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평가 의미가 부각되는 선거에서는 여당이 야당에 비해 불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가 40%를 상회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여당이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직전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는 30% 정도로 높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승리하지 못하고 패배했다는 나름대로의 근거를 덧붙인다.
실제로 2006년 지방선거 전과 이번 2010 지방선거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를 비교하면 10%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일면 그런 주장이 맞는 듯 하기도 하다. 그러나 정확한 분석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가 낮은 경우 여당이 패배했다는 결과와 함께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높을 때 여당이 승리했다는 자료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어떤 사람은 여당이 완승한 2008년 총선을 사례로 제시할 수 있겠으나 당시는 이 대통령의 임기 시작 후 2개월 남짓 시점에 치러진 선거로 이번과 같은 중간평가 의미의 선거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비교 대상으로 적절치 못하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가 높음에도 여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경우가 있다. 지난해 10·28 재·보궐 선거 직전은 이 대통령 국정운영지지도가 40%를 넘어가면서 비상하던 때였음에도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는 수도권에서 패배했다.
이렇게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 흐름과 여당 선거 결과 간의 괴리는 국정지지도가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인 정치적 지지도가 아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선거에서 바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 수치가 여당 후보의 득표율로 나올 것이라고 연결짓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자(n=404)를 대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어본 결과 ‘정치적으로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는 12.8%에 불과했다. 다른 응답들을 보면 ‘경제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35.5%, ‘임기 첫해에 비해서는 나아진 것 같아서’ 24.2%, ‘정치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13.5%, ‘여론을 국정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11.6% 등이었다.
반여권 유권자 적극적 투표 가능성
한편 정당지지도에서 한나라당이 민주당 등 야당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역시 여당이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사실상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 바로 ‘정당’이기 때문에 이 주장은 결코 틀린 게 아니다. 그러나 이것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여당 지지도가 50%에 가깝고 여당 지지자들의 투표 의향이 매우 강하다면 선거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여당지지도가 높긴 하지만 독자적으로 선거 결과를 압도할 수 있는 비율까지는 아니다. 또한 최근 천안함 정국으로 일정 부분 보수성향층의 결집 현상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 정부 들어 이들의 투표 의욕은 상당히 줄어들어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 수도권 지역의 당시 조사 결과들을 보면 해당 지역의 한나라당 지지도는 민주당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았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여당 후보 낙선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수성향층 또는 여당지지층의 결집력이 이완돼 있음을 보여 주는 결과다. 한편으로는 반여권 성향층 유권자들의 결집력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서도 여당지지도가 높다고 해도 여당 지지자들이 선거일 때 투표장에 적극적으로 가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반여권 성향층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더 많이 찾을 가능성이 높다. 대개 선거에서는 평소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를 보호하기 위해 투표장으로 나서는 마음보다 싫어하는 정당의 후보를 당선시키지 않기 위해 투표장으로 나서는 마음이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윤희웅<KSOI 조사분석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