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과 극우단체의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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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간 시민사회는 원하지도 않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나쁜 투표 사태에 휘말려 모두들 큰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의무급식이 뿌리를 내리고 점차 그 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충분히 소통과 타협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오 전 시장은 무모한 선택을 하더니 결국 스스로 사퇴하는 ‘자충수’까지 두고야 말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 오 시장, 한나라당, 그리고 극우성향의 단체 등이 보여준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언동,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행태, 민생과 복지를 바라는 민심과의 불소통은 두고두고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8월 22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월 24일 열리는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에 참여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보수단체 회원들이 8월 22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월 24일 열리는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에 참여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전체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악역’은 오 전 시장이었지만 이 대통령과 극우성향의 단체들도 오 전 시장과 긴밀한 협조 속에 최소한 조연 정도의 역할은 수행했습니다. 이들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비롯한 복지정책들이 망국정책 또는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고 비난하는 데 열을 올렸고, 오 전 시장의 오판에도 큰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포퓰리즘은 나쁜 정책임에도 인기를 위해 펼치는 일일 텐데, 친환경 무상급식이나 반값 등록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이 재원과 범위, 속도의 문제로 논란은 있을지언정, 그 자체로는 좋은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그들의 활동은 전제부터가 크게 잘못됐다 할 것입니다. 최근 시민사회는 그들의 잘못된 논거뿐만 아니라 그 논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특유의 극단성·시대착오성·일방성·공격성·폭력성에도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민생·복지정책이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식의 극단성, 빨갱이들이 하는 짓이라는 식의 시대착오성, 사회통합적 정책을 부자급식 정책이라고 공격하며 관제투표 사태까지 밀어붙이는 일방성 등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회통합에 앞장서고, 사회적 논란이나 갈등에 대해 조정과 타협을 시도해야 할 정부와 여당 측 인사들이 그런 강경하고 일방적인 기조를 고수한 채 사회통합이나 사회적 조정을 저해하는 행동들에 앞장서고 있거나 극우성향의 단체들의 편견과 공격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정부가 들어서서 극우단체들의 폭력적 언동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믿는 구석이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극우성향의 단체들이 지난 8·15 반값 등록금 국민대회에 참여했던 정동영 민주당 의원에 대한 폭력, KBS의 친일·독재 미화 방송에 대한 언론단체들의 농성장 난입, 희망버스 캠페인에 대한 물리적 방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훼손 시도 등 끊임없이 불미스러운 일들을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회를 풍요롭게 해주는 근간이며, 민주주의에서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관용이 가장 중요한 기조여야 한다고 백번 설득해봐도 안타깝게도 그들에게는 우이독경인 상황입니다.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의 자율적인 법적 공동체”라는 하버마스가 제시한 선진민주사회의 모델까지를 한국 사회에 바라는 것은 정녕 무리한 일인 것일까요.

그럼에도 시민사회는 다시 호소 드립니다. 극우적 극단성과 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톨레랑스(관용) 정신은 최소한 톨레랑스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했을 때 불관용 세력은 불관용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회의 민주주의와 사회통합을 지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입니다. 

극우단체들이 하루 빨리 다양성과 공존의 철학에 공감하는 합리적 보수단체가 되기를 빌어봅니다. 시민사회는 바로 그런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고, 그래서 역동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창조하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나쁜 투표 소동이 마감된 것처럼 극우성향 단체들의 나쁜 행태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안진걸<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성공회대 NGO 담당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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