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미국사회의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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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 산책> 1~17<br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br />각권 1만4000원

<미국사 산책> 1~17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각권 1만4000원

산책이라고만 하기에는 긴 여정이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미국사 산책> 14~17권이 출간됐다. 이로써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미국사 산책> 시리즈가 완간됐다. 아홉 달 남짓 이어진 긴 여정의 마침표다.

강 교수는 언론학자다. 미국사 전공자가 아닌 학자가 단행본 17권 분량의 미국사를 썼다. 시간적으로는 유럽인들의 신대륙 발견부터 오바마 당선 이후 상황까지 다뤘다. 미국의 역사를 시작부터 지금까지 모두 아우른 통사다. <한국 현대사 산책>(모두 18권)과 <한국 근대사 산책>(모두 10권)을 집필하면서 축적한 자료 조사와 서술 방식에 관한 노하우가 이 같은 작업을 가능하게 한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저자가 전공자가 아니라는 것은 오히려 이 책의 장점에 속한다. 강 교수는 애초부터 ‘깊이’나 ‘전문성’보다는 ‘넓이’와 ‘통합’을 겨냥했다. 거시사, 미시사, 사회사, 일상사, 정치사, 지성사 등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비빔밥처럼 섞여 있다.

크게 보아 통사 형식이긴 하지만 시간축을 충실하게 따르는 연대기적 방식으로만 쓰여진 것은 아니다. 연대기적 구분에 구애되지 않고 필요한 경우 한 가지 사건과 관련된 주제들을 줄줄이 엮어 놓았다. 예컨대 부시의 이라크 정책에 대해 말하다가 칼뱅의 종교개혁과의 관련성을 말한 후 다시 20세기로 돌아오기도 한다.

산책의 끝에서 그가 바라본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강 교수는 “미국사는 미국이라는 제국의 발달사”라며 드넓은 국토, 선민의식, 아메리칸 드림이 제국을 만든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자신의 전공 영역을 넘어 한국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줄기차게 발언해온 지식인이다. 그가 <미국사 산책>을 집필한 것 또한 그러한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그에게 미국사를 저술하는 일은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한 방편이다.

강 교수는 시리즈 마지막권인 17권 ‘맺음말’에서 미국은 ‘제2의 한국’이라고 말한다. “한국은 미국형 사회다. 오랜 역사적 관계 때문에 가깝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지구상에서 미국을 가장 빼박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무엇이 그렇다는 말인가. “압축성장, 평등주의, 물질주의, 각개약진, 승자독식 등 다섯 가지가 닮았다.”

신생국 미국의 200년 역사가 유럽 2000년 역사를 압축한 것이듯, 1960년대 이래 한국 사회는 서구의 300년을 압축적으로 따라갔다. 미국과 한국 모두 그 결과 자기반성 능력이 취약하다. “미국은 기억상실의 미합중국이라는 별명이 어울릴 정도로 극단적인 현재·미래 지향성을 보이며, 한국도 이 점에선 다르지 않다.” 한편 평등주의가 강한 반면 개인간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문화, 사회적 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강도 높은 노동과 장시간 근무를 당연시하는 풍토,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 독식주의 관행 등이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고 있는 특징들이라고 강 교수는 말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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