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올림피아 채화 현장에 나타난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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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 채화 현장 생방송 화면에 찍힌 정체불명의 얼굴(노란 동그라미 안). /youmake.com

성화 채화 현장 생방송 화면에 찍힌 정체불명의 얼굴(노란 동그라미 안). /youmake.com

3월 24일 오전 11시 11분. 새가 지저귀는 가운데 엄숙한 의식이 거행된다. 고대 그리스의 여사제로 분한 여성이 남자 아이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른다. 올림피아의 헤라신전이다. 4년마다 이곳에서는 올림픽 성화 채화 의식이 열린다. 올여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CCTV를 비롯해 여러 나라의 방송사가 이 행사를 생중계했다. 한 달여가 지난 뒤, 이 영상은 지구촌 인터넷을 들끓게 했다. 행사 도중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의 얼굴 영상이 찍혔기 때문이다. 이 동영상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검색 엔진 구글 등에서 ‘olympic’과 ‘ghost’를 입력하면 유투브(youtube)와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 오른 해당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중국 CCTV의 자료에선 그 ‘허공에 떠 있는 얼굴’을 최소한 두 차례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기준으로 보면, 1분 40여 초에 한 번, 그리고 약 50초 후에 다시 한 번 그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잡힌 얼굴 영상이 더 선명한데, 카메라가 패닝함에 따라 이 ‘얼굴’도 스윽 카메라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직접 보면 상당히 오싹하다).

지구촌 누리꾼의 여론은 분분하다. 유튜브에 티베트 인권문제와 결합해 ‘얼굴’이 나온 부분만 편집해 올린 Dizazstar라는 이는 “이 ‘유령’은 3개 방송사 카메라에 각각 다른 앵글로 잡혔다”고 말한다. 그는 동영상에서 이 얼굴의 주인공이 현장 보안 담당자이거나 특수효과(FX)일지도 모르지만, 시간여행자일 수도 있다고 상상의 나래를 폈다. 댓글을 남긴 외국 누리꾼 반응도 마찬가지다. 시간여행자설을 지지한 한 누리꾼은 “올해 베이징 올림픽은 유례없는 인권유린 사태 후 치르는 올림픽이라서 미래의 사람들에게도 역사적인 구경거리일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인 혹은 나치’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한 주장을 펴는 사람이 캡처한 이미지를 보면 정말 허공에 떠 있는 얼굴 밑에 제3제국 군복이 어렴풋이 있는 것 같다. 국내에서도 일부 블로거를 중심으로 분분한 의견이 나온다. mirimaru라는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스트리밍 동영상 압축으로 얼굴색이 회색으로 탈색해 유령처럼 보이는 것은 있지만, 근처에 서 있는 다른 여성의 얼굴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동영상을 검토한 문영식 한양대 전자컴퓨터 공학부 교수는 프레임 밖 여성의 얼굴이 모종의 화면 왜곡을 통해 찍혔을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문 교수는 “확실한 근거를 갖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합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직접 현장에서 영상을 찍지 않았더라도, 또 각기 다른 카메라 앵글에 잡혔더라도 전송 과정에 특정 목적으로 영상을 삽입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Dizazstar라는 누리꾼은 “합리적 설명이나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영상이나 텍스트로 답을 남겨달라”고 했지만, 이 역시 ‘진실은 저 너머에’로 그칠 공산이 크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이래저래 말 많고 탈 많은 올림픽으로 기록될 것 같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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