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의 절반이 지나갔다. 금연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 가운데 작심삼일을 이겨내고 반 년 동안 잘 달려온 경우도 있겠고, 연초에 결심만 하고 여전히 흡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금연의 의지는 있으나 흡연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서울시가 흑기사로 나서려 하고 있다. 서울시가 담배연기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금연조례를 만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금연조례는 과거에도 제정하려는 곳이 있었지만 상위법의 근거 규정이 없어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5월 27일 금연구역을 조례로 지정하고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경우에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공포됐기 때문에 조례 제정의 장애물이 사라졌다.
“금연구역서 흡연 과태료 9만원” 44%
서울시가 금연조례 제정에 앞서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1113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6월 18~22일 닷새 동안 전화면접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따라 그동안 운영해 온 금연권장구역 가운데 가장 먼저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할 장소는 어디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결과는 ‘버스정류소’라는 응답이 42.1%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거리’(22.5%), ‘학교 앞 200m 이내 구역’(20.8%), ‘공원’(7.6%), ‘횡단보도’(5.0%), ‘광장’(2.0%) 순으로 나타났다.
조례에 의해 지정된 금연구역 내에서 흡연했을 때 어느 정도의 과태료가 적당하겠는지도 물었다. 결과는 ‘9만원’이 44.2%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5만원’(30.6%), ‘3만원’(9.9%), ‘7만원’(4.6%), ‘8만원’(4.3%), ‘1만원’(4.0%)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가 서울시의 금연조례에 반영된다면 이제 서울시의 버스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꺼내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학교 앞 200m 이내에서도 흡연이 금지되면 지금 걷고 있는 곳이 학교 주변인지 먼저 살펴야겠다. 야외 공원에서도 이제 자유로운 흡연은 쉽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에 흡연가능구역인지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흡연자들의 인기를 끌지도 모르겠다.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다가 적발되면 과태료를 내야 할테니 이래저래 흡연자들의 설 자리는 건물 내는 물론 건물 밖에서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 모든 지역이 금연구역으로 되는 게 아닐까 흡연자들의 걱정은 깊어져만 가는 듯하다. 마치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많이 녹아 머물 장소가 점점 사라져 가는 북극곰처럼.
그러나 흡연자들이 너무 낙심하지는 않아도 되겠다. 흡연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흡연구역을 설치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기 때문이다. 흡연구역 설치에 대해 78.0%가 찬성했고, 반대한다는 매몰찬 의견은 22.0%에 그쳤다.
주변 비흡연자들의 날카로운 눈빛, 담뱃값 인상, 금연 장소 확대 등 전방위적인 사회적 압박의 감도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긴장하지 않으면 웬만한 곳에서는 자유롭게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다. 신경쓰면서까지 흡연하느니 차라리 그만두는 게 어떨까.
<윤희웅 |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
조사개요 - 시기 2010. 6. 18~22. | 방법 전화면접조사 | 대상 서울시 19세 이상 남녀 1113명 | 오차범위 95% 신뢰 수준에서 ±2.9%P | 조사기관 ㈜리서치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