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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연비 등급 ‘기준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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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량에 상관없이 1~5등급으로 단순화… 수입 대형차 3~4등급으로 추락 불가피

연비 4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선 GM대우 마티즈(왼쪽)와 1등급에서 4등급으로 추락한 렉서스 LS460.

연비 4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선 GM대우 마티즈(왼쪽)와 1등급에서 4등급으로 추락한 렉서스 LS460.

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연비) 등급이 새로운 체제로 바뀌었다. 기존에는 차량의 배기량에 따라 800cc 이하부터 3000cc 이상까지 8개로 나눠 각각 5등급씩 분류했으나 이제는 배기량에 상관없이 오로지 연비만으로 1~5등급으로 나뉜다. 1등급은 연비가 ℓ당 15㎞ 이상이며, 2등급은 12.8~14.9㎞, 3등급은 10.6~12.7㎞, 4등급은 8.4~10.5㎞, 5등급은 8.3㎞ 이하다.

3월 24일 지식경제부 장관 명의로 고지한 새로운 연비 등급 체제는 8월 1일부터 적용한다. 에너지관리공단 수요관리실의 장성규 팀장은 “사실상 지금부터 시행하는 것”이라면서 “8월 1일까지는 쉽게 말해 계도 기간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장성규 팀장은 “기존 등급 체제에 맹점이 많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소비자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라고 말한다.

GM대우 마티즈 4등급서 1등급으로
연비 등급이 새롭게 바뀌면서 메르세데스-벤츠 E350(8.7㎞/ℓ)나 렉서스 LS460(8.8㎞/ℓ) 등 1등급으로 분류됐던 수입 명차들의 연비 등급이 대부분 3, 4등급으로 떨어진다. 오피러스, 그랜저 등 국내 대형 세단의 연비 등급도 추락한다. 반대로 기존 등급 기준에서 3등급에 불과했던 기아자동차의 모닝(16.6㎞/ℓ)은 1등급으로 올라섰고 GM대우의 마티즈(16.6㎞/ℓ)는 4등급에서 1등급으로 수직 상승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등재된 529종의 차량 중 1등급에 포함되는 차량은 모두 44종에 불과하며 수입차는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23.2㎞/ℓ), 푸조 407 2.0HDi(17.4㎞/ℓ), 폭스바겐 골프 2.0TDI(15.7㎞/ℓ) 3종뿐이다.

연비가 제일 우수한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연비가 제일 우수한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새로운 연비 등급 기준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존 연비 등급은 ℓ당 8~9㎞밖에 달리지 못하면서도 1등급을 매겼을 정도로 불합리했다”면서 “소비자 중심 시대, 고유가 시대에 새로운 연비 등급 체제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말한다. 박병일 신선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진작에 개선했어야 할 제도”라고 잘라 말한다.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에너지효율도 꾸준히 향상돼왔다. 그런데도 ℓ당 10㎞도 주행하지 못하는 차량이 수두룩할 정도로 연비가 좋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 역시 자동차 기술의 발전에 있다. 자동차가 최첨단 장치로 무장하면서 각종 편의사양과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전기와 에너지 소모가 많아진 것이 한 원인이다. 자동변속기가 대표적이며 에어컨, 냉장고, 열선시트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원인은 자동차 업체들의 출력 경쟁, 속도 경쟁이다. 박병일 교수는 “자동차업체들이 배기량을 초월한 출력·속도 전쟁을 벌이는 것이 연비 개선을 방해하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배기량에 맞는 출력과 속도로도 충분한데 그것을 뛰어넘는 엔진 성능을 발휘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연료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 박 교수는 “말로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라지만 실제로는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 탓”이라고 덧붙인다. 배기량에 맞는 성능과 시스템을 적용하고 불필요한 편의장치를 없앤다면 연비가 훨씬 개선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표시 의무화
새로운 연비 등급 체제를 적용하면 국내차 업체보다 수입차 업체가 더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우수한 성능에다 연비 또한 1등급이라고 자랑해왔던 일부 수입차 업체가 연비에 관한 한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김필수 교수는 “중대형 차량을 선호하는 추세여서 아무래도 수입차 업체들이 불리할 것”이라면서 “지금 같은 고유가 시대에 소비자들은 연료 값을 많이 고려하기 때문에 에너지소비효율이 낮은 차는 저항감이 생길 것”이라고 진단한다. 실제로 일부 수입차 업체는 바뀐 체제에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수입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연비와 관련해 마케팅 효과를 더 보지 못할 것 같다”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저항감이 생기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앞으로 출시되는 차량에는 새로운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표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국내에도 고효율·친환경 자동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제네시스 시승기
정차 시 엔진소리 ‘들릴락 말락’

[CAR]자동차 연비 등급  ‘기준 통일’

출시 전부터 화제를 낳았던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제네시스를 만났다. 시승한 모델은 BH330이었다. 선루프, 내비게이션, 주차 카메라 등이 없는 모델이었지만 ‘고급 차’라는 느낌을 주는 데는 충분했다.

우선 디자인에서 우아함을 풍긴다. 큼지막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그 위에 박힌 제네시스 특유의 엠블럼이 눈길을 끈다. 잘 다듬은 곡선 체형은 품위를 느끼게 한다.

외모로 봐서는 차가 그리 크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스마트키로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실내가 꽤 넓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난 후 굉장히 놀랐다. 엔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고 차체나 시트가 흔들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시동이 걸린 건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조용하던 엔진은 차가 움직이자 꽤 큰 소리를 냈다. 하지만 차를 멈추면 다시 언제 그랬느냐는 듯 소리를 죽였다. 마치 정차 시 엔진이 멈추는 하이브리드 카를 탄 듯했다. 차에서 내려 보닛 근처에 가도 엔진 소리가 미세하게 들린다. 그러나 보닛을 열면 소리가 크다. 보닛에 방음·흡음재를 두툼하게 적용한 듯하다.

가속페달을 본격적으로 밟았다. 현대차가 과감히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고 선언한 벤츠와 BMW만큼 출발이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속도가 어느 정도 붙자 이들 차와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수입 명차에 비해 묵직하고 이질감이 느껴진다. 이것은 차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분이 아니라 현대차가 의도적으로 적용한 기술, ‘오르간 타입 가속 페달’과 ‘킥 다운 필링 시스템’ 때문이다. 이 기술들은 운전자가 페달 조작감을 더욱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운전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적용한 것이다. 기어를 잡을 때 느낌이 좋으며 굴곡을 만들어놓아 기어를 바꿀 때 손맛도 느낄 수 있다.

제네시스는 후륜 구동이어서 언덕길을 올라갈 때, 코너링할 때, 복잡한 공간에서 주차할 때 전륜 구동보다 훨씬 유리하다. 추진력이 크고 방향 조절이 전륜 구동보다 수월하기 때문이다.

야간에 주행할 때 제네시스의 실내는 은은하다. 흰빛과 파란빛이 어울린 실내에 렉시콘의 LOGIC7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퍼지는 음악은 부드럽고 잔잔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유럽 명차를 경쟁모델로 삼고 개발, 출시했다는 현대차의 공언이 지나친 자신감만은 아니라는 것을 제네시스를 타보고 알았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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