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변화와 대응 방안은, 내년부터 300개 사업장 순차적 제한
![[커버스토리]에너지 사용 ‘커트라인’ 생긴다](https://img.khan.co.kr/news/2009/11/30/20070109000034_r.jpg)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2005년 배출량 대비 4% 수준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가 개발도상국에 권고한 감축 범위(BAU 대비 15~30% 감축)의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2005년 대비 ‘4% 감축 목표’를 정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 8월 2020년까지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2005년 대비 8% 증가(1안), 2005년 수준 동결(2안), 4% 감축(3안)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 뒤 산업계·비정부기구(NGO) 간담회 등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이날 4% 감축안으로 최종 결정했다. 당시 논의 과정에서 산업계는 예상대로 “무리하게 온실가스를 줄이면 기업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1안을 지지한 반면에 시민단체는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녹색산업을 발전시키면서 환경도 지킬 수 있다”며 3안 또는 3안보다 더 강화된 안을 요구했다. 이런 논의 과정이 있은 뒤 정부는 3안, 즉 4% 감축(배출전망치 30%)을 확정한 것이다.
산업계 “무리한 감축안은 경쟁력 약화”
<Weekly 경향>이 단독 입수한 ‘에너지 사용량(toe)이 높은 300개 업체(2005년 기준)’를 분석한 결과 사용량이 가장 많은 기업은 한국전력공사로 나타났다. 한전은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주요 6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전의 2005년 에너지 사용량은 4728만 toe로 국내 전체 에너지사용량 1억7085만toe(2005년 기준)의 28%를 차지, 단연 1위를 기록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에너지 사용량에 비례하므로 배출량도 한전이 가장 높은 셈이다.
이어 철강산업 특성상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포스코(2개 계열사 포함)가 9.5%(1635만toe)로 2위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0.05%(904만 toe)로 단위기업별로는 1위를 차지했다. 이들 기업을 제외하면 정유·석유 화학분야에서 에너지 사용량이 많았다. 기업별로는 SK에너지㈜와 S-OIL㈜ 온산공장이 0.016%와 0.011%로 각각 8위와 10위를 기록했다.
이어 GS칼텍스 13위, ㈜현대오일뱅크 22위 순으로 정유 업체들이 사용량 상위를 기록했다. 특히 부문별 에너지 소비량에서는 석유·화학(4249만toe)을 포함한 산업부문이 전체 소비량의 55%(9436만toe)를 차지해 가장 높았고, 항공·육상 운수 등 수송부문 20%(3556만toe), 가정부문 14%(2254만toe), 상업부문 8.3%(1431만toe), 공공기타부문 2.3%(406만toe) 순으로 집계됐다.
에너지 소비량 상위 3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전체 사용량에서는 2004년 1억772만toe에서 2005년에 1억1096만toe로 큰 변화는 없었다. 단위기업별로도 순위에 일부 변동은 있으나 사용량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특이한 점은 1년 사이에 대부분 사업장에서 에너지 사용량은 감소한 반면 제품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이다. 기업별 생산량 자료를 요청한 결과 한전, 포스코, S-OIL 등 에너지 소비량 상위 기업 모두 생산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의 경우 6개 계열사 가운데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남부발전을 제외한 4개 계열사 모두 생산량이 소폭 증가했다. 한국남동발전은 2004년 3만7003GWh에서 2005년 4만3041GWh로 약 6000GWh 는 것을 비롯해 한국중부발전 3만5601GWh→3만7905GWh, 한국동서발전 3만6044GWh→3만6343GWh, 한국수력원자력 13만2203GWh→14만8124GWh 등으로 각각 늘었다. 반면에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남부발전은 당시(2005년) 발전소 계획예방정비로 인해 3만7783GWh→3만7729GWh와 4만8434GWh→4만6481GWh 등으로 소폭 감소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모두 생산량이 소폭 증가했다. 포항제철소는 1344만9000t→1355만6000t, 광양제철소는 1718만8000t→1745만3000t으로 각각 늘었다. 정유업체도 생산량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S-OIL㈜은 2004년 1조9474만 배럴에서 2005년에 1조9763만 배럴로 1.5% 생산량 증가를 보였다. 다른 업체들도 에너지 사용량 대비 생산량이 조금씩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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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에너지 사용량 1위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이 확정됨에 따라 산업계에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당장 내년부터 기업들은 에너지 사용량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지켜야 하는 등 많은 의무가 뒤따르게 된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과 건물은 에너지 사용량 목표를 정해야 한다. 연간 에너지 소비량이 석유 기준으로 50만 toe 이상인 사업장은(50여 개 지정) 내년, 5만toe 이상 사업장(200여 개)은 2011년, 2만 toe 이상 사업장(400여 개)은 2012년부터 각각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기준 50만toe 이상 에너지를 소비하는 사업장은 단위기업별로 총 40개 업체로 분류된다. 분야별로 보면 한전(발전)과 포스코(산업)를 비롯해 SK에너지㈜, S-OIL㈜ 온산공장, GS칼텍스, 여천NCC㈜, 삼성토탈, ㈜한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화학 분야 대부분 사업장이 대상이다. 또 동양시멘트㈜ 삼척공장, 쌍용양회공업㈜ 동해공장, 라파즈한라시멘트㈜, 성신양회㈜ 단양공장 등 요업 업체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에너지 사용량 2만toe 이상 사업장으로 2012년부터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사업장은 300여 곳 모두다.
공공기관·대형건물 2011년부터 동참
이어 공공기관과 연간 에너지 1만 toe 이상 쓰는 대형 건물도 2011년부터 동참해야 한다. 정부 청사는 당장 내년부터 대상에 포함된다. 또 화물자동차 등록대수가 100대 이상인 물류기업도 내년부터 자발적 형태로 참여하게 된다.
기업들의 참여도와 목표 달성률을 높이기 위해 상벌제도가 강화된다. 정부는 기업이나 기관이 목표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미달성 시에는 과태료 등 패널티를 부과하는 채찍과 당근 정책을 병행할 예정이다.
기업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 기업은 원칙적으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취지에는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업 특성에 맞는 추진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전, 포스코, SK에너지 등 에너지 소비량 상위 기업들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천명한 것은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온실가스 30% 감축안’이 산업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에서는 투자를 유도하고 고용을 창출하라고 말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등) 강력히 제재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하는 것”이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중소 제조 업체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분위기는 어둡다. 한 제조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이야 재정적 여유가 있어서 그나마 낫겠지만 에너지를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는 영세 제조업체까지 의무감축 기준을 강제한다는 것은 ‘망해라’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유연하고 기업 규모에 맞는 감축 방안을 요구했다. 다른 제조 업체들도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에 사용하는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지만 설비증설 및 가동률 등에 따른 변수가 많아 아직은 (정부에서)구체적 안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도 갑작스런 변화에 따른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유연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한편 환경단체에서는 정부가 내세운 감축 목표는 개도국에도 못 미치는 ‘수치’라며 “감축안을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재단, 청년환경센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등 여러 환경 관련 단체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9위,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5위에 이르는데 “4% 감축안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치”라며 “2005년 대비 최소 25%를 감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보다 소득이 훨씬 낮은 브라질과 인도네시아도 BAU(배출전망치) 대비 40% 가량을 줄이겠다고 약속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발표한 목표치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이렇게 낮은 수준의 시나리오가 제시된 배경에는 산업계가 있었다는 의문점도 들고 나왔다.
중소 제조업체 “일단 지켜보자”
이런 지적에 대해 정부도 할 말은 있다. 1997년에 합의된 교토의정서에는 의무감축국인 선진국은 2020년에 1990년 배출량 대비 25~40%(2005년 대비 평균 5.2%) 줄이도록 돼 있고, 한국을 포함한 개도국은 15~30% 감축안이 권고돼 이보다는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으로서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교토의정서상 의무감축국에서 제외됐지만 1990년 이후 제조업 중심의 경제 성장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2배가량 급격히 증가, OECD 가입국 가운데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온실가스의 최대 적인 화석연료 의존도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기도 하다.
toe
에너지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석유환산톤이다. 영어로는 TOE(Tonnage of Oil Equivalent) 이며, 석유 1톤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1석유환산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1000toe/년이라고 한다면 1년 동안 1000톤의 석유를 연소시켜 발생하는 에너지의 양이 된다.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선진국이 개발도상국 환경산업 등에 투자해 감소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자국의 감축 실적에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서상준 경향닷컴 기자 ssj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