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은 한국사회 변화의 중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지난해 10·26선거의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어쩌면 아직 변화의 본류는 당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꼼수와 SNS. 현재의 30대와 20대를 투표장으로 이끌어낸 동력으로 흔히 지적된다. 이것뿐일까. 왜 2030세대는 21세기 들어 10년이 지나 한국 사회 변화의 중심으로 나서게 되었을까. <주간경향>은 이들 세대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연속기획을 진행한다. 그들이 겪은 공통의 경험은 어떤 것일까. 분노하는 대상은 누구일까. 그들이 바라는 세상과 꿈꾸는 미래는 어떤 것일까.

지난해 12월 31일 여의도에서 열린 한·미 FTA 반대 특집 ‘나는 꼼수다’ 공연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 20~30대 젊은 층이다. | 김창길 기자

지난해 12월 31일 여의도에서 열린 한·미 FTA 반대 특집 ‘나는 꼼수다’ 공연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 20~30대 젊은 층이다. | 김창길 기자

1월 27일 정오 광화문. 인천에 거주하는 직장인 한상민씨(35)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했다. 이날 1인시위에 참여하기 위해서 그는 회사에 월차를 냈다. 그의 1인시위 주제는 인터넷 팟캐스트 라디오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에 출연했던 정치인 정봉주를 석방하라는 것. “학교 다닐 때는 그냥 놀았어요. 주위에 운동하는 친구들도 없었고, 2008년 촛불시위를 할 때도 그랬어요. 정치나 정치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보수나 진보, 이런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다 그놈이 그놈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선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가 투표를 안 해도 다른 사람들이 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를 듣게 된 계기는 직장 동료의 권유 때문이었다. “혼자 들으면서 실실 웃는 거예요. 그거 뭐냐고 했더니 한 번 들어보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1회부터 듣기 시작했어요.” 벌써 5개월째 들었다. 한씨는 직장 동료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봉주 팬클럽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카페에도 가입했다. 지역모임에서 여는 오프라인 정모에도 나갔다. 

‘나꼼수’를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 토론하면서 생각도 많이 변했다. “이를테면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 같은 것을 본다면, ‘나꼼수’가 아니었다면 이런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그는 4월 총선에는 자신의 지역에서 누가 출마하는지,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 꼼꼼히 확인한 뒤 반드시 투표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것이 ‘나꼼수’를 들은 뒤 자기 생각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낀 세대’ 30대가 40대와 20대 이끌다
지난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변화’는 20~30대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한국의 30대는 과거 신세대라고 불리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일종의 낀 세대라고 인식되어 왔다”고 말했다. 즉 보다 윗세대인 386세대에 찌그러져 있고, 그 다음으로 20대 후반 그룹을 지칭하는 개념인 ‘88만원세대’ 사이에서 “현실을 모르는 문화세대” 정도로 인식되던 세대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덧붙였다. “그런데 이들이 나꼼수를 통해서 자기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언어를 갖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국면을 보면 오히려 이 세대가 386과 88만원세대의 양쪽을 견인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30대가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실제 지표상으로도 확인된다. 

지난 1월 중순 민주통합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모바일 투표 참가자들의 연령대별 비율을 보면 30대→40대→20대의 순이었다. 한 참가 신청자의 모바일투표 창. | 박민규 기자

지난 1월 중순 민주통합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모바일 투표 참가자들의 연령대별 비율을 보면 30대→40대→20대의 순이었다. 한 참가 신청자의 모바일투표 창. | 박민규 기자

<주간경향>이 요청해 입수한 지난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 모바일 투표 참가자 분포를 보면, 30대 참가자는 21만1562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많은 것이 40대(16만9533명)였고, 20대(11만9322명)가 뒤를 이었다. ‘30대가 주도하고 40대와 20대가 뒤를 잇는’ 형국이다. 김 교수는 “사실 40대가 보기에 이들 세대의 특징에 대해 여전히 불편하고 맞지 않는 부분도 많을 것이며, 20대 역시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비록 80년대 학번이지만 기본적으로 신세대적인 감수성을 갖고 있으며, ‘나꼼수 4인방’이 이들의 문화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왜’ 30대가 변화의 중심이 되었을까. 코호트 효과(cohort effect)라는 사회학 개념이 있다.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역사적 경험이나 사회화에서 동일한 경험을 겪은 세대들을 지칭한다. 2012년 기준으로 30대들은 1983년생(30세)에서부터 1974년생(39세)이다. 박정희 군사정권을 경험하지 못했으며, 1987년 6월항쟁을 교과서로 경험한 세대다. 1980년대 학생시위나 민주화운동의 ‘내적 논리’는 접해보지 못했고, 10대 초·중반에 “거리에 난무하던 최루탄과 돌멩이, 교통 통제의 불편”만 기억하는 세대다. 

이른바 ‘문민정부’라고 자칭하던 YS정권의 출범과 함께 대학생활을 시작했거나(1974년생), 2002년 월드컵과 노무현 정권의 탄생을 대학교 초년생 때 경험했다(1983년생). 이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는 이미 IMF와 신자유주의체제의 상흔이 깊게 자리잡은 때였다.

‘박정희’ 군사정권 경험못한 세대들
“우리들은 신세대를 ‘철없는 아이’들로 규정하는 관행에 반대한다. 이는 신세대의 사회적 파워와 감성적인 열정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는 기존의 질서가 부여해온 억압에 대하여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혹자는 신세대는 개인적인 자유만을 추구한다고 이야기한다.(중략) 그러나 90년대의 신세대는 최고의 전문가적 기질을 발휘하며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결코 만만히 대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사고와 행동을 추구한다. 따라서 우리들의 글은 결단코 계몽주의자들처럼 ‘교육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를 아직도 철없는 어린애로 바라보며 우리를 우습게 보는 구세대에게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포괄적이고 근본적이고 무시할 수 없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줄 생각이다.”

1993년 발간된 책 <신세대: 네 멋대로 해라>의 한 대목이다. 책의 부제는 ‘더 이상 탄원은 없다. 돌파하라!’다. 이 책이 ‘신세대’라고 지칭했던 당시 10대와 20대가 바로 오늘날의 30대다. <신세대…>는 386 이후의 세대논쟁을 최초로 불러온 책이기도 했다. “참 욕도 많이 먹었어요. 그 책을 썼을 때는.” 문화평론가 송재희씨(51)의 말이다. 당시 20대 젊은 친구들과 ‘미메시스’라는 팀을 만들어 그 책을 썼다. 그의 신세대에 대한 진단은 여전할까.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지요. 결정적으로 IMF체제가 남긴 상처가 큽니다. 그 세대들에 있어서는.” 송씨는 ‘정서적인 상처’가 30대의 제도 참여의 바탕에 깔려 있다고 봤다.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정서적인 것인데, 정치인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숨겨져 있는 동기이기 때문에 외부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아요. 

이를테면 2008년 촛불시위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 제 주변에는 지금도 특정 회사의 라면을 먹지 않습니다. 이해관계가 아니라 마음의 상처 때문입니다.” 송씨가 언급한 특정 회사는 2008년 촛불시위 당시 보수매체 광고 관련 논란을 일으켰고, 당시 주부들을 중심으로 업계 2위였던 다른 회사 라면 사주기 운동이 벌어졌다. 그 특정 회사는 뒤늦게 사과를 했지만 그때 받은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현재 이들이 보여주는 어떤 ‘지향성’을 대표한다는 설명이다.

‘정치’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다르다
이영주 내밀사회문화연구소 소장은 “30대가 탈권위주의적이며, 개인주의·소비주의·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졌다는 측면에서 과거 ‘신세대론’의 진단은 유효하다”고 말한다. “지금의 30대의 경우 9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IMF 이전까지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정치적으로 자유주의의 물결을 경험한 세대다.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민주화·탈권위주의 과정을 겪었는데, 소비주의나 개인주의가 확장되는 것과 맞물려 있다. 특별히 정치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시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다.”

경제적 상황이 막혀 있고 비정규직이 현실이 되었다. 실질적인 급여 수준도 하락했다. 경제적인 조건이 절실한 문제가 되어버렸는데,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회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내 현실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걸 조금 더 많이 파악하게 된 것이다.” 자기가 처한 현실에 대한 불만이 사회구조적 문제를 깨닫는 데로 이어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이것을 더 뚜렷하게 드러나게 해준 것이다. 흔히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 생각하는 40대와의 차이는 이것인데, 지난 4년 동안의 정치경험으로 ‘내편이 아닌 사람’과 ‘그나마 내편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 구분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 개인과 가족의 미래를 만드는 데 ‘그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도움을 줄 수 없는 사람’이 누군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다.”

인터넷이나 SNS는 이들이 현실에 참여하는 통로다. 이영주 소장은 ‘정치’의 개념 역시 기성세대와 제도권이 갖고 있는 개념과 30대 이전 세대들이 갖고 있는 개념이 다르다고 말했다. “386을 포함한 기성세대는 정치를 청와대나 국회, 정치인 중심으로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정치적 행위를 통해서 권력을 획득하고 나라를 통치하는 좁은 개념이었다. 반면 젊은 세대들의 정치 개념은 확장되어 있다. 개인들이 선호하는 정당을 지지하고, 정치인들을 개인적으로 지지할 뿐 아니라 자기가 필요하고 원하는 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표현도 하며, 정치적 결사나 연대가 필요하면 인터넷 카페나 SNS를 통해 결합할 수 있다고 본다. 좁은 의미에서 정치를 해석하는 제도언론과 넓은 의미의 미시정치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 사이에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부터 시작된 20~30대 젊은 층의 참여열기가 올해 4월 총선, 더 나아가 12월 대선까지 지속될 것인가. 이들 젊은 세대들은 이후 선거에서도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인가.

신세대 특성은 지속돼

1월 27일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회원 한상민씨가 서울 광화문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정용인 기자

1월 27일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회원 한상민씨가 서울 광화문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정용인 기자

사실 30대나 20대가 이후 정치상황에서 의미있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박재흥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세대연구 결과로는 세대로서의 정체성과 응집력, 내지는 연대감이 독특하게 나타난 세대는 한국에서는 386세대가 예외적으로 거의 유일한 존재였다”며 “386세대의 경우 대학생 청년기에 민주화운동이라는 독특한 경험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 세대가 아닌 다른 세대의 경우 세대로서의 동질성 내지는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언론이나 저널리즘의 영역에서는 상황을 단순하게 도식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유혹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의 30대나 20대는 상당히 이질적인 구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후 정치일정에서 이들이 집단적으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10·26 재·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젊은 층의 야권 지지 성향을 언론들에서는 강조하는데, 각 연령대의 구성이 총선이나 대선 때마다 절반이 바뀐다는 단순한 사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예를 들어 2007년 대선 때 40대가 이명박 당시 후보를 지지했다고 하는데, 올해 대선의 경우 그 당시 40대의 절반이 이미 50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는 정확한 통계수치가 제시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경우 ‘평생 한 번이라도 지지 정당을 바꾼 경우는 채 20%가 안 된다’는 정치학 연구 결과가 유명하다”고 말했다. 

즉 ‘나이를 먹으면 보수화된다’는 속설은 실제의 투표행위에서 사실이 아니며, 실제 인구 구성비에 기초해 봤을 때 젊은 층의 대두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SNS 효과’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SNS 효과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야권을 지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투표율 제고에 있다”며 “한국 사회에서 이 투표율의 기준점은 35%인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시절 이른바 ‘50전 50승’의 선거 결과를 만들었을 때는 모두 35% 아래였던 반면, 지난 2010년 이후 야당이 이겼을 때 투표율은 35%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35%는 일종의 ‘티핑포인트’인데, SNS는 그 티핑포인트를 1~2% 넘기는 효과를 냈고, 선거는 승자독식의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그 1~2%의 변화가 전체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세대 자체가 변했다기보다는 2012년이라는 구조적 변화의 시기에 인구학적 특성과 SNS가 절묘하게 결합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 ‘인구학적 특성과 결합한 SNS 효과’는 당분간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진단이다. “2030세대와 같은 젊은 층이 정보를 취합하는 방식은 이전 세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어떤 정보를 접할 때 그 정보를 신뢰하는 것은 정보 자체보다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다. 이전에는 뉴스를 전하는 앵커나 매체에 대한 신뢰가 국회의원을 만들어줬다면, 이제는 블로그나 SNS 상에서 신뢰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정보를 판단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언론과 정치권이 SNS를 무섭게 경계하는 한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30대와 20대, 인터넷과 SNS, 나꼼수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 등을 <주간경향>이 올해 한국 사회 변화의 핵심적인 변수로 주목하는 까닭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2030세대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