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시민사회단체에서 우리 시대 최악의 인물을 말하라면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을 꼽을 것입니다. 그들의 임기가 계속되고 있는 대한민국과 서울시에서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이 최근 오세훈 시장의 ‘친환경 무상급식’ 훼방을 위한 관제투표 발의일 것입니다.

8월 4일 ‘나쁜투표거부 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무상급식 투표 거부 방침 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7월 말 폭우로 인해 산사태, 도로·건물 침수, 재산·차량 피해, 교통대란, 결정적으로 무고한 생명이 수십 명이나 숨지는 비극적 사태가 발생한 와중에도 오세훈 시장은 8월 1일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 발의를 끝내 강행했습니다. 이번 투표는 외양은 주민투표일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오세훈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맞게 치밀하게 기획하고 주도한 관변투표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 스스로도 ‘주민투표’를 본인이 배후에서 사실상 지휘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관련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수도 없이 진행한 바 있습니다. 또 최초 추진 과정에서 무더기 가짜 서명 등 온갖 유형의 불법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오세훈 시장은 ‘강경보수파의 상징’으로 자신을 내세우는 방식의 대선 전략을 위해 끝내 관제투표 발의를 강행하였습니다.
또, 이번 관제투표에서는 투표 문안이 바뀌는 결정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소득수준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무상급식’을 할 것인지, 오세훈 시장의 주장처럼 소득 하위 50%에게만(이것도 원래는 30%에게만 지원하겠다고 했다가 투표를 앞두고 갑자기 50%로 바꿈) 급식비를 지원하는 ‘차별적 급식’을 할 것인지 묻는 것이어야 했고, 당연히 투표 문안도 그에 따라 ‘보편적 실시’와 ‘차별적 실시’를 묻는 것이어야 했지만, 오 시장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한 실시 시기를 내세워 ‘단계적 실시’냐 ‘전면적 실시’냐를 묻는 것으로 투표 문구를 변질시켜버렸습니다.
오세훈 시장의 차별적 급식은 부자 아이와 가난한 아이를 편 가르고, 가난한 아이를 기죽이고 상처받게 하는 반교육적인 행위입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초·중학교 의무교육처럼, 소득 수준에 상관 없이 모든 아이들이 누려야 하는 의무급식입니다. 아이들이 밥 먹는 문제로, 한 반에서 잘 사는 아이와 가난한 아이로 나뉘고 낙인찍히고 위화감이 조성되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 헌법도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내 초등학교의 1~4학년 친환경 무상급식이 순조롭게 실시되고 있고, 나아가 타 시도처럼 5, 6학년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서울시 예산은 659억원으로 서울시 전체 예산의 0.35%에 불과합니다. 환경 파괴에 전시성 사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한강예술섬 조성공사비 6735억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돈입니다. 시정 홍보비로만 해마다 500억원 안팎을 쓰는 오세훈 시장이,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급식 예산 659억원이 아깝다면서, 182억원이나 들여 관제투표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을 시민사회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야5당과 서울지역의 시민사회단체, 풀뿌리지역단체들이 8월 4일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 가르는 나쁜 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오세훈의 차별급식투표, 관제·불법투표, 혈세낭비투표, 즉 참으로 나쁜 투표를 전면 보이콧하고 거부하자는 캠페인에 돌입했습니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 우리 사회의 미래인 학생들의 밥 먹는 문제로 어른들이 투표까지 하며 싸우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어야 하겠습니까.
전국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여야 간에, 진보와 보수 간에 협력도 하고 소통도 하고 타협도 하면서 친환경 무상급식(의무급식)을 대부분 확대 실시해나가고 있는데, 도대체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만 왜 이러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 학생들 보기에 참으로 민망하고 부끄러운 이 관제투표 소동을 하루빨리 중단시켜야 할 것입니다.
안진걸<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성공회대 NGO 담당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