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사진 초대형 낚시 성공한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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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아사히의 ‘김정운 사진 단독 입수 주장’ 보도.

사진 TV아사히의 ‘김정운 사진 단독 입수 주장’ 보도.

“세계 최초 근영 사진 독점 입수.” 일본의 TV아사히는 이날 정오와 오후, 두 차례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내보냈다.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운의 최근 사진. 그러나 세계적 ‘특종’이 무시무시한 악몽이 되기까지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한국의 누리꾼들은 이 사진의 이상한 ‘낌새’를 금방 알아차렸다. ‘특종 사진’이 공개되자마자 ‘20대치곤 너무 중후하다’는 의심이 올라왔다. 마침내 한 블로거가 원본 추정 사진을 제시하면서 게임오버. 누가 봐도 TV아사히와 같은 사진이다. 게다가 이 블로거는 사진을 가져온 카페 주소도 같이 남겼다. 무속이나 굿과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는 카페의 운영자였다.

전후 사정을 종합해보면 산지기라는 닉네임을 쓰는 배모씨(40·건설업)가 사진을 올린 것은 지난 2월께. 사진을 찍은 것은 좀 더 오래 전인 지난해 6월이다. 서산의 한 농장에서 찍은 사진인데, 이 카페 회원들은 그때부터 ‘지도자 동지’ ‘위원장 동지’라며 회원들끼리 농담을 주고받았다(카페를 좀 더 둘러보면 다양한 곳에 현지 시찰 중인 배 ‘위원장 동지’를 발견할 수 있다).

TV아사히만 낚인 것이 아니다. 누리꾼이 제시한 ‘증거’ 캡처를 보면 네이버 인물정보는 기존의 어린아이 사진 대신 이 사진으로 재빨리 교체했다.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일 거의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화제를 모았던 네이버다. 일부 통신사와 언론은 사진 속 주인공이 “김정일을 빼닮았다”는 전문가 멘트를 받아 재빨리 기사들을 쏟아냈다.

누리꾼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세기의 낚시’ ‘자고 일어나니 북한의 후계자가 된 사나이’와 같은 제목으로 전달했다. TV아사히가 어떻게 이 사진을 입수했을까를 두고 여러 추정도 나왔다. 한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기자가 ‘구글링’을 하다 보니 이 카페 회원들이 이야기하던 ‘지도자 동지’ 운운… 이 잡혔고 “이게 왠 대박” 하며 냉큼 보도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물론 그랬을 가능성은 작다. TV아사히 한국지사 측은 Weekly 경향과 통화에서 “본사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고 베이징 쪽이 관련된 것으로 안다”며 “자세한 것은 일본 본사에 문의하라”고 말을 아꼈다.

사태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TV아사히는 6월 11일 발표한 정정(訂正) 보도자료에서 “한국의 당국자에게 전달받았고, 북조선 지도부와 가까운 관계자의 확인작업이 있었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관계자’는 최근 김정운의 후계 사실을 확인해준 김정남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누리꾼의 표현에 따르면 일본의 메이저 방송사와 한국 언론·포털, 게다가 ‘북조선 지도부와 가까운 관계자’까지 낚은 이 ‘초대형 낚시’의 주인공은 ‘한국의 당국자’인 셈인데, 그가 도대체 누구인지, 어떤 목적에서 사진을 흘렸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하루 만에 글을 남긴 배씨는 “어제 오후 한나절은 내가 살아온 40평생을 하루 만에 다 산 것 같았다”라며 “지금은 여러 생각 중이고 차후의 일은 수시로 올리겠다”고 심정을 적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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