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와 발효 접목 부가가치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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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 과정서 만들어진 미생물이나 효소 ‘천연해독제’ 기능

[캠페인]한약재와 발효 접목 부가가치 창출

토종 한약재와 새로운 발효(숙성) 기법이 만나 세계 건강상품 시장의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식약품 개발의 소재가 되고 있어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은 좋은 물, 좋은 산, 좋은 공기를 갖고 있다. ‘사람과 동식물 생육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약초에서도 그 효능이 입증된다. 인삼, 산초, 울금, 삼백초, 이질풀, 어성초, 쇠뜨기, 옻 등 거의 모든 약재료가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산초 보급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박종천 워킹사이언스 대표는 “한국 지리산에서 일본으로 옮겨 심은 산초의 성분을 조사하면 한국과 일본 산초의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면서 “분명한 것은 향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산초는 향이 짙고 끝맛이 상큼한 반면 일본 산초는 향이 약하고 쓴맛이 난다. 아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센텔라아시아티카가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나는 것으로 마데카솔을 만들어야 상처 치유 효과가 있는 것과 같다. 생육 과정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떤 물질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방 발효 연구, 면역력 배양에 초점
생육 조건이 좋을 때 숙성(발효) 효과가 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생육조건이 좋을수록 발효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의 활동도 활발하기 때문이다. 양덕춘 경희대 교수(한방재료가공학과)는 “한약재와 발효를 접목한다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방치료재는 그 자체가 발효제품이다. 한약재나 차를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렸다는 구증구포(九蒸九暴)가 이를 입증한다.

한의학 치료는 음양원리에 따른다. 화기(火氣)가 많으면 물을 뿌리고, 축축하면 불의 기운을 높이는 식이다. 따라서 한방 치료는 인체 내부의 균형을 찾아주고 생명 에너지를 활성화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특히 한방발효식품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이 있다. 한의사 이지향씨는 “한방에서 몸을 따뜻하게 한다는 의미는 양기를 복돋고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몸이 냉기에 노출되면 장기 기능이 저하하고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의 원인이 된다. 혈액은 사람의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 산소, 물과 백혈구 등 면역물질을 운반하는데, 이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몸에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몸을 차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독성물질이다. 과다한 음주와 흡연이 가장 대표적이다. 하지만 담배와 술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어느 정도 절제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독소는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생활환경이 만들어내는 것들이다. 인스턴트 음식의 방부제, 트랜스 지방 및 색소 첨가물, 식품에 남아 있는 잔류 농약, 생활 환경 호르몬 등 수없이 많다. 현대인은 산모의 초유에서 환경 호르몬인 다이옥신이 나오고 봄쑥에서 아프락톡신이라는 발암물질이 나오는 생활환경에서 살고 있다.

한방 발효 연구도 한약재 흡수율 제고와 함께 면역력 배양과 해독작용 증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를 위해 특수공법을 활용하는데, 그것을 통칭 ‘한방 발효’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발효는 유산균이나 비피더스균, 누룩균 등이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방치 숙성’ 과정이다. 반면 한방 발효는 숙성 과정에서 새롭고 미생물과 효소를 만들거나, 아니면 유익한 미생물과 효소를 한약재에 침투시켜 항균·항산화·항염·항암 작용을 하는 미생물을 만드는 과정이다. 여기서 나온 미생물이나 효소가 바로 인체 내 유독 성분을 제거하는 ‘천연해독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천연해독제는 특히 사람의 체질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양덕춘 교수는 “발효를 통해 약재의 농약을 제거할 뿐 아니라 사람의 체질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방 발효 제품은 누구나 같은 양을 먹으면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표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발효의 표준화란 부작용이 없고 특정 기능을 가진 유산균, 장내 미생균을 만든다는 의미”라면서 “표준화에 성공한다면 한방 발효의 부가가치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효 홍삼을 예로 들면서 “사포닌(진세노사이드)은 열처리 정도에 따라 40종 정도가 나오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고 전제하고 “그 중에 RG3, RH2, 컴파운드K 등 인삼(수삼)에는 없으나 홍삼에만 있는 사포닌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발효울금, 발효옻 등 주목받아

한방 발효로 제조한 여러 가지 건강식품들.

한방 발효로 제조한 여러 가지 건강식품들.

그러나 아직 한방 발효는 연구 성과가 크지 않다. 일부 벤처기업에서 상품을 개발한 정도다. 예를 들면 발효울금, 발효옻, 발효홍삼, 발효솔잎, 홍국 등이 있다. 벤처기업으로는 젠텍스코리아, 두루원, 바이오팜 등이 주로 한방 발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금은 만병의 근원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작용으로 주목받는 약초다. 울금은 세계 5대 건강식품(미국 <타임> 선정)의 하나로 꼽히는 카레의 원료다. 쉽게 말하면 노란 단무지의 색깔을 내게 하는 데 이용한다. 울금의 발효 비밀은 바로 노란 색소원인 쿠루쿠민 등의 항산화 작용을 돕는 것이다. 항산화 작용은 심장·뇌·피부질환, 당뇨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임상실험에서 입증되고 있다. 발효옻도 주목받고 있다. <동의보감>은 “옻은 살로 가는 게 아니고 뼈로 간다”면서 “여성에게는 골수를 충족시켜 뼈에 좋고 남성에게는 정력(스태미나)에 좋다”고 적고 있다. <본초강목>도 “걸쭉한 피도 옻을 접하면 맑아진다”며 어혈 제거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고유 약효의 기능성을 배가시키는 발효옻은 여성의 자궁근종, 난소물혹을 파열하고 여인의 경맥불통 적취(체한 것이 오랫동안 쌓여 단단해진 것)를 풀어준다.

소나무의 잎인 솔잎은 예부터 한방 또는 민간요법의 약용이나 건강식품으로 이용하고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솔잎은 위장병, 중풍, 고혈압, 신경통, 천식 등에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대학 임무현 교수와 두루원 부설 두루원 생명공학연구소팀은 합작솔잎의 이러한 약리작용에 주목해 기능성 다단발효추출물을 얻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임상실험까지 마쳤다. 솔잎 다단발효추출물 개발에 참여한 (주)두루원 전무는 “솔잎은 머리털을 나게 하며 오장을 편하게 하고, 곡식 대용으로 쓰였다”면서 “다단발효를 통해 약효와 맛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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