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콜라는 1975년 미국에서 사람들을 모아 맛있는 콜라를 고르게 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각각 컵에 담아 실험 참가자들에게 한 모금씩 마시게 했다. 물론 상표를 붙이지 않았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것이다. 열의 여덟아홉은 펩시를 골랐다. 후에 한 학자는 두 컵 모두에 코카콜라를 따라놓고 한 쪽에만 ‘코카콜라’ 라벨을 붙여 더 맛있는 쪽을 택하게 했다. 대부분 라벨이 붙은 컵을 선택했다. 전형적인 브랜드 효과를 보여주는 예다. 후광효과(後光效果·halo effect)로 불러도 무방하다.
선거에서도 이런 마케팅 기법이 적용된다. 일차적으로는 소속 정당이겠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후보의 대표경력이다. 유권자들이 신뢰와 호응을 보낼 만한 경력을 후보 이름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현실에 바쁜 유권자들은 통상 해당 후보의 경력을 보고 지지 여부를 선택한다. 그래서 여론조사를 통해 지지율을 파악할 때 보면 어떤 경력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나기도 한다.
제한된 선거 기간 내 최대한 알려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후보들은 막막하다. 후보자들은 대개 2만~3만명 정도까지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명함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전체 선거 기간을 말하는 것이고 선거를 2개월이나 앞둔 현 예비후보 단계에서는 1만명을 넘기기 어렵다.
그런데 대표경력을 잘 사용하면 해당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지 않고 유권자들을 많이 만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지율을 쉽게 높일 수 있다. 정보 습득에 한계가 있고 후보들과 만날 기회가 별로 없는 유권자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소속 정당 외에 대표경력을 통해 응답자들은 그 후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해당 지역 유권자들에게 솔깃한 경력이 있으면 단번에 지지율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환영받지 못하는 국회·정당 경력
국회나 정당 경력은 최근에 환영받지 못한다. 정치권·정당에 대한 불신 때문에 부정적 효과까지 나타난다. 지지율 상승에 유리한 것은 대중적 인기가 있는 인물과 함께 한 경력이다. 2000년 실시된 16대 총선에서 원주에 출마했던 당시 60세의 이창복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을 내세웠다. 경력은 아니었지만 슬로건으로 ‘대통령의 30년 친구, 이창복’을 내세웠다. 고령의 정치 신인이었지만 초반 회의론을 극복하고 현역의원을 누르며 당선된 바 있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이명박 후보 선대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 경력은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번 19대 총선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단연 인기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경력이나 노무현재단 경력은 다른 경력을 사용할 때에 비해 후보들의 지지율을 5%포인트 이상 상승시킨다. 수도권에서는 박원순 시장 효과가 상당하다. 현 정권 심판론은 ‘노무현’이, 새로운 정치변화는 ‘박원순’이 보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A지역의 ㄱ후보는 정당 지역위원장 경력을 사용할 때는 지지율이 10%였지만 비슷한 시기에 경력을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경력으로 바꾸니 16%까지 나오기도 했다.
마케팅 연구자들은 서구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브랜드 의존 마케팅 또는 후광 마케팅의 위력이 센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제품 외에도 기업 이미지 광고에 상당한 비중을 둔다. 사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의 무차별 영역 확장이 쉽게 성공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후광효과, 브랜드 효과를 다소 부정적으로 부르자면 현혹효과라고 할 수 있다. 후보자 앞에 붙는 ‘상표’의 매력이 실제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 판단을 가리게 되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선거전략 차원에서 경력을 잘 사용하더라도 원님 덕에 나팔 부는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도 바쁘더라도 후보들의 ‘상표’ 뿐만 아니라 도덕성, 삶의 궤적, 정책, 비전, 역량 등을 꼼꼼하게 살펴 지지후보를 선택하면 좋겠다.
윤희웅<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