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이펙트>

찰스 피시먼 지음·이미정 옮김
이상·1만5000원
월마트 창업주 샘 월튼은 1962년 미국 아칸소 주 소도시 벤튼빌에서 1호점을 열었다. 2000년대 후반 그 수는 3800개를 넘어섰다. 오늘날 미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월마트 매장에서 반경 8km 이내의 거리에 살고 통계적으로 날마다 미국 인구의 3분의 1이 월마트에서 쇼핑을 한다. 규모가 커진 만큼 영향력도 커졌다. 문제는 그 영향력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월마트 이펙트>는 “월마트의 사업방식에서 비롯된 총체적 결과”를 ‘월마트 효과’로 규정한다. 월마트 효과가 미치는 범위는 넓다. 월마트의 사업방식은 쇼핑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나 월마트에 상품을 공급하는 공급자들의 사업방식은 물론이고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노동자나 칠레의 어부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월마트 사업방식의 요체는 단순하다. 소비자들이 같은 제품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월마트는 창업 이래 이 같은 ‘상시 최저가’ 전략을 집요하게 추구해왔다. 최저가에 대한 월마트의 집착은 월마트를 바라보는 두 가지 논쟁적 시각을 낳았다. 월마트는 “일반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노력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진취적이고 민주적인 창조물인가, 아니면 그 반대로 사람들을 위하는 척하면서 착취하는 탐욕스럽고 음흉한 괴물인가?”
저자는 월마트가 ‘악덕 기업’이라고 단정하진 않는다. 월마트는 최저가 원칙에 충실할 뿐이다. 공급업체에 대한 영향력을 미끼로 가격을 올려버리는 횡포를 저지르지 않는다. 문제는 월마트의 규모다.
월마트가 공급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제조업체들에게 월마트와의 거래는 딜레마다. 월마트에 제품을 공급하는 일은 대량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해마다 상품 가격을 5%씩 떨어뜨리는 월마트의 요구를 수용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이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면 시장에서의 퇴출을 각오해야 한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적인 대기업인 P&G도 월마트와의 거래에서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두 회사의 관계가 틀어지면 월마트는 큰 손실을 입는 데서 그치지만 P&G는 파멸한다.” 월마트는 시장의 수요 공급 법칙에 지배되지 않고 스스로 시장을 움직인다. 월마트는 지역경제의 활력도 떨어뜨린다. 1993년 월마트 매장이 있는 미국 아이오와 주 34개 지역에 대한 조사를 보면, 월마트 진출 후 해당 지역 서비스 산업의 매출이 13% 하락했다. 또 다른 지역에 대한 조사에서는 월마트가 진출한 지 5년 후 인근 소매업체에서 25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월마트는 공급업체와 지역공동체의 활력을 잡아먹으면서 성장하는 괴물인 셈이다.
자사에 관한 정보 공개나 비판을 극단적으로 꺼리는 월마트의 태도를 저자가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네 살짜리 아이가 느닷없이 등에 올라탄다고 해서 다칠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미식축구 선수라면 사정이 다르다. 저자는 엄청난 덩치로 자라난 월마트가 네 살짜리 소년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덩치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