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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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넷]먹는 이명박

인절미, 떡, 호떡, 오이, 과자, 산낙지, 국밥, 순대국밥, 옥수수빵, 풀빵, 수제비, 고추, 생굴, 아이스크림. 이 먹을거리들의 공통점은? 이명박 대통령(또는 당선인, 후보, 전 서울시장)이 지난 1년 사이에 먹다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것들이다.

하긴, 지난 대선 때 기억나는 정치광고가 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거론하는 게 욕쟁이 할머니가 욕하던 말던 ‘닥치고 국밥 먹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CF다. 이 광고의 여파인지, 한동안 언론들은 이 대통령이 무엇을 먹는지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풀빵 먹는 이명박’. 이건 학창 시절 풀빵 장사를 했다고 하니 찍는 입장에서는 나름 ‘그림이 되는’ 사진이다.

‘국밥 먹는 이명박’ 사진은 지난해 4월 충남 예산에서 찍힌 사진인데, 어쩌면 그 정치광고 CF에 영감을 줬을 수도 있다.

‘커피를 직접 타 마시고’ ‘샌드위치로 아침을 먹고’ 하는 건 평범한 직장인이나 할 짓이지만 높으신 그분께서 직접 하신다니 나름 보도가치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일진데, 오버는 계속된다. 샌드위치 먹던 대통령이 “나는 시골 출신이라 떡을 먹어야 한다”며 송편을 먹었다고 모 언론은 지난 3월 27일 전한다. 결국 네티즌에게 씹혔다. ‘모범H’이라는 필명을 쓰는 블로거는 “만날 먹는 뉴스만 나온다고 해서 검색해봤다”며 ‘먹는 이명박 검색 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비교 검증을 위해 ‘먹는 노무현’도 검색해봤다. 확실히 전임 대통령보다 현 대통령의 먹는-식사 또는 군것질-사진이 많다(이 블로거는 자매품이라며 ‘마시는 이명박’ 검색 결과도 붙여놓았다. 주로 물, 커피 등으로 품목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이 사진들도 무시 못할 분량이다).

이 블로거는 “이 대통령이 뉴스로 싸이질하는 모양”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사용하는 많은 사용자가 음식점 등에서 주문한 음식 사진을 올리는 게 많은 걸 빗댄 것이다. 게시글을 접한 네티즌은 “컴퓨터 접속이 안 돼 직접 못하니 기자를 시켜 싸이질하고 있군” “아주 전국 맛 기행을 하고 있군요. 5년 후에는 책 나올 듯” “(먹는 사진이) 많다많다 생각만 했지 눈으로 확인해보니 더 기가 차다” “MB 싸이 음식사진 코너 업로더” “몇 달 후엔 (나라 말아)먹는 대통령 사진이 즐비할 것”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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