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우리와 같은 한민족이다. 헌법은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북한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탈북자의 경우 간단한 절차를 거치면 대한민국 국민임을 증명하는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은 우리와 같은 민족으로 통일의 대상이지만 최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이어진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은 북한에 대한 거리감을 새삼 느끼게 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장례절차와 오열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생경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최근 남북관계가 교착상태로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상호 이해와 협력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더욱 낯설게 다가온 듯하다.
통일은 제도적 틀 외에 사람들의 인식에서도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즉 거부감 없이 북한 주민들을 바라보고 동포라는 생각으로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정교하고 훌륭한 통일방안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북한 주민을 이방인으로만 인식해 동질감보다는 이질감을 더 느낀다면 통일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가 나타날 수 있고, 어느 날 통일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사회의 주요 갈등축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행히도 최근에 북한 주민에 대해 우리 국민이 느끼는 동질감은 줄고, 이질감은 늘고 있다. 북한 사회단체 및 주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해보았는데 ‘같은 민족으로서 동질감이 느껴진다’는 응답은 48.3%였고, ‘다른 체제로 인한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응답은 47.8%였다. 서로 비슷한 수준이다.
4년 전 62.5%보다 크게 떨어져
문제는 동일한 질문의 결과가 4년 전에 비해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2007년 12월에는 ‘같은 민족으로서 동질감이 느껴진다’는 응답이 62.5%로 ‘다른 체제로 인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36.4%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당시 대중들의 인식에서 북한 주민에 대한 거리감이 매우 좁혀져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때는 비록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남북간 상호교류와 화해·협력의 분위기가 퍼져 있기도 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동질감을 느낀다는 응답의 축소와 이질감을 느낀다는 응답의 증가 현상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응답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평화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것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대북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지에 대해 ‘남북간의 평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응답이 56.0%로 ‘우리사회의 안보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42.6%보다 10%포인트 이상 더 우세했다. 현 정권 들어 금강산 관광객 피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등으로 인해 남북간 긴장관계가 지속되었고, 최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평화 중시 여론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평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여론이 더 우세한 것은 천안함 사건이 터진 직후인 2010년 4월 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안보 일변도의 시각이 대중들에게 호응받지 못하는 이유이면서 평화 중시의 관점이 대중들의 기본인식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윤희웅<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