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발 단호 대응, 그러나 전쟁은 막아야”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대중들의 반응이 이전과는 좀 다른 상황이다. 동해상으로 미사일이 발사되기도 했고, 핵실험도 있었고, 천안함 침몰도 있었는데 그때에 비해 분노와 불쾌감의 정도가 이번엔 더 높은 것 같다. 과거와 달리 민간인 거주지역에 포탄이 무차별적으로 떨어졌고, 이로 인해 군인은 물론 민간인까지 희생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경우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면서도 신중하고 차분해야 한다는 요청도 만만치 않았으나 이번에는 북한에 대해 오로지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들리는 듯하다.

[KSOI의 여론스코프]“북한도발 단호 대응, 그러나 전쟁은 막아야”

실제 사건 발생 바로 다음날 실시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7.3%가 ‘북한 추가 도발시 전쟁을 불사한 즉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모노리서치, 11월 24일) 당분간은 이렇게 북한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이어질 것이다.

이런 조사 결과가 우리 국민들이 정말로 전쟁까지 감수하고 있다는 여론으로 읽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해석에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사건이 발생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늘상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서는 감성적 판단이 작용하게 마련이다. 흉악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이 검거된 때 사형제 찬성 여론이 여느 때보다 높아지는 것과 같다.

사건 다음날 “추가 도발시 전쟁 불사” 47%
둘째로는 군당국이 이번 사건 초기에 북한에 대해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적 시각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애초 적절한 대응이 있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는 부실하게 대응해서는 안된다는 요구가 일정 부분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 국민들의 분노의 방향은 주로 북한을 향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제1의 국가의 존재이유를 증명하지 못한 정부와 군당국을 향해 있기도 한 상황이다. 즉 민간인 희생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군당국이 소극적이고 유약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본 여론이기 때문이다. 대응의 차원에서 군사적 조치를 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이것이 전쟁 수준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워낙 크다. 2006년 가을에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와 올해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정 시일이 지난 후 조사한 전쟁에 대한 여론을 보면 ‘전쟁 반대’가 70%를 훨씬 상회했다.

이러한 전쟁 반대 여론은 매우 확고한 수준이기 때문에 쉽게 변하기 힘들다. 아무리 북한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하더라도 실제 전쟁이 일어나면 사실상 모든 게 끝나기 때문이다. 비록 전쟁을 경험해보지 않은 세대들이라 하더라도 전쟁이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은 본능으로 알게 되는 사안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 여론은 어떤 면에서 이중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하고 강경한 대응을 하라고 하면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느 정권이라도 늘 북한과 관련해서 감당해야 하는 숙명이다. 충돌하는 이 두 가지 요구에 대해 균형을 잡지 못하는 정부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남북간 긴장과 불안정이 길어지면, 그래서 국민들의 불안이 심해지고, 국가의 대외신인도 하락 논란이 일면 그 불만 또한 결국 정부를 향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어찌할 수 없는 상수’이고, 우리 정부 정책과 대응은 ‘어찌할 수 있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윤희웅<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

KSOI의 여론스코프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