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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감축안은 합리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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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권고 개도국 목표 최고 수준… 녹색성장위 내부문건 “산업계 배려”


11월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활동가들이 주요 선진국이 빈국들에 일방적인 메뉴를 제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유엔기후변화회의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AFP/연합<afp 연합=""></afp>

11월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활동가들이 주요 선진국이 빈국들에 일방적인 메뉴를 제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유엔기후변화회의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AFP/연합

"이번 코펜하겐 협상 자리에서 한국의 입장은 ‘튀어나온 못’과 같다.”
조성돈 환경정의 녹색사회국장의 말이다. 정부는 이번 ‘11·17 온실가스감축 국가목표 선언’을 통해 일찌감치 협상에 임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을 밝히면서 국가 위상을 제고하고, 첨예하게 입장이 갈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종의 자화자찬인 셈이다. 그러나 민간·시민사회의 평가는 비판적이다.

다음은 조 국장의 말. “우리가 2005년을 기준으로 4% 감축하겠다고 정했지만 그건 우리 생각이고 어차피 협상장에 가면 다시 협상할 수밖에 없다. ‘당신들이 온실가스 1인당 배출 기준으로 세계 9위국인데 배출 예상치를 적용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들어왔을 때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물론 정부의 주장은 다르다. 녹색성장위는 “정부가 확정한 배출전망대비(BAU) 30% 감축안은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즉 IPCC가 개발도상국 지위의 나라에 권고한 감축 범위(BAU 15~30% 감축)의 최고 수준”이라면서 “이번 협상의 타결 여부나 다른 국가의 감축 목표 설정 여부에 의존하지 않는 자발적이고 독자적인 국내 목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고 수준’ 주장에는 반론이 나온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브라질의 경우 아직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6~39%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고 인도네시아는 26%를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선진국 지원 시 41%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코펜하겐 회의 분위기 급변
실제 이번 코펜하겐 회의의 성과는 어떻게 될까. 일단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회의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온실가스 배출 1, 2위를 다투고 있는 중국과 미국의 행보였다. 중국은 11월27일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5%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 온 미국 역시 하루 앞서 2005년 대비 17%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향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 국가목표치는 어떤 계산에서 나온 것일까. 김상희 민주당 의원 등은 “3개 안 이외에 추가적으로 작성된 시나리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Weekly 경향>이 입수한 녹색성장위 내부 문건을 보면 실제 2005년 대비 26% 늘리는 안(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8% 감축)과 2005년 대비 11%를 감축하는 안(35% 감축)하는 안이 존재했다. 녹색성장위가 11월3일 작성한 ‘국가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의 대안적 건의’라는 내부문건에서는 “산업계 감축량은 산업계 의견을 반영, 보수적으로 판단했고, 산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건물·교통부문에 많이 배정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환경·시민단체의 “정부대책이 산업계 편향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빙자료가 나온 것이다. 손옥주 녹색성장위 기후변화정책 과장은 “한국은 다른 개도국과 달리 조건을 걸지 않고 30% 감축을 하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추가 시나리오 등과 관련해 손 과장은 “검토 단계에서 여러 안이 나와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3개 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답변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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