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식습관을 바꾸자
김치 현미·홍국·흑마늘 등 개발 속속 선보여

강원 정선 만항재에 군락하고 있는 야생화, 둥근이질이 활짝 피어 있다. <최병준 기자>
발효식품이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발효는 한마디로 썩는 것이다. 썩는다는 것은 자기를 죽여 해체시키는 것이다. 섞어야 새 생명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물질이 생긴다. 다시 말하면 미생물이 자신의 효소로 유기물을 분해 또는 변화시켜 각기 특유의 최종 산물을 만드는 과정이다. 익은 김치에서만 생성되는 젖산이 콩의 단백질을 분해해 아미노산류를 만드는 이치다. 이같은 발효로 발생하는 다양한 저분자 영양소는 300만 개에 이른다고 한다. 또 우리 몸 안에 들어가면 생리적으로 유용한 기능을 한다.
소화란 음식물을 흡수하기 좋을 정도로 잘게 부수는 과정을 말한다. 장내 음식물을 급속히 부패시키기 위해서다. 방부제가 들어 있는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을 먹고 나면 장내 음식품의 이상 발효로 소화불량과 장내 가스 증가, 변비 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방부제를 첨가한 음식은 잘 부패하지 않는다. 소화 능력마저 저하시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만연한 인스턴트, 패스트푸드는 가장 자연적이라는 산모의 초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임신한 상태에서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은 산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유에서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이 섭취 허용량의 24배, 많게는 48배까지 검출된 사례도 학술지에 보고됐다.
위험한 식품의 공포로 인한 면역식품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면역식품의 최고는 발효식품이다. 발효식품의 유용한 생리적 기능으로는 ▲혈액을 약 알칼리로 만들고 ▲체내에 불순물을 배출·제거하며 ▲장내 세균의 평형을 유지하고 ▲세포를 강화 또는 활성화하며 ▲소화 촉진 작용을 하고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시킨다.
김치는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인정
김명옥 전 경기대 대체의학 대학원 B/T과정 외래교수는 “항염증, 혈액정화 등 발효효소의 작용 덕분에 120가지 질병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현재에도 수없이 많은 분야의 발효효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 개선 효과란 곧 면역력의 강화 없이 불가능한 것이다. 가장 용이한 면역력 강화 방법은 무해한 곰팡이와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이다. 적당한 상태로 발효된 김치에 여러 종류의 균을 넣은 결과 4시간 만에 99% 이상의 균이 사멸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고추가 원재료인 고추장에 비타민 C와 비타민 E가 사과보다 20배나 더 많이 들어 있어 뛰어난 항산화력을 발휘한다.
이런 약효가 알려지기 전부터 세계 어느 곳에서나 그 고장에서 생산되는 원료를 이용하여 그 지역 사람들의 기호에 맞도록 만든 전통 발효식품이 있다. 특히 우리 민족은 엄청난 숙성 발효공학의 지적 재산을 조상에게서 물려받았다. 김치는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 연구진은 청국장에서 강력한 혈전 용해 효소를 추출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스와 조류인플루엔자가 만연했음에도 우리나라에선 감염 환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가 우리의 훌륭한 발효식품 덕분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숙성식품 응용은 매우 활발하다. 특히 일반 소비자의 기능성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기업과 개인이 기능성을 가진 발효 식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고의 건강식으로 알려지고 있는 김치 현미는 현미의 미강을 유산균을 발효시킨 식품이다. 특히 인체 면역력 증진과 자연치유력을 극대화하는 데 뛰어난 면역식품이다. 율무의 단백질 분해효소는 항종양 작용을 할 뿐 아니라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따라서 암예방은 물론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단백질 분해를 촉진시키는 작용도 하기 때문에 체내에 섭취된 단백질 연소가 빠르면 혈액순환이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산야초 효소액 농가소득 증대

흑마늘과 흑마늘로 만든 ‘천연의 식물 산’.
홍국은 ‘병을 고치는 밥’으로 통한다. 홍국은 빨간색을 띤 누룩이다. 빨간색이 바로 발효의 비밀이다. 배양한 홍국 균사체를 쌀 속에 침투시키면 균사체가 쌀 속에서 자란다. 홍국에는 특히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무나콜린K(2차 대사산물)라는 효소가 많은데 혈관을 넓히고 피를 맑게 해 혈관계통 질병에 특히 효력이 있다. 홍균쌀을 조금 넣어 밥을 지으면 빨간 빛깔의 밥이 된다. 맛있게 먹는 동안 면역균을 섭취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한국 홍국은 2005년 한·중·일 생약발효학회에서 세계 표준 홍국으로 인정받아 세계에 공동 보급되고 있다. 한·중·일생약발효학회(수석회장 지근억 교수)는 “한국식약청 건강기능식품 공전의 홍국 기준 규격을 세계 표준으로 인정하고 한국형 고품질 홍국을 중국에서 저가로 공동 개발하여 각국에 보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검은 마늘은 통칭 ‘맛있는 마늘’로 통한다. 마늘을 20일 정도 숙성시키면 마늘 속이 검은빛을 띤다. 흑마늘은 특유의 마늘 냄새도 나지 않고 단맛이 난다. 씹을 때도 딱딱한 생마늘과 달리 쫄깃쫄깃한 느낌을 준다. 흑마늘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조그마한 단지에 황토흙을 넣고 거기에 마늘을 넣고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서 적당한 온도로 숙성시키면 된다. 흑마늘, 즉 숙성마늘을 개발함으로써 ‘몸에 좋은 마늘도 맛있게 먹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산과 들에 지천으로 자생하는 산야초로 효소액을 만들어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농가도 적지 않다. 산야채 효소는 산야초(야생식물 혹은 야생화)를 이용해 만드는 효소를 뜻한다. 산야초 효소는 양력 5~10월에 산과 들에서 나는 초목 중에서 뿌리, 잎, 껍질, 열매를 발효시켜 일정 기간 이상 숙성시킨 액(즙)이다. 강원대 식품생명공학부는 최근 산야초의 약리적 효능에 관한 연구를 발표해 우리나라에서 나는 각종 산야초가 강한 항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취나물을 비롯한 냉이·곰취·씀바귀·잔대순·쇠비름·개미취·민들레·질경이 등 10종류는 발암물질의 활성률을 80% 이상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생동물의 응급처방법을 봐도 산야초의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상한 음식을 먹은 고양이나 개는 녹색풀을 뜯어먹는다. 구렁이가 산불로 화상을 입으면 소루쟁이의 싱싱한 잎을 이용하고, 독사한테 물린 동물은 쥐방울 덩굴을 뜯어먹어 해독한다. 새는 날개나 다리에 외상을 입었을 때 주둥이로 늙은 소나무의 송진을 쪼아 상처에 문지른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