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구속 ‘둥신의 저주’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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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를 언급한 ‘둥굴게’의 게시글. 이 글을 올린 이틀 뒤, 미네르바는 긴급 체포됐다. |DC인사이드

미네르바를 언급한 ‘둥굴게’의 게시글. 이 글을 올린 이틀 뒤, 미네르바는 긴급 체포됐다. |DC인사이드

아니나 다를까 미네르바 구속 사태는 많은 이야기를 낳았다. 일부 누리꾼은 ‘박씨 대역론’을 진지하게 거론했다. ‘고구마파는 늙은이’라고 스스로 묘사한 진짜 노인 미네르바는 따로 있으며, 박씨는 미네르바를 위장하기 위해 정부를 포함한 ‘누군가’ 조작한 가짜라는 것이다. 한 인터넷 언론의 칼럼을 빌려 “지난 12월 말경 정부당국자와 진짜 미네르바가 만나 절필에 합의했다”는 이야기도 급속도로 퍼졌다. ‘복수의 미네르바’와 관련한 심각한 이야기는 다른 심층취재 기사에 맡기자. 여기서는 미네르바의 구속 또는 실체와 관련한 또 다른 ‘예언’을 소개한다.

먼저 ‘둥신의 저주’. 일부 경제지에서 소개하기도 한 ‘둥신의 저주’란 DC인사이드의 주식갤러리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행적과 관련 있다. ‘둥굴게’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이 학생은 나타나는 순간부터 ‘주가의 동반하락’을 불러오는 ‘영험’을 보였다. 아마도 처음부터 ‘둥신의 저주’가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던 것 같진 않다. ‘둥굴게’ 역시 보통 초보 주식 투자자처럼 고수 투자자들을 벤치마킹해 투자했다. 그리고 “오늘은 ****님의 투자를 따라 해볼까”라고 그가 언급하는 순간, 지목된 이는 나락으로 곤두박칠쳤다. 열이면 열이었다.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리 우량주라도 일단 그의 ‘관심’을 받는 순간 하한가를 면치 못했다. 손해를 본 ‘둥굴게’가 잠시 주식 투자를 멀리하자 주가는 반등했다. ‘둥굴게’가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주식시장은 그럭저럭 굴러갔다. 하지만 수능이 끝나고 그가 주식갤러리에서 활동을 재개하는 순간, 다시 증권업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나저나 웬 미네르바?

‘사연’은 이렇다. 1월 5일 새벽, 둥굴게는 “저는 궁금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썼다. “미네르바처럼 경제 지식으로 시장을 분석해서 그 결과가 맞을지….” 그리고 이틀 후 미네르바는 긴급 체포되었다. 둥신의 게시글은 누리꾼의 ‘성지(聖地)’가 됐다. 해당 게시물을 찾은 누리꾼은 “둥신님, 저에게 입에 담지 못할 쌍욕 한 번만 굽신굽신” “2MB 한 번만 언급해주십시오” “로또 1등 당첨 못 될 것이라고 말씀 한마디만 해주세요”라고 댓글을 올렸다. 물론 족집게처럼 반대 결과를 가져오는 둥신의 신통력(?)에 기대겠다는 소리다.

‘허본좌’도 다시 화제를 모았다. DC인사이드 허경영 갤러리에 실린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감옥에 수감 중인 허경영씨가 미네르바가 구속되기 전 “원래 아는 사람이며, 편지도 보내고 교류를 계속하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 허씨는 “이전부터 내가 내놓은 ‘경제공약’을 보고 ‘무언가 통하는 게 있다’ 싶었던 거지”라며 미네르바가 한국에 한 명, 외국에 한 명, 그래서 두 명이 있다고 주장했다. 허씨 주장을 접한 누리꾼은 “뻥이라고 치기엔 무리수가 너무 큰 거짓말”이라며 “역시 허본좌”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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