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에 있었던 전국적 규모의 선거인 지난 2008년 총선의 투표율은 46.1%였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투표장을 찾지 않은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체적으로 투표율은 하락세로 나타나고 있고, 최근에 특히 심해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낮은 투표율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원래부터 우리나라 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았던 것은 아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치른 대선에서는 투표율이 무려 89.2%였다.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었을 정도다. 1987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함성만큼이나 높았던 것이다. 투표 불참에 따른 벌금 부과나 공직 진출 제한 등 인위적인 제재 없이 국민들의 자발성에 의해 투표참여율이 90%에 육박했다는 것은 당시 주권 행사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는지 짐작케 한다.
이번 6·2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얼마나 될까. 최근의 하락세가 이어질까, 지난 총선의 46.1%를 상회하는 반등이 나타날까. 최근 조사들을 통해 살펴보면 지난 총선에 비해서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0%를 상회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천안함 사건으로 보수 결집력 높아져
여론조사상 투표 참여 의향을 묻게 되는데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이른바 적극적 투표 참여 의향층이 지난 총선 전 조사결과들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는 선거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1·2위 후보 간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곳도 있고,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경합 지역이 상당히 많은 편인데 이는 투표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지도 격차가 크지 않은 경우 그만큼 유권자 개인이 지니고 있는 ‘1인 1표’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후보 간 격차가 커서 1위 후보가 아닌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에는 어차피 자신의 투표가 사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권 가능성이 높아져 결국 투표율 저하로 이어진다.
여기에 최근 천안함 사건과 이것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가 50대 이상 고연령층의 투표 참여 의향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동시에 실시되는 교육감·교육위원 선거는 취학 자녀를 둔 학부모층의 투표 참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번 선거를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의미로 인식하는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들 또한 투표장을 찾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투표율이 높아지면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할까. 전통적인 설명은 투표율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의 정당 후보들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선거일이 공휴일로 지정되다 보니 활동성 강한 젊은층은 투표를 잘 안하게 되는데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이들의 투표장 방문 비율이 높아지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틀리지 않는 설명이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러한 설명은 보수 성향의 유권자, 즉 50대 이상의 고령층과 주부 및 자영업자 등의 투표율은 이미 상당히 높아 더 이상 높아지기 어렵다는 전제 아래 성립한다. 따라서 대통령 선거처럼 투표율이 높은 경우에는 설명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투표율이 50% 밑으로 낮아져 있는 상황에서는 투표율 상승이 예상된다고 해서 그 효과가 진보적 성향 후보에게만 유리하게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 나타났듯이 보수 성향층의 결집도도 상당히 이완돼 있어서 이들이 투표장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지지 후보들을 당선시켰으니 그 이후에 굳이 투표장에 나가야 할 유인이 감소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 발생으로 인해 안정 희구 성향을 보이는 이들의 결집도가 높아졌고, 이것이 투표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투표율이 현저하게 낮아져 있는 상황에서 진보 성향층 외에 보수 성향층의 투표 참여 의향을 높일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는 투표율 상승이 현 야당 후보뿐만 아니라 여당 후보에게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윤희웅<KSOI 조사분석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