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늘려 복지 확대”50% vs “세금 줄여 소득 증대”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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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보수진영에서는 감세를 통해 경제주체들의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보수적 성향의 현 정부 역시 이러한 기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여당 내 수도권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정부의 감세기조를 그대로 둘 수 없다며 반기를 들었다.

[KSOI의 여론스코프]“세금 늘려  복지 확대”50% vs “세금 줄여 소득 증대”47%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복지와 세금 문제에 대해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복지/세금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지에 대해 ‘세금을 더 내고 사회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50.3%, ‘세금을 덜 내고 개인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46.6%로 나타났다. 얼핏 보면 양쪽 비율에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전 시기와 비교하면 결과에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06년 1월에도 동일한 문항으로 조사를 실시했는데 당시에는 ‘세금을 덜 내고 개인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15%포인트 이상 더 높았다. 당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극도로 저하되고 부동산 관련 세제 인상으로 조세저항감이 고조된 시기였다. 때문에 감세론이 이후 상당 기간 대중들의 호응을 받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복지정책 수행 기대치, 박근혜·유시민·김문수 순
지난 2006년 예에서 보듯 증세에 대해 거부감이 큰 사람들 중 상당수는 정부에 대한 불신도 심한 경우가 많다. 이들이 복지에 대한 거부감까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복지 확대에 대한 여론은 최근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과거에는 복지분야와 관련해서 정부의 역할은 일자리의 충분한 제공 정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실시한 ‘2010 사회조사’에서도 이런 변화가 확인된다. 부모의 노후 생계에 대해 ‘가족과 정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중이 지난 2002년에는 18.2%에 그쳤는데, 올해 조사에서는 47.4%로 29.2%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런 의식변화는 엄혹한 현실에서 생활의 문제가 버거워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20대가 최저임금에, 30대가 보육지원에 관심이 높은 것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복지 확대의 구호만으로 선진복지가 실현되는 건 아닐 것이다. 어쩌면 해당 정책을 다룰 ‘사람’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현재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 중 누가 복지정책을 가장 잘 수행할 것으로 보는지 물어보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28.0%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유시민 원장 13.5%, 김문수 지사 8.6%, 한명숙 전 총리 7.6%, 오세훈 시장 5.8%, 손학규 대표 5.3%, 정몽준 전 대표 3.3%, 정동영 전 장관 1.9% 등이었다.

일반 지지도 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전 대표가 다른 주자들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대권주자 지지도와 동일하게 보인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미를 부여할 만한 해석이 가능하다. 같은 조사에서 실시된 차기 지지도와 비교할 때 박근혜와 손학규는 각각 5.8%포인트, 2.2%포인트 낮았으며, 한명숙, 유시민, 김문수는 각각 3.6%포인트, 3.5%포인트, 2.4%포인트 높았고, 오세훈은 별 차이가 없었다.

유시민과 한명숙 등 진보적 색채가 강한 후보들일수록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대비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대중들에게 복지분야의 경우 진보정치세력이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다는 인식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볼 만하다. 여기에 유시민 전 장관의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직 수행 경험이 있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겠다.

다음 대선이 이제 2년 남짓 남았다. 선거는 단순히 사람을 뽑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정책이 탄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앞으로 남은 기간 후보들의 복지경쟁이 볼 만할 것이다. 구호경쟁이 아닌 내용경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다음 대선에서는 각 후보들의 복지정책이 신선하고 훌륭해서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고민을 주면 좋겠다.

윤희웅<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

조사개요 시기 2010.10.30 방법 전화면접조사 대상 전국 전국 19세 이상 남녀 800명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5%P 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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