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가족이 수천억원을 선물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검찰은 최 회장의 투자금 중 회삿돈이나 비자금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이번 사건은 얼마 전 주가조작이 들통난 코스닥 회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고 하니 후유증이 길게 갈 모양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반인들은 궁금한 부분이 있다. ‘돈이라면 남부럽지 않을’ 재벌 총수가 왜 선물투자에 나섰을까 하는 점이다.

검찰 관계자가 11월 8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서류 봉투를 들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벌닷컴의 조사 결과 최 회장의 개인재산은 상장사 주식지분 가치만 해도 3조원대 거부(巨富)다. 여기에 다른 등기 재산까지 합칠 경우 그의 개인재산은 3조5000억원대에 달해 우리나라에서 랭킹 5위의 부자다.
천문학적인 재산을 가진 그가 더 많은 재산을 벌겠다고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투자에 나선 대목은 보통사람들 입장에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사실 그동안 재벌가 사람들이 주가조작이나 내부정보 악용 등 부적절한 방법으로 투자를 하다 적발된 사례는 부지기수다. 지금도 자사주 등을 통해 불법과 편법을 넘나들며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는 재벌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재벌가 사람들이 투자에 나서는 이유야 각양각색일 것이다. 물론 가장 큰 목적은 보통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돈을 더 많이 벌겠다는 것이겠지만.
그런데 이번 사건과 연관된 투자방법이 ‘선물투자’였다는 점은 왠지 께름칙하다. 이 점은 검찰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 이유는 선물투자가 가진 특성 때문이다. 선물투자는 그야말로 ‘제로섬’ 게임이다. 버는 사람이 있으면, 그만큼 잃는 사람이 반드시 있는 게 선물투자다.
다시 말하면 최 회장이 수천억원을 잃었다면, 수천억원을 번 사람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최 회장이 잃은 그 많은 돈을 번 상대방은 누구일까.
아무리 ‘바보 투자가’라 해도 수천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잃겠다고 작정하지 않으면 수천억원을 날리기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또 생긴다. 혹여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까지 벌이고 있는 까닭은 돈의 출처와 출구가 의심스럽기 때문은 아닐까?
출처와 관련해서는 “회삿돈이거나 비자금이 아니냐”는 것이고, 출구와 관련해서는 “투자손실을 명분으로 특정계좌에 자금을 옮겨 돈세탁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정확한 내용이야 검찰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자금의 흐름이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일이 불거진 것이다.
재벌가의 돈벌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이런저런 루머들이 끊이지 않는다. 재벌가 사람들이 설립한 특정 사모펀드가 자사주 투자에 나서 주가를 올린다는 말도 있고, 유명 펀드와 결탁해 주가조작을 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건전한 자본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몰지각한 재벌들의 금융시장 교란을 발본색원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chaebul@chae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