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엔 여의도 정치권도 대개 ‘방학’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번 여름엔 다른 때보다 더 열심히 움직인 인물들이 있다. 바로 오는 10월 3일 민주당 전당대회의 당대표 선거 출마 준비자들이다. 비전을 구상하고, 노선을 제시하고, 정책을 가다듬고, 조직을 정비하느라 분주하다.
10월 3일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는 특히 몇몇 정치인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잡느냐, 아니면 내리막길로 들어서느냐 하는 매우 중요한 갈림길에서의 승부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대략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들을 살펴보면, 정세균·정동영·손학규·박주선·천정배·김효석 등이다.
이들은 당대표 선거 출사표를 작성하는 한편 다른 후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출마선언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가장 신경쓰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로부터 자신이 어느 정도 지지를 받고 있는지일 것이다. 아직 시간이 제법 남아있지만 이제까지의 판세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남은 기간 중 각 후보들이 자신의 지지세를 기반으로 어떤 비전과 전략으로 승부하는지 보다 흥미롭게 관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외부에 공표된 대의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체로 손학규, 정동영의 2강 체제로 요약된다. 뒤이어 정세균은 이보다 약간 낮은 상황이다. 다음으로 박주선, 천정배, 김효석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의원 여론조사서는 격차 좁혀져
정세균 전 대표의 경우 지난 6·2 지방선거까지 모든 선거에서 민주당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성과가 높이 평가되면서 지난 7월 3일 조사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와 함께 2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난 7·28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참패하면서 당시 지도부 책임론이 거론되며 정세균 전 대표의 지지도가 다소 낮아지게 되었다. 이 와중에 정동영 전 장관의 지지도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여기에 박주선 의원도 두자릿수의 지지도를 보인 조사들이 있었다. 손학규 전 대표는 특별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의 경우 전당대회 투표권이 대의원에게 국한되어 있고, 일반국민 여론조사는 반영되지 않지만 비교를 위해 살펴보면 양쪽이 다소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가 1위로 나오고 있는 것은 동일하나 민심에서 1·2위간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17일 KSOI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손학규 29.1%, 정동영 12.1%, 정세균 6.9%, 천정배 6.3%, 김효석 1.3%의 순이었다. 반면 시사인이 KSOI에 의뢰해 민주당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8월 3일)는 손학규 28.1%, 정동영 26.5% 등이었다. 이른바 당심과 민심이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가오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민주당에도 중요하지만 정세균·정동영·손학규 주요 3인의 정치인생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세대교체의 흐름이 앞으로 더욱 세질 수 있어 이번에 기회를 잡지 못하면 그 급류에 휩쓸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번에 대표를 맡게 되면 차기 대권주자에 한발 다가서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영영 기회를 잡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처절한 싸움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링 위에 서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직 전당대회일까지 많이 남아있고, 지도부 선출 관련 룰의 개정 가능성도 있으며, 세력간 합종연횡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최종 결과 예측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최근 민주당 지지도가 20% 중반대로 떨어졌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35%까지 오르면서 한나라당 지지도와 거의 같은 수준에 이르기도 했지만 그 이전 상태로 회귀한 것이다. 어떤 면에서 선거 때 민주당 지지도에는 거품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정권심판론 정서 때문에 정부·여당에 맞서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대항 정당으로서 특혜를 받은 면이 있는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민주당이 반 여권연대의 최대 수혜자로서가 아닌 정당 대 정당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자체적인 경쟁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누구를 대표로 내세워 민주당의 경쟁력을 키울지 궁금하다.
윤희웅<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