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대기업 중심이다”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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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患寡而患不均 不患貧而患不安(불환과이환불균 불환빈이환불안)’. 논어 계씨 편에 나오는 말이다. 이 중 ‘患不均(환불균)’은 ‘(정치를 함에) 백성이 평등하지 못한 것을 걱정하라’는 의미인데 무엇보다도 사회구성원간 과도한 격차의 발생이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안정적인 공동체의 지속을 저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책들이 특정 집단에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아온 현 정부가 새겨 들어야 하는 말이 아닐까 한다. 현 정부는 초반 ‘고소영·강부자’ 논란에서 보듯 고위직 인사와 세금정책을 비롯해 종교와 지역정책에 대해서도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KSOI의 여론스코프]“현 정부 대기업 중심이다” 83%

기업정책도 예외가 아니지만 최근에는 다른 움직임이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말 정부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동반성장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여기에 전직 총리를 위원장으로 앉혀 위원회의 중량감을 높였다. 그리고 위원장이 내놓은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시장의 거센 공세에도 청와대가 적절히 방어하는 모습을 보여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에 대한 의지를 어느 정도 확인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 정도 가지고는 현 정부 초기에 형성된 대기업에 편향적 정부라는 인식에 변화를 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현 정부의 기업정책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위주라는 인식이 거의 상식 수준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매우 대기업 중심이다” 44.9%
경제개혁연구소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꾸준히 실시하고 있는 조사를 보면, 이러한 결과가 확인된다. 지난 1월 조사에서 현 정부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련 정책이 대기업 중심이라고 보는지, 중소기업 중심이라고 보는지에 대해 ‘대기업 중심이다’라는 의견이 82.9%로 ‘중소기업 중심이다’라는 의견 11.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대기업 중심이다’라는 의견 중에서도 ‘매우 대기업 중심이다’라는 강한 의견이 44.9%에 이른다. 대체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체로 ~ 편이다’, ‘다소 ~ 편이다’ 등으로 의견 표출을 약하게 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데, 이 질문에서는 ‘다소 대기업 중심이다’라는 의견보다도 ‘매우 대기업 중심이다’라는 비율이 더 높다.  대기업 편향적이라는 인식이 매우 깊게 각인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의견은 한번의 조사에서 확인된 게 아니다. 지난 2009년부터 정기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 계속해서 80%를 넘기고 있다. 

지난 정권들도 이러한 결과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김영삼 대통령은 세계화의 화살을 당겼고, 김대중 대통령은 IMF 사태 극복을 위해 신자유주의 지도를 펼 수밖에 없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을 남기며 그러한 현실을 인정해버리고 말았다. 실업이 늘고, 수출이 줄고, 주가가 떨어지는 등 경제지표가 개선되지 않으면 당장 정부 비난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정부는 기업, 그 중에서도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들에 충성하지 않을 수 없는 불가피한 점이 있다. 그래서 현 정부에 집중되는 비난에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현 정부 들어 더욱 강화·고조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한 비난이 과도하지는 않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최근 불거진 초과이익공유제가 현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교정의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의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논의처럼 일회성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초과이익공유제의 적용이든, 불합리한 단가문제의 개선이든, 정상적 거래관행의 회복이든 간에 엄격하게 시행되기를 바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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