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박 비대위원장의 정수장학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면서 여권 유력주자의 대항마 이미지 형성 프로젝트에 들어간 듯하다.

윤희웅<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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