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정부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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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주유소>

<꿈꾸는 주유소>

이명박 정부는 실용정부라는 별칭을 거절했다. 그냥 이명박 정부로 써달라는 주문이었다. 참여정부나 국민의정부, 문민정부 같은 거창한 타이틀보단 역대 정권의 ‘별칭’처럼 거론되는 대통령 이름을 그냥 정부 이름으로 써달라고 했으니 이게 ‘실용’을 구현한 것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누리꾼은 일찌감치 ‘오해 정부’라는 별칭을 부여했다.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이미 후보자·당선인 시절부터 BBK, 마사지걸 발언, 비즈니스 프렌들리 등 논란이 있을 때마다 “~오해다”라는 해명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누리꾼 사이에선 영어몰입교육 등과 관련해 ‘인수위 오해 시리즈’가 돌았다. 2008년 10월, 한 누리꾼이 만든 랩송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다. 대국민기자회견 등 이명박 대통령의 육성에서 뽑아낸 말로만 편집한 노래다. 이 노래의 후렴구는 “~오해입니다”라고 말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명박 대통령뿐 아니다. 다른 한 누리꾼은 인수위 시절부터 10월까지 이명박 정부 관계자의 오해 발언을 총괄하는 이미지 패러디 게시물을 만들었다. 유인촌 장관의 “성질 뻗쳐서…” 동영상 논란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욕설은 없다. 오해다”라고 해명했다. 이경숙 전 인수위 위원장은 “‘어린쥐’는 큰 오해였다”고 말했다. YTN 인사와 관련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중립성 훼손 우려는 오해”라고 말했다. 자신의 재산 의혹과 관련해 국민일보 편집국장과 통화해 ‘봐달라’고 한 이동관 대변인은 “보도통제 논란은 오해”라고 발언했다. 민요 ‘옹헤야’를 개사한 ‘오해야’라는 노래도 나왔다(가수는 ‘李氏와 그 졸개들’이라고 되어 있다). 처음에는 인수위 시절 이경숙 위원장의 발언을 중심으로 한 가사였지만 ‘발언’이 늘어남에 따라 노래는 더 긴 버전이 되었다.

그리고 2009년. 새해에도 오해 발언은 계속된다. 8일 오전만 하더라도 청와대는 적시타를 두 개나 날렸다.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과 관련해 이동관 대변인은 “정치적 ‘오해’가 두려웠으면 오히려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린 첫 비상경제대책회의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지하벙커에서 개최하는 게) 일각에서 오히려 위기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으나 이는 ‘오해’”라고 설명했다. 한 누리꾼은 이와 관련해 “당신들 두더‘쥐’였던 게냐”고 평했다. 이 대통령과 연관하여 ‘쥐’와 관련한 또 다른 농담이 진화한 것이다. 다른 누리꾼은 “순간적으로 두더‘쥐’를 표준어로 ‘오해’할 뻔했다”고 덧붙였다. 이 누리꾼의 말대로 표준어는 두더지다. 그냥 그렇단 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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