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상추 - 섬유소 풍부, 육류와 ‘찰떡 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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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산물의 재발견

농협이 마련한 주말농장인 대원농장에서 유치원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상추를 따는 체험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농협이 마련한 주말농장인 대원농장에서 유치원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상추를 따는 체험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먹을 때 함께 먹는 상추의 양은 기껏해야 20~30장, 100~200g 정도일 것이다. 그런 상추가 가락시장에 하루 100t 넘게 반입된다고 하니 우리가 이 채소를 얼마나 즐겨먹는지 짐작할 수 있다. 몇 해 전 날씨 탓에 작황이 좋지 않아 상춧값이 폭등한 적이 있다. 당시 신문기사 제목이 ‘삼겹살에 상추를 싸먹을 판’이었다.

고대 이집트 왕국의 피라미드 무덤에 그려진 몇 가지 식물을 상추로 추정하는 학자도 있고,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기원전 기록에 상추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상추는 아주 오래전부터 길러 먹은 농산물이 틀림없다. 중국에는 6세기쯤 페르시아에서 인도를 거쳐 전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삼국시대 사람들이 이미 상추를 즐겼다고 하니 중국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잎상추가 일반적인 우리와 달리 서양에선 잎이 모여 공처럼 둥그렇게 만들어진 결구상추를 ‘상추(lettuce)’라고 부른다. 상추는 해방 이후 미국이 들여온 후 군납용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보통 ‘양상추’라고 부른다.

그리고 영어 ‘lettuce’는 복수형이 없다. 찢어서 먹기 때문에 하나 둘 셀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대신 양상추 한 통은 ‘a head of lettuce’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1만 원짜리 지폐를 ‘배춧잎’이라고 하는데 미국에선 ‘상추잎(lettuce)’이라고 부른다. 고급 양채류로 치는 로메인 역시 상추의 하나다. 영어로 ‘로마인의 상추(Romane Lettuce)’이고 ‘시저의 샐러드(Caesar’s Salad)’라는 별칭도 있다.

지금은 널리 퍼졌지만 광주 지역에서만 먹는 상추튀김이라는 음식이 있다. 상추를 튀겨 먹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것이 아니고 튀김을 상추에 싸서 먹는 것이다. 튀김 재료로는 잘 불린 마른 오징어와 삶은 계란을 많이 쓴다. 1970년대 중반 광주여고와 전남여고, 수피아여고 여학생들로 바글바글했던 상추튀김집 추억을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것이다.

상추는 먹는 느낌이 상쾌하고 씹는 느낌이 좋아 주로 날로 먹는다. 단백질과 섬유질, 무기질, 칼슘 말고도 조혈성분인 구리와 철분, 신경이나 근육작용을 돕는 마그네슘이 들어 있어 피를 맑게 하고 빈혈을 예방한다. 비타민 A와 E가 풍부해 살결이 거칠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상추의 줄기를 꺾으면 나오는 흰 즙액을 락투신(lactucin)이라고 하는데 불면증을 없애고 신경을 안정시킨다. ‘상추를 먹으면 졸립다’는 말은 여기서 비롯한 것이다. 해독작용이 뛰어나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해 신장 기능을 돕고 섬유소가 풍부해 변비 해소에 도움을 준다.

가루 내어 양치질 하면 입냄새 제거
특히 상추는 고기를 먹을 때 빠지지 않는다. 고기에 부족한 섬유소와 비타민이 풍부하기 때문에 영양면에서 조화를 이룬다. 돼지고기와 상추를 함께 먹으면 콜레스테롤 축적을 막아 동맥경화증과 고혈압을 예방하는 데 좋다. 상추를 채소건조기나 전자레인지에서 잘 말려 가루를 만들기도 한다. 이것으로 이를 닦으면 입냄새 제거나 치아 미백에 효과가 좋다.

고려시대 때 원나라로 끌려간 고려 여인들이 고국을 그리워한 나머지 궁중 뜰에다 고려의 상추를 심어 밥을 싸 먹으면서 망국의 한을 달랬다는 기록도 있다. 상추는 우리 민족이 절대 끊지 못하는 채소인 것이 확실하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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