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밭에 농약을 뿌리고 있는 농부의 모습. <김성식 기자>
박영준이 1972년에 엮은 <한국의 전설>에 사람이 소로 보이던 시절의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동네 사람끼리 서로 잡아먹는 일도 다반사였는데 파를 먹고부터 그런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아마도 파의 독특한 향과 맛을 싫어하는 아이들이게 먹이기 위해 만들어낸 설화인 것 같다.
파는 어떤 음식을 만들든 그 요리를 완성하는 의미를 지닌다. 파 자체는 그리 영양가가 많지 않지만 다른 음식의 영양가를 보완하고 맛을 좋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거의 모든 찌개와 고기·생선 요리에 빠지지 않는데, 맛을 돋우는 외에도 고기를 연하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 음식의 독을 해독하고 비린내를 중화시키기도 한다. 라면 봉지 뒷면의 조리법에도 ‘식성에 따라 파 등을 넣으면 더욱 맛있다’고 적혀 있다.
파뿌리 말려 끓여 먹으면 감기에 좋아
최근에는 성인병과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 환영받고 있다. 또 칼슘과 인, 비타민, 철분 등이 풍부해 위의 기능을 돕고 감기 악화를 막는 효과도 있다. 중국 서부지역이나 중앙아시아가 파의 원산지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에선 고려시대 이전부터 재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는 줄기가 매끈하게 쭉 뻗고 흰색과 초록색 부근의 경계가 분명하며 초록색이 선명한 것이 좋다. 초록색 부분은 주로 멸치, 다시마 등과 함께 음식의 국물을 낼 때 사용한다. 흰색 부분은 썰어서 비닐팩에 담아 냉장실이나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다. 통째로 보관할 때는 키친타월이나 신문지에 싸서 다시 비닐팩에 담아 넣으면 된다. 요리하고 남은 파를 잘라 화분에 심어두면 직접 길러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파와 궁합이 맞지 않는 식품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역이다. 미끈미끈한 미역국에 미끈한 대파를 섞으면 음식 맛을 느끼기가 어렵다고 한다. 또 파에는 인과 유황이 많아 미역국에 넣으면 미역의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 맛만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니고 영양 효율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혼식 주례사에 으레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하는 표현이 동원되는데 파의 뿌리 쪽 흰색 부분을 백발에 비유한 말이다. 이 부분은 파를 재배할 때 흙을 수북이 덮어(북 주기) 광합성을 못하도록 한 것이다. 흰색 부분이 길어야 상품으로 대우받는다. 한방에서는 파뿌리를 감기약 등으로 활용한다. 갓 뽑은 파뿌리를 잘라 잘 말려서 겨울에 감귤 껍데기, 생강 등과 함께 끓여 차처럼 마시면 된다.
겨울철 별미인 과메기 등과 함께 먹는 쪽파는 파(대파)와 양파의 교잡종으로 알려져 있다. 효능은 파와 비슷하지만 덜 자극적이어서 파김치 등으로 두루 쓰인다. 재배도 비교적 쉬워 텃밭 채소로 각광받고 있다. 쪽파로 장아찌를 만들기도 한다.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끓인 간장을 부어 만들기도 하고, 고추장에 박아 두었다가 양념해 먹기도 한다. 특히 돼지고기를 먹을 때 함께 먹으면 좋다고 한다.
올해 파 작황이 무척 좋아 생산량이 크게 늘고, 값이 형편없다고 한다. 음식 만들 때 파 많이 넣는다고 절대 흉잡힐 일이 없는 만큼 찌개 등에 한움큼 더 집어넣어 맛과 건강을 챙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