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텐도MB에서 MB박스747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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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

다음 아고라

출발은 이명박 대통령의 2월 4일 발언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닌텐도 게임기를 많이 가지고 있던데 우리도 ‘닌텐도 같은 거’ 개발해볼 수 없느냐” 지식경제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한 말이다. 어쩌면 그냥 한 번 던져본 말일지도 모른다.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마켓을 대상으로 한 ‘차세대 먹을거리’를 고민해야 한다는 정도의 뜻이리라.

비상경제대책회의 참가자들이 이를테면 ‘초등학생용 게임개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든가, 지시사항과 관련해 후속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이야기는 아직 없다. 하지만 발언이 나온 지 채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누리꾼은 ‘가카’(각하의 변형어)가 밝힌 청사진을 구현했다. Overeasy라는 누리꾼은 다음 아고라의 자유토론방에 “가카! ‘닌텐도 같은 거’ 개발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누리꾼에 따르면 이 게임기의 이름은 ‘명텐도MB’. 그는 “위대하신 민족의 영도자 MB가카께서 순시 중에 말씀하신 주옥같은 말씀을 받들어 새롭게 출시한 초딩용 게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카의 위대하신 의견을 반영했다”며 이 게임기는 ▲좌회전 버튼 제거 ▲제품 색상에서 빨간색 완전 제거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왼쪽’과 ‘빨간색’을 싫어하는 ‘가카’의 뜻을 따른 것이란다. 그뿐 아니라 이 게임기는 ▲일본산 조명 시스템인 ‘뉴라이트’를 기본 장착, ‘어두운 지하벙커’에서도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였으며 ▲‘2MB’ 대용량 메모리를 장착하였기 때문에 확장은 불가능한 특징을 지닌다.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다. ‘가카를 지켜라!’ ‘방송국 점령작전’의 두 타이틀이 기본 제공된다. ‘가카를 지켜라’는 5년 동안 몰려드는 촛불에 맞서 물대포, 방패, 최루액 등 무기가 될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을 사용해 가카를 방어하는 게임이다. 그는 이밖에도 ‘대운하 파기’ ‘독도는 우리땅?’ ‘주식해서 부자되세요’ 등 많은 게임 타이틀을 발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누리꾼은 “하루 만에 이런 역작이 탄생하다니”라며 감탄했다. 나머지 사항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발매 회사명은 ‘주식몬스터BBK’다. 가격은 아직 미정인데, 권장소비자가를 7만4700원으로 하자는 ‘현실가’ 주장과 18원의 ‘염가폭탄세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른 누리꾼은 ‘명텐도MB’에 영감을 받아 경쟁제품 ‘MB박스 747’도 출시되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게임기를 빗댄 것이다. 동시 발매한 타이틀은 ‘대운하타이쿤(본격 운하건설 시뮬레이션)’ ‘만수매니지먼트2009(국가경제 시뮬레이션)’ ‘철거 2k9(서민학살 FPS-1인칭 슈팅게임)’ 등이다.

발언과 패러디에 대해 한국닌텐도 쪽은 어떤 입장일까. 한국닌텐도 관계자는 “그건 코다 미네오 한국닌테도 사장이 말씀드려야 할 부분인데, 현재 출장 중이라 문의드린 것에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어쨌든 부담되는 눈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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