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별 변화가 없던 차기대권주자들의 지지도 추세에 일부 변화가 생겼다. 4·27 재·보선의 결과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추이 그래프가 교차한 것이다. 그간 야권 후보 중 1위였던 유시민 대표는 아래로, 손학규 대표는 위로 서로 위치를 바꿨다. 재·보선의 정치인 손익계산서를 따져볼 때 손 대표가 최고 수혜자이고, 유 대표는 최대 피해자라 할 만한데, 조사 결과에 여실히 반영된 것이다. 손 대표는 지난 3월에 지지도가 6.5%에 불과했는데 이번엔 10.6%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KSOI의 여론스코프]박근혜 지지층 일부 손학규 지지로 선회](https://img.khan.co.kr/newsmaker/925/20110517_925_42b.jpg)
손 대표의 지지도 상승은 호남 거주자와 민주당 지지층에서 주도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조사와 비교해보면, 다른 응답군보다 이들 호남 거주자와 민주당 지지층에서 특히 많이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손 대표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을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이 일정 부분 걷어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손 대표를 대안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만하다.
한나라당 지지층 중 박근혜 지지비율 61%
박 전 대표에게 지지 내지 호감을 보내던 일부 야권 성향층에서 손 대표로 시선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왜 박 전 대표의 지지도는 변화가 없는지 의문이 생긴다. 눈에 띄는 하락이 있어야 얘기가 되지만 전체 결과 수치는 별 변화가 없다. 하지만 내부 지지층 구성에서는 변화가 감지된다. 박 전 대표 지지층 중 야권 성향층이 일부 이탈함과 동시에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이전보다 더 높은 지지를 보내며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만 놓고 볼 때, 절반 정도만 박 전 대표에게 지지를 표출해왔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국정운영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는 것을 정통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곱게 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큼직큼직한 선거에서 야권이 선전하면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일종의 위기감이 나타나고, 이 과정에서 현재 대안들 중 가장 유력하고 현실적인 카드인 박 전 대표에게 지지를 표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재·보선 후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층 중 박 전 대표 지지 비율이 3월의 51.8%에서 61.3%로 10%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일종의 지지층 ‘순혈주의’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대표는 지지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두 후보의 입장은 제법 달라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지지층 확대를 위해 중도층을 공략하는 ‘본선전략’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이다.
이렇게 한쪽 싸움만 하면 되는 박 전 대표와 달리 손 대표는 전선이 2개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의 중도적 이미지를 통해 중도층을 확보해야 하지만 진보층이 두꺼워지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왼쪽으로’ 전략도 버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지지도 상승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약한 민주당 지지자들과 호남 거주자들에게서 지지가 올랐지 실제 진보적 색채가 뚜렷한 진보정당 지지자들, 20~30대의 젊은층 등에서 지지도가 그다지 상승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 스스로 진보 성향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15.5%만 손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아직 진보 성향층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손 대표가 안정적인 10% 중·후반대 지지도를 보여주지 못하거나 또는 박 전 대표 대비 경쟁력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에는 진보진영 유권자들을 폭넓게 흡수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