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사업만 찾는 재벌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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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벌가 자녀들의 ‘외식사업’ 진출이 부쩍 늘어나 국민들로부터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삼성, 현대차, 롯데가 등 내로라는 대표적인 재벌가 자녀들이 앞다퉈 외식사업에 뛰어들어 서민들의 ‘골목상권’을 파고드니 당연히 거부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손쉬운 사업 진출’이라느니, ‘손해 안보는 안전위주 사업’이라느니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재벌닷컴이 최근 30대 재벌그룹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 계열사 증감 현황을 분석한 결과 17%가량 증가했다. 1년 사이에 새로 신설되거나 인수한 기업 중 외식업을 포함해 임대업, 판매업 등 단순 서비스업 회사가 전체의 절반이 넘었다. 대부분 투자규모는 크지 않으면서 고수익이 보장되는 ‘확실한 사업’ 분야였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 ‘아티제’. 호텔신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씨가 대표이사로 있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 ‘아티제’. 호텔신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씨가 대표이사로 있다.

최근 필자는 외식사업에 진출한 재벌가 자녀 몇몇을 만난 자리에서 다그치듯 이유를 물어봤다. 뜻밖에 답변은 “마땅히 할 만한 사업이 없잖아요”라는 것이었다. 그럴싸한 해명을 기대했던 필자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 문득 요즘 한국 재벌들이 무기력증에 빠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재벌들의 모습을 보면 언젠가부터 성장동력은 떨어진 듯하고, 야심차게 내놓는 대규모 신사업 진출 소식을 들은 것이 가물가물하다. 재벌 관계자들은 “글로벌 경제는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고, 기존 사업은 포화상태에 있으니, 투자할 곳도 마땅치 않은 데다 투자할 의사도 실종됐다”고 했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누가 뭐래도 재벌은 한국 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재벌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꼼수’에 가까운 사업만 펼칠 정도로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어둡다. 사실 기업 경영은 ‘달리는 사이클’과 같다고 했다. 사이클은 전진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넘어진다. 기업 경영도 지속적인 신사업 투자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뒷걸음질치게 된다.

그럼에도 재벌들이 ‘무기력증’에 빠져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면 뭔가 긴급 처방전이 필요하다. ‘처방’은 재벌들이 스스로 찾는 것이 급선무지만, 정부와 국민도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한다.

문제는 처방전을 찾는 데 너무 복잡하고 긴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당연히 해답은 간단하고, 명료한 것이 좋다. 전제조건은 재벌과 정부, 국민이 서로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동안 서로를 믿지 못해왔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하지만 ‘불신’은 행동하기와 마음먹기에 따라서 금방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 재벌들이 국민들을 위해 진정성을 가진 봉사를 하고, 국민이 재벌을 이해하고, 정부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면 ‘불신’은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재벌의 ‘무기력증’을 치유할 각론적인 처방은 술술 풀려 나오지 않을까.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chaebul@chae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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