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등재가구 늘어 여론조사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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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조사 결과를 보고 출마자들은 캠페인 효과를 점검하고 전략을 수정한다. 대중들은 미디어를 통해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반응하기도 한다. 실제 선거 결과를 어느 수준으로 예측했는지에 따라 조사기관의 역량이 판가름난다. 또 예측조사를 의뢰해 공표하는 미디어의 이미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선거 조사를 ‘여론조사의 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그 위상을 잃었다. 다가오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시험대에서 지난 악몽을 떨쳐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규모가 커진 4월 재·보궐선거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정치권과 유권자의 공적이 되어버린 여론조사가 과오를 개선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선거 결과만큼이나 궁금해진 것이다.

[KSOI의 여론스코프]비등재가구 늘어 여론조사 보완 필요

하지만 여론조사기관들과 언론사들이 선뜻 공개적인 사전 예측조사에 나설지 의문이다. 적극적이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표본 추출 틀인 전화번호부가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조사에 사용되는 전화번호부의 가구 등재율이 낮아 원천적으로 조사에서 배제되는 가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조사의 생명인 대표성 확보가 가능하겠느냐는 물음이 끊이지 않았다. 또 지난 2008년부터는 인명편 전화번호부가 제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부실함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 비등재 가구 더 낮아
<표1>은 전화번호부를 사용하지 않고 무작위로 번호를 추출해 조사(RDD 방식)한 후, 등재된 번호와 등재되지 않은 번호 비율을 구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2007년 12월 조사에서는 비등재율이 50% 정도였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에 비등재율이 10% 정도나 높아진 것이다. 업데이트가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 새로 형성된 가정이나 지역을 옮겨 이사한 경우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사가 잦은 20대, 30대, 40대의 경우 누락률이 높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또 070 인터넷 전화로 변경하거나 휴대전화만을 사용하는 경우, 전화번호 자체를 변경한 경우 등을 고려하면 오류는 더욱 많아진다.

물론 등재되어 있는 사람들과 등재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 간 별 차이가 없다면 문제는 없겠으나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비등재 가구일수록 저연령·고소득·고학력 경향이 확인되고 있다. 그래서 실제 응답 결과에서도 차이가 발견되고 있다. <표2>에서 보듯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 비율을 비교하니 비등재 가구에서 더 낮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이는 등재율이 낮은 전화번호부를 버리고 무작위로 번호를 추출해 조사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보통 ‘임의 번호 걸기’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지난 1970년 초부터 시작되어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방법으로 대표성을 높여 정확도를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이다.

RDD가 도입되면 실제 국민들의 의견을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시간과 조사인력이 더 필요하므로 비용 인상이 필요하지만 여론조사가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수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 RDD는 우리나라 조사방식의 대세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정확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가구 추출뿐 아니라 응답자 추출 단계에서도 무작위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즉 미리 그 가족 중 어떤 사람(예: 생일이 가장 가까운 사람 등)에게 조사를 할 것인지 정해서 만약 다른 가족이 받더라도 해당자가 부재중이면 다시걸기를 통해 의견을 물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집에서 통상 전화받는 사람만 조사에 참여하는 데에서 오는 편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희웅 |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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