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 상담을 위해 만난 한 대기업의 3년차 사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저희 부서의 특성상 40세를 넘으면 그 이상 진급하는 경우는 드물고 회사를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시점이 되려면 10년이 남았네요. 그때가 저의 첫 번째 위기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10년 후의 창업자금을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한 준비를 하려면 집을 장만하는 데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지금처럼 전세로 계속 사는 게 합리적일 것 같다고 했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계획하고 있으며,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그에게는 성공적인 앞날이 펼쳐질 거란 확신이 들었다.
재무설계의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쩌면 이 고객처럼 ‘10년 후를 준비하는 계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 후를 준비’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재정적으로 10년 후를 준비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근시안적인 관점으로 재정을 관리해 나가기 때문에 계획도 없고, 높은 수익이나 비과세 등 단편적인 상품의 특징만 보고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방식으로 재정을 운용하면 시행착오만 반복할 뿐 미래 재무목표를 위한 자산 형성이 이뤄지기 어렵다. 5~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자산 형성을 위해 장기투자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10년 후의 직업을 준비하는 것이다. 고객들을 만나 재무설계 상담을 하면 현재의 수입과 자산을 바탕으로 미래 재무목표(자녀교육자금, 주택자금, 노후자금 등)를 마련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 정년이 짧아지는 요즘의 상황을 반영하면 상당수 고객들의 미래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도출해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무작정 위험한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라고 조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장 좋은 대안은 앞서 예로 든 고객처럼 10년 후의 직업을 준비하는 것이다. 현재 직장에서 퇴직할 때까지 일해서 버는 수입만으로 미래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는다면 10년 후의 직업을 준비해야만 한다. 물론 이는 5년, 또는 20년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창업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취미나 특기를 살린 직업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포괄적으로 본다면 현재 직장에서 임원으로서의 경력을 준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준비야말로 최고의 재무설계 전략이며, 어쩌면 실제 ‘돈’을 잘 관리하는 것 이상으로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필자도 재무설계사로 일하면서 고객들에게 돈에 대한 조언을 뛰어넘어 이런 미래 설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하며 고객들과의 상담에 임하고 있다. 10년 후 당신은 어떤 모습을 꿈꾸십니까?
최종률 CFP <한국재무설계> choijr@koreaf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