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를 만난 것은 그가 대학교 앞에서 음식점을 시작한 지 7개월쯤 되었을 때였다. 대출을 끼고 장사를 시작했던 터라 이야기하는 내내 빨리 돈을 모아서 대출부터 갚겠다고 하는 A씨. 하지만 필자는 A씨가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저축을 하는 것보다는 1년 정도는 사업이 잘 운영되는지 확인한 이후에 저축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불을 다루는 장사이기 때문에 화재보험과 배상책임보험, 그리고 본인의 사고에 대비해서 실손보험을 포함한 건강보험에 가입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컨설팅했다. 긴급한 상황에 대비한 자금 역시 일정 부분 마련해 가기를 제안했다.
하지만 A씨는 좀 더 생각을 해보고 다시 면담을 갖자고 했다. 그러나 이후 바쁘다는 이유로 만날 수 없었고, 나중에 지인으로부터 그가 이미 장사를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겨울방학 기간 중 매출이 50% 이상 줄어들면서 대출금 상환과 사업 운영자금에 압박을 받았던 것이다. 게다가 가정일로 긴급한 자금이 필요해 엎친 데 덮친 꼴이 되었다고 한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무리하게 대출원금 상환 목적의 저축을 하던 A씨는 결국 적금을 중도해지했고, 식당에서 화재가 나면서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 일로 장사는 더욱 더 매출이 떨어지게 되었고, 결국 6개월 후에 장사를 그만두게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내놓은 가게도 잘 빠지지 않아 권리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순식간에 엄청난 자산 손실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언제나 자금은 목적을 분명히 하고 계획성 있게 마련해가야 한다. 항상 나에게 예상치 못할 일이 발생할 수도 있고, 사고나 건강 악화도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해야 한다. 또한 각각의 목적 자금들을 시간적인 순서로 준비해가기보다는 종합적으로 자산을 배분해서 병렬적으로 준비해가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 때가 많다. 이것이 지금까지 고객의 재무상황을 보면서 체득한 것이다.
<이창식 | KFG 종합재무설계사>co705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