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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지지도 ‘30·40대의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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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지지 철회, 민주당 선택… PK·서울 지역 두드러진 변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역전됐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급속히 가라앉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지난해 촛불시위에서도 꿈쩍하지 않던 한나라당 지지율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급락하면서 1위 자리를 내놓았다. 한나라당이 지지율 1위를 내놓은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특집]정당지지도 ‘30·40대의 대이동’

지지율 역전은 놀랄 만한 현상이지만 관심사는 다른 곳으로 옮아갔다. 여론조사 결과가 한 차례 요동치면서 과연 어떤 층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마음을 돌렸을까 하는 점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정치·사회조사팀장은 “최근 석 달간 한나라당 지지도 추이를 분석해볼 때 영남 지역에서, 특히 부산·경남(PK) 지역에서 한나라당 지지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KSOI는 3월 23일과 4월 18일, 5월 25일 여론조사(700명 전화조사 표본오차 ±3.7%P)를 실시했다. 4월 18일 조사에서 정당별 지지도는 한나라당 31.4%, 민주당 13%, 무당파 43.4%였다. 5월 25일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은 21.5%, 민주당 20.8%, 무당파 45.4%다.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 지지율에 오차범위 내에서 약간 뒤지지만 한 달 사이의 급격한 변화를 알 수 있다. 두 조사에서 PK 지역의 한나라당 지지율은 41.3%에서 23.2%로 가라앉았다. 무려 18.1%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6.1%에서 13.1%로 올랐지만 전국 지지율의 상승만큼밖에 되지 않는다.

PK지역 한나라당 지지층 무당파로
그렇다면 PK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지지를 철회한 사람들은 어디에 마음을 주었을까. 아무런 정당도 선택하지 않은 무당파에서 PK 지역 응답자가 늘었다. 4월 조사에서 33.7%이던 무당파가 한 달 사이에 52.6%로 부쩍 증가한 것이다. 윤 팀장은 “한나라당의 지지를 철회한 사람들이 바로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그동안 한나라당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한나라당 지지를 표명할 명분이 사라져 무당파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리서치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PK 지역의 당 지지율 급변이 두드러졌다. 한길리서치의 정례조사에서도 PK 지역의 ‘한나라당 지지 철회, 무당파 선회’가 두드러졌다. 한길리서치의 4월 10일 조사에서는 PK 지역에서 한나라당 44.0%, 민주당 4.2%, 무당파 42.5%이던 것이 6월 6~7일 조사에서 한나라당 25.3%, 민주당 13.0%, 무당파 53.3%로 급변했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18.7%포인트 급락한 반면, 무당파는 10.8%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한길리서치 조사(1000명 전화면접 표본오차 ±3.1%P)에서 전체 지지율은 4월에 한나라당 28.8%, 민주당 11.3%, 무당파 50.9%였으나 6월에는 한나라당 21.9%, 민주당 18.7%, 무당층 50.9%였다. 한길리서치의 조사는 6월 6일 이뤄졌다는 점에서 5월 29일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 이후 다소 진정 국면에 들어간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장 전후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앞섰으나 다시 뒤지면서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길리서치와 KSOI의 최근 몇 달간 조사를 비교해보면 5월 말 이후 한나라당의 지지율 급락과 민주당의 지지율 급상승 추세는 거의 똑같다. PK 지역 외에 지지율 변화가 두드러진 곳은 서울 지역이다. KSOI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4월 30.6%에서 5월 말 31.0%로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9.9%에서 23.8%로 급상승했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4월 36.3%에서 6월 15.2%로 급락했고, 민주당 지지율은 4월 15.7%에서 23.3%로 올랐다.

KSOI 조사에서는 서울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의 급상승이,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율의 급락이 나타났지만 결과적으로는 어쨌든 서울 지역에 지지율의 급변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두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가 보여주고 있다.

기존 무당파는 민주당 지지로 선회
PK 지역과 서울 지역 외에 두 여론조사기관의 지역별 조사 결과는 약간 편차를 보였다. KSOI 윤희웅 팀장은 “여론조사에서 전체 지지율은 의미가 있으나 지역별 사례로 들어가면 표본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 자체로 분석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오차범위가 훨씬 커진다는 것이다.

KSOI의 최근 몇 달간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의 지지도 급락은 PK-강원·제주-충청-TK-인천·경기 순이었다. 민주당의 지지율 급상승은 대전·충청-서울-호남 순이었다. 무당파의 감소는 서울이 16.7%포인트, 호남이 8.7%포인트였다. 이런 결과로 볼 때 아무 정당도 지지하지 않았던 서울 지역 사람들이 대거 민주당을 지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 지역에는 못 미치지만 호남에서도 많은 응답자가 ‘지지정당 없음’에서 ‘민주당 지지’로 옮아갔음을 알 수 있다. 윤희웅 팀장은 “이슈에 민감한 지역인 서울 지역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민주당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서 많이 올랐다”면서 “호남에서는 민주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면서 아무런 정당을 지지하지 않다가 서거 이후 민주당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길리서치의 몇 달간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율 급락이라는 큰 변화는 서울과 PK 지역에서 일어났다. 민주당 지지율 상승이라는 변화는 한나라당 지지율 급락에 비해서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다만 서울과 수도권·PK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다소 상승했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예전에는 민주당이 호남에서만 우위를 보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에서도 우위를 점했다”며 “서울 지역의 우위는 향후 수도권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길리서치의 최근 몇 달간 조사에서는 지역별보다 연령별 변화가 부각했다. 20대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30대에서는 한나라당 대 민주당 지지율이 4월 17.1% 대 8.5%에서 15.1% 대 19.1%로 뒤집혔다. 40대에서는 4월 30.7% 대 9.2%에서 6월 17.2% 대 20.7%로 역전됐다. 30대와 40대에서 ‘한나라당 지지 철회-민주당 선택’의 경향이 확연하게 나타난 것이다. 홍형식 소장은 “최근 변화에서 연령별 변동이 눈에 띈다”면서 “40대까지 민주당 지지율의 우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최근 여론 특징 ‘반MB성향의 결집’
KSOI 조사에서도 연령별 변화가 두드러졌다. 20대에서 한나라당 대 민주당 지지율이 4월에는 25.0% 대 9.6%, 5월 14.0% 대 21.3%로 급변했다. 30대에서는 4월에 18.3% 대 18.2%이던 것이 5월에 10.9% 대 28.3%로 크게 벌어졌다. 40대에서 4월에는 30.4% 대 13.7%이었다가 5월에는 22.7% 대 21.3%로 크게 바뀌었다. 50대 이상에서 4월에는 45.1% 대 11.1%에서 5월에는 33.6% 대 14.7%로 폭이 줄어들었다. KSOI조사에서는 30대와 40대 외에도 20대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윤희웅 팀장은 “진보적인 20대와 30대는 지금까지 민주당이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정당으로 보고 있지 않다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진보세력의 위기를 실감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의 급변은 2004년 이후 꾸준히 진행돼온 ‘한나라당 우위-민주당 열세 구도’를 깼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윤희웅 팀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특징적인 현상을 ‘반MB 성향의 결집’으로 보았다. 윤 팀장은 “최근 몇 달간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가 ‘지지정당 없음’으로 이동하고, ‘지지정당 없음’이 ‘민주당 지지’로 이동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지지정당 없음’은 과거 민주당 성향의 지지자들이었지만 막연한 진보적 지지자, 노 전 대통령 지지, 민주당에 대한 실망, 정동영 의원 공천 거부 불만 등으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민주당에 대한 거부 반응을 버리고 이 대통령에 맞서는 대안세력으로 민주당을 선택했다”고 윤 팀장은 보았다.

홍형식 소장 역시 윤 팀장과 비슷하게 분석했다. 홍 소장은 “무당층은 큰 변화가 없으나 구성 성분이 바뀌었다”면서 “한나라당 지지를 이탈한 쪽에서 무당층으로 가고, 무당층에서 민주당으로 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고정적인 지지층을 주목했다. 홍 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항상 20%를 유지했다”면서 “이 지지율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지 않다가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담은 민주당으로 옮겨갔다고 보면 민주당 지지율 변동의 의미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크게 변화한 속에서 민노당과 진보신당 지지도는 큰 변화가 없었다. 윤 팀장은 “두 정당은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오히려 피해를 본 점이 있다”면서 “이 같은 현상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민주당에 집중된 시각 때문에 진보적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선택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론했다. 홍 소장 역시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지지도에는 큰 변화가 없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민주당으로 초점이 집중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윤 팀장은 “여론조사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민주당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정치인은 정동영 의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상승 국면이 지속될지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윤 팀장은 “한나라당 지지율의 추락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전에도 4·29재·보궐선거 대패와 한나라당 내부 분란으로 이미 진행 중이었다”면서 “하지만 민주당 추월 국면은 여론조사의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홍 소장은 “지금 여론조사의 급변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유동층이 일시적으로 쏠린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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