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출발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분당을 출마로 4·27 재·보선을 단박에 ‘손학규 선거’로 만들면서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국회에서 대여공세를 하면서도 원외인사라는 한계 때문에 이목은 대개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쏠렸는데 이번에 만회를 하는 모습이다. 여론조사 결과 또한 분당을이 손 대표에게 결코 ‘불구덩이’만은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분당 거주 15년차 한나라당 전직 대표와의 가상대결 결과는 오차범위 내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KSOI의 여론스코프]손학규의 중도 이미지 통할까](https://img.khan.co.kr/newsmaker/921/20110419_921_28a.jpg)
분당은 성남시에 속해 있다. 자치구도 아니어서 구청장은 성남시장에 의해 임명된다. 하지만 성남시 분당이라고 불리지 않는다. 그냥 분당이라고 불린다. 지역 특성이 그 외 성남지역과 워낙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거주지 만족도가 성남시 수정구와 중원구는 각각 15.8%, 12.4%에 불과하지만 분당구에서는 46%에 이른다. 가구 월평균 소득도 수정과 중원에서는 300만원 이상이 역시 10%대에 그치지만 분당에서는 50%가 넘는다. 그리고 스스로가 중산층 이상이라는 인식도 65%에 이른다. 중원구(30%)의 두 배가 넘는다(2009 성남시 사회조사).
이러한 배경은 그간 철저히 계급 기반성을 보여온 이 지역의 투표경향을 이해하게 한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종부세 논란으로 친한나라당 성향이 더욱 강화되었고, 뒤이은 18대 총선에서 현 대통령실장인 임태희 후보는 무려 71.6%의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투표의향층만 보면 강재섭 후보 우세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시장 후보가 이 지역에서 40% 중반의 득표율을 보이며 선전했지만 보수유권자들의 투표의지가 매우 약화된 시점의 선거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역의 정서, 정당 선호도 등이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 이번에는 보궐선거 특성상 투표율이 전국선거에 훨씬 못 미칠 것이다. 특히 야당 승리에 기여하는 30·40대 직장인들이 물리적으로 투표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비율이 35%에 이르고, 성남 이외의 지역까지 합하면 54.7%에 이른다. 투표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고령층에서는 한나라당 선호도가 압도적이다. 그래서 투표의향층만을 놓고 보면 강재섭 후보가 우세하다. 손 대표가 분당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는 이유들이다.
하지만 길을 잃지 않게 할 요인들이 없는 건 아니다. 어찌 되었든 대통령 임기 도중에 실시되는 선거는 정부·여당 평가다. ‘여당을 지지하느냐, 야당을 지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여당이냐, 아니냐’의 문제인 것이다. 정당지지도만으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닌 것이다.
게다가 분당거주자들도 현 국정에 불만을 살 만한 일들이 존재한다. 물가문제는 누구도 비켜가지 못한다. 집값 하락과 전셋값 상승은 부동산 소유자들에게도, 세입자들에도 불만거리다. 또 민주당에서 내놓은 리모델링 허용조건 완화공약도 거주공간에 관심이 많은 이 지역 집 소유자들을 솔깃하게 할 수 있다. 사실 계급에 기반해 한나라당을 지지해왔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재산상 손실을 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야당이 당장 혜택을 볼 수 있는 공약으로 접근하면 이에 반응하는 유권자들도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손 대표의 중도 이미지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들어 진한 진보 목소리를 내왔지만 지금까지의 정치역정에서 쌓아온 중도 이미지는 여전하다. 이것이 이 지역 중산층과 중장년층들에게 매력을 주는 건 아니겠지만 거부감이 완화되어 나타날 수 있다.
본인이 구축해 온 중도 이미지로 중산층 기반의 중장년층을 어느 정도 흔들어놓아야만 승산이 있을 것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