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 주식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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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에버랜드라는 회사가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대주주인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매각에 나선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현재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64%를 보유 중이며, 이 가운데 최소 20.64%를 내년 4월까지 팔 예정이다.

에버랜드 전경. / 경향신문 자료

에버랜드 전경. / 경향신문 자료

삼성카드의 지분 매각은 자의적이라기보다 타의적인 면이 강하다. 현행 금산법(금융산업 구조개선 법률)상 금융사가 보유한 비금융사 지분 5% 초과분은 내년 4월까지 정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이 회사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1996년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를 삼성에버랜드의 대주주로 등재시키며 그룹의 핵심기업으로 만들었다. 이때 전환사채의 발행가격을 두고 10여년 동안이나 정부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편법증여 시비가 이어진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삼성카드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두 가지 사안이 관전 포인트다. 첫째는 삼성카드가 지분을 얼마에 팔 것인지이고, 둘째는 지분 매각이 삼성가 3세들(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의 경영승계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하는 점이다.

비상장사인 삼성에버랜드의 주당 가치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220만원 안팎이다. 삼성카드가 64만여주를 보유하고 있으니, 매각금액은 1조3000억원 정도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이 회사의 지분 41%를 보유한 이건희 회장 가족의 지분가치는 2조5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계산하면 3조원 안팎이다.

전환사채 발행가격이 주당 7700원이었으니, 이 회장 자녀들은 15년 만에 300배가 넘는 지분평가차익을 올린 셈이다.

또다른 관심사는 현재 진행 중인 삼성가 3세들의 계열분리작업이 이번 삼성카드의 지분 매각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에버랜드의 개인주주를 보면 이건희 회장이 3.72%,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25.1%,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똑같이 8.37%씩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가 3세들의 계열분리는 이재용 사장이 전자와 금융, 이부진 사장이 호텔·레저·건설, 이서현 부사장이 패션·정보전자소재 등으로 나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그런 점에서 삼성에버랜드는 계열분리를 위한 주식스와핑(맞교환)의 주요한 재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이들 삼남매가 서로 주고받으면 계열분리에 소요되는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1963년에 탄생한 삼성에버랜드의 48년 역사는 가시밭길이었다. 출범 당시 정치권과 국민들의 거센 반대를 겪었고, 2000년대에는 ‘재벌 편법증여의 대표사례’로 지목되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그런 삼성에버랜드가 이번 지분 매각을 계기로 향후 어떤 역사를 써내려갈지 주목된다.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chaebul@chae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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