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은 1995년부터 민선이 되었지만 지방의회 의원 선출은 1991년부터 시작되었다. 지방자치 부활 시점을 1991년으로 보면 올해로 스무해를 맞게 된다. 사람으로 치면 성년이다. 마침 지난 달 지방자치 민선 5기가 시작되었으니 올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더구나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의 무분별한 재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 무상급식 실시에 대한 압도적 찬성 등 생활 이슈들이 지방선거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도 민선 5기에 거는 기대가 커진다.
하지만 나이를 제법 먹었으면서도 지방자치가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그간 우리나라의 과도한 중앙 집중성으로 인해 시민들이 ‘지방보다는 중앙이 더 낫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갖게 되었기 때문인 탓도 있지만, 그래도 지방자치에 대한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그간 지방자치가 성숙해지기보다는 갖은 문제들을 더 키워왔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와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는지에 대해 시민들이 내놓은 답변이다. 가장 높은 응답은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잦은 비리’였다. 33.0%였다. 다음으로 ‘인기를 고려한 선심정책 남발’이라는 응답이 25.3%로 뒤를 이었다. 그 외에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난개발’ 16.0%,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정책적 갈등’ 11.9%, ‘중앙정치에 대한 지자체의 독립성 약화’ 7.2% 순이었다. ‘모름/ 무응답’은 6.7%였다.
비리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지적이 과거에도 동일했던 것은 아니다. 같은 질문을 2005년 5월에도 했는데 결과가 이번 조사와 다소 달랐다. 당시에는 ‘인기를 고려한 선심정책 남발’이라는 응답이 24.8%로 가장 높았다.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잦은 비리’라는 응답은 22.0%로 두 번째였다. 그 외에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난개발’ 15.2%, ‘중앙정치에 대한 지자체의 독립성 약화’ 15.0%,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정책적 갈등’ 14.6% 등이었고 ‘모름/무응답’은 8.4%였다(KSOI, 2005.5.24).
“지자체 부채상환 유예 선언 공감 못해” 66%
그러니까 5년 전에는 ‘지방자치 선출직들의 잦은 비리’보다 ‘인기를 고려한 선심정책 남발’이 더 큰 문제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순위가 바뀌면서 비리를 꼽은 응답이 가장 높았고, 그 비율도 20%대에서 30%대로 크게 오른 것이다.
이유가 뭘까. 그만큼 지방자치에 비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민선 4기에서 지방자치단체 장이나 지방의회의원들의 선거법 위반과 수뢰 혐의 등 비리와 범죄 연루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자치단체장에 대해서만 살펴보면, 2006년 취임한 민선 4기 기초단체장 246명 중 119명이 각종 범죄로 기소를 당했다. 비율로 보자면 무려 48.4%에 달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민선 1기 때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민선 1기 때는 245명 중 23명, 2기 때는 248명 중 60명, 3기 때는 248명 중 78명이다. 비율로 보자면 9.4%, 24.2%, 31.5%다.
한편 최근에는 수도권의 한 지방자치단체장이 전임자 시절에 발생한 부채가 너무 많아 지불을 유예하겠다고 밝혀서 논란이 됐다.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았겠지만 시민들의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신임 자치단체장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66.0%로 ‘지방정부의 재정 정상화를 위한 것으로 공감이 간다’는 응답 28.3%보다 월등히 높게 나온 것이다.
부채상환 유예 선언은 지자체의 방만한 재정운영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는 있으나, 이것이 오히려 자치단체장의 무책임성으로 비쳐지는 측면이 있다. 뿐만 아니라 소속 정당이 다른 전임자의 실정을 부각시켜 정치적 실리를 취하려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부채상환 유예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주인이 머슴을 새로 뽑아놨더니 이전 머슴이 만들어 놓은 빚은 갚지 않겠다고 하니 어느 주인인들 좋아하겠는가.
윤희웅<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
조사개요 시기 2010. 7. 17 방법 전화면접조사 대상 전국 19세 이상 남녀 800명 오차범위 ±3.5%P(95% 신뢰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