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역 괴담,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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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언더그라운드.넷의 주제도 ‘괴담’이다. 지난 호 이 코너에서 다룬 조선일보 인간어뢰 괴담이나, 그쪽 매체에서 주로 등장하는 ‘FTA 괴담’이니 ‘나꼼수 괴담’ 같은 거 아닌, 진짜 괴담이다. 

‘목동역 괴담’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는지.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올해 8월을 전후로 퍼진 괴담이다. 공익근무를 하는 친구의 경험담 형식으로 되어 있다. 괴담이 전하고 있는 주의(注意)사항을 간략히 요약해보면 이렇다. 지하철 5호선 목동역, 막차시간에 방화역 방면 맨 끝 칸 쪽에 가지 마라. 혹시 갔는데 스크린도어가 열려 있다면, 절대로 아래를 내려다보지 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려다봤는데 ‘나이키 맥스’ 운동화 한 짝이 놓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절대로 주우려 하지 마라. 

정용인 기자

정용인 기자

이런 주의사항을 듣고도 꼭 하는 이가 있다. (실은 그래야 괴담이 완성된다.) 게시물 작성자가 전하는 공익근무요원 친구가 왜 그 운동화를 주우려 했는지 대화체로 내면을 묘사한 대목이 있다. 

“…귀신이라든가, 뭐 무서운 물건따위는 모르겠어. 영화나 그런 거 보면… 굉장히 무섭게 나오는데… 그때 그 운동화는 말 그대로 운동화였어. 뭐… 대수롭지 않은 어디서나 본 적 있는 거…. 그리고 신던 애가 접어서 신었는지 뒤쪽이 접혀 있는 운동화였어. 흔해빠진 그런 운동화.” 그런데 보고를 받은 상황실 직원이 “너 가만히 있어!”라며 마구 달려오는 것이었다. 동시에 이 공익요원은 자기도 모르게 운동화에 손을 뻗었다. 다시 이 공익요원의 증언. “그래서 솔직히 김이 빠져서 운동화를 주우려고 하는데… 와… 그 운동화가 안 움직이더라고…. 처음에는 껌 붙여놓은 줄 알았다. 근데… 완전 이건 바닥에 쫙 달라붙은 느낌인 거야.” 

이 다음은 ‘괴담 마니아’라면 익숙한 내러티브다. 직원이 모니터 너머로 운동화에 손을 뻗치고 있는 공익근무요원을 보니 스크린도어 너머에서 손이 하나 나와 반대쪽을 잡고 있었고, ‘사고’가 날 듯싶어 급히 뛰어왔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알고 보니 스크린도어가 세워지기 전에 여기서 한 여자애가 자살했다는 이야기. 그럴 듯한 구어체에, 구체적으로 장소가 어디인지 특정되는 점, 실제로 목동 인근에 신흥학원가가 몰려 있는 점 등이 결합되어 이 이야기는 올 여름 꽤 ‘팔렸다’. 

어쨌든 궁금하다. 실제로 방화 방면 목동 끝쪽 스크린도어에는 ‘운동화 귀신’이 출몰할까. 먼저 확인이 필요한 대목. 목동역에서 여학생 자살사건, 실제로 있었을까. 기사검색을 해봤다. 나오지 않는다. 기사화가 안 되었을 수도 있다. 지하철 5·6·7·8호선을 관할하는 기관은 도시철도공사다. 문의했다. “기자의 전화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는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사고 여부 등을 알아본 뒤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오후 늦게 연락이 왔다. 왠지 자신감 찬 목소리다. “전혀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기자는 막차시간은 아니지만 꽤 늦은 시간 목동역을 방문했다. 글에서 언급한 스크린도어 앞에 섰다. 당연, 스크린도어는 열려 있지 않았고 운동화도 없었다.

공익근무요원 이모씨를 찾아 “혹시 선임자 중에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느냐”고 물었다. 금시초문이라는 것이 이모씨(23)의 답. 직원 이모씨(41)에게 물었다. 5호선 개통 때부터 일했다는 이씨는 “5호선 중에서는 최근에 사고가 난 ㅎ역, 그리고 환승승객이 너무 많아 떠밀려 사고가 가끔 발생하는 ㅅ역이라면 모를까 목동역에서 그런 사고가 일어났다는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저 괴담은 사실이 아니라 창작이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결론이 너무 시시했나.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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