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9세. 트위터 이용자들의 평균연령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2011년 12월 조사 결과다. 장 교수는 “트위터 사용층은 10대부터 50대 초반까지 분포되어 있는데 52세 이상은 그 수가 아주 적다”고 말했다. 트위터 이용자들의 평균연령인 27.99세는 세대투표의 핵심세력으로 부상한 2030세대와 정확히 겹친다.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투표한 시민들이 투표소를 배경으로 촬영한 ‘인증샷’을 모았다. 시민들은 ‘인증샷’을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투표를 독려했다. | 경향신문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는 2030세대의 정치1번지다. 지난해 2030세대가 주축이 된 이슈의 중심에는 언제나 SNS가 있었다. 반값 등록금 집회, 희망버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한·미 FTA 반대집회 등이 그 예다.
2030세대와 SNS의 결합이 정치적 파급력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한국 정치의 현 주소와 2030세대가 처해 있는 현실 때문이다. 장덕진 교수는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려면 온라인 상황만 볼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과 통합된 현실을 봐야 한다”며 “오프라인 정치가 심각한 배타성을 띨 경우 오프라인에서 해소되지 못한 이야기들이 온라인으로 가면서 트위터 등이 정치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기존 미디어의 보수화, 표현의 자유 위축, 개인의 파편화와 같은 부정적인 정치현실이 배경에 있었기 때문에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 정치적인 성격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2030세대는 1990년대 이후에 20대를 보낸 세대로 ‘표현의 자유’를 체화한 세대다. 동시에 외환위기 이후 취업난을 비롯한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 이후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경제 양극화가 더 심해지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트위터 등을 통해 표출되는 셈이다.
둘째는 2030세대의 ‘정체성 변화’와 SNS의 매체적 특성이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 변화를 이끄는 힘을 ‘연대적 개인주의’로 분석한다. ‘연대적 개인주의’는 세대적 특성이다. 1990년대에 ‘신세대’라 불리며 20대를 보낸 지금의 30대와 88만원 세대라 불리며 신자유주의 시대를 통과한 지금의 20대의 기본 정체성은 개인주의다. 김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결정적으로 2008년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이들의 개인주의가 ‘연대’라는 가치를 지향하게 됐다고 진단한다.
‘연대적 개인주의’ 특성 나타나
SNS 또한 2030세대의 ‘연대’에 지렛대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2030세대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장덕진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2030세대는 일자리 문제처럼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된 정체성만 발달해 왔다. 하지만 이들은 SNS로 소통하면서 공동체 정체성을 다시 회복하고 있다”며 “SNS를 통해 삶의 문제가 나만 겪고 있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인 문제, 정치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정치적인 자각, 정치적 세력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2008년 촛불집회로 ‘연대’라는 가치를 학습한 2030세대가 SNS를 통해서 또 한 차례 집단적 정치 경험을 하는 셈이다.
심리적·정서적 성격 강해 영향력 커져
2030세대의 SNS 연대는 심리적·정서적인 성격이 강화되면서 그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한국적인 누리꾼의 정서구조가 SNS의 세계적 쓰임새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심리적·감성적 층위가 두껍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특히 현 정권 들어 희망이 사라지고 비인간적인 삶의 조건 등이 불거지면서 이에 반대하는 2030세대들의 정서적 연대가 강한 흐름으로 성장하고, 이것이 SNS를 통해서 표출되고 감흥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이 태블릿PC로 트위터를 읽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이 교수는 트위터에서 보이는 이러한 정서적 연대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짚는다. 그는 “트위터의 인적 관계망의 힘은 심리적 연대감이나 감정선을 연결하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말하며 그 예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크레인 고공투쟁과 희망버스를 들었다. 이 교수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인터뷰를 보면 그를 ‘죽지 않게’ 지탱했던 힘은 트위터러들의 격려였고, 그녀의 외로운 투쟁의 장소와 사회를 엮는 감성의 연대와 소통이었다”며 “그리고 그녀 앞으로 희망버스 180여대를 실어날랐던 힘도 SNS가 전부는 아니었어도 일부 그 감정적 연대 능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꼼수류 풍자방송의 등장, 투표 독려 ‘인증샷’ 놀이, 공감가는 멘션에 대한 ‘무한알티’, ‘멘토들’ 혹은 ‘소셜테이너’들의 SNS를 통한 현실 개입 등도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SNS 연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정서적인 측면이 자칫 애국주의나 여론몰이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했다. 이광석 교수는 “‘나꼼수’의 역할이나 문화에 대한 아주 작은 비판적 논의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SNS 대중의 집단적 정서구조, 곽노현 교육감 2억 수수도 문제될 것 없다는 트위터 여론의 형성 등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와 SNS의 결합이 갖는 정치적 파급력은 선거국면에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장덕진 교수는 그 예로 투표율을 들었다. 2008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60세 이상 투표율은 65.5%다. 20대는 28.55%, 30대는 35.20%였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비교 가능한 국가들의 평균 투표율은 70% 정도다. 평균 투표율을 기준으로 본다면 60세 이상 연령층의 투표율 상승 공간은 5% 정도밖에 없는 반면 20·30대의 경우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가 35~42%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트위터를 통해 정치 효능감을 높여온 2030세대가 이번 총·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경우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