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불공정”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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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공정하지 않다. 선진국에서 선진국이 되자고 하지 않듯이 공정한 사회라면 ‘공정한 사회’가 비전이 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요즘엔 더욱 빈번하게 평가되고 있는 듯하다. ‘공정한 사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하반기 핵심기조로 내놓은 이후 정부의 모든 공적 행위를 검토하는 렌즈가 되고 있다.

[KSOI의 여론스코프]“우리 사회는 불공정” 74%

사회 구성원들이 실제 느끼는 정도는 어느 수준일까? 우리 사회의 공정성 여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는데 무려 73.6%가 ‘불공정한 편’이라고 답했다. ‘공정한 편’이라는 응답은 24.1%에 머물렀다. 10명 중 7명 이상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마치 시험에서 맞춘 정답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학교에 다니고 있거나 노력과 역량에 따른 보상이 없는 직장을 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공정하지 않은 편이다’라는 응답은 지역과 연령, 학력과 소득, 직업 등에 상관없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그 중에서도 20~30대의 젊은층, 고졸 학력층, 월평균 200만원 이상 소득층, 자영업층, 블루칼라 및 화이트칼라층에서 평가가 더욱 나빴다.

“검찰 공정하다” 20% 불과
우리 사회가 IMF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을 대거 수용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 확대 등 전반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불공정 인식을 강화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전통적으로 서구에 비해 평등의식이 강한 특성을 보이는 것도 ‘공정하지 못한 사회’라는 인식을 높이고 있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유명환 전 장관의 자녀 특채 논란이 불거져 국민들의 비난이 컸던 것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이 정도면 ‘분노한 대중의 사회’가 틀린 말이 아니다. 각론으로 들어가보자.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곳들을 꼽자면 단연 법원·경찰·검찰·국세청 등 사법·사정기관들이다. 이들은 너무 엄해도 괜찮다. 매정해도 괜찮다. 가혹해도 괜찮다. 누구에게나 저울처럼 공정하기만 하면 말이다. 공정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성적표는 수령하는 즉시 아무도 못보게 주머니 깊숙한 곳에 구겨 넣어야만 할 정도로 초라했다.

이들 기관 각각에 대해 공정하다고 보는지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지 물었는데, ‘공정한 편’이라는 응답이 경찰 30.4%, 법원 31.5%, 검찰 20.6%, 국세청 28.6%로 나왔다. 검찰이 가장 낮았는데 애초부터 인식이 좋지 않았던 데 더해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과잉수사 논란과 스폰서 검찰 의혹 등으로 부정적 인식이 더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법원의 경우에도 다른 기관들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사회 공정성 유지의 최후 보루라는 점에서 심각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제도권 내에서 공정성을 감시하는 기관들의 공정성이 이렇다면 제도권 밖의 대표 외부 감시자인 언론이라도 공정성을 보여준다고 인식되면 좋겠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언론에 대해 ‘공정한 편’이라는 응답도 부끄러운 수준을 면치 못했다. 23.6%였다. 법원·경찰·국세청보다도 낮았다. 검찰보다는 높았다고 위안을 삼으려나.

제도권 안팎의 감시자들마저 공정성을 인정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저 옛날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Juvenal)가 조롱 섞어 꼬집었던 “감시자는 누가 감시한단 말인가(Who watches the watchmen?)”를 거의 2000년이 흐른 지금의 우리마저 읊조려야 하는가.

윤희웅<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

조사개요 시기 2010. 9. 27 방법 전화면접조사 대상 전국 19세 이상 남녀 800명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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