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아우디·볼보·GM 등도 가세… 기존 가격 고수 렉서스는 판매 저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고급 수입차의 가격 인하 바람이 올해에는 더욱 거세다.
가격 인하를 촉발한 업체는 BMW코리아다. 지난해 5월 BMW코리아는 528i의 신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존의 525i보다 가격을 최고 1900만 원 낮춘 6750만 원으로 책정했다. 엔진 배기량과 성능을 개선했으면서도 오히려 가격을 낮춘 데 대해 많은 사람이 반색했다. 한편, ‘그렇다면 기존에는 터무니없이 비싼 것 아니었냐’며 질타했다. 몇 가지 옵션을 없앤 것(6CD 체인저, 크루즈컨트롤 기능)만으로 1900만 원이나 인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엔진 성능은 기존 모델보다 우수했기에 폭리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당시 BMW코리아 측은 가격 거품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냐는 비판에 ‘한국의 수입차 시장이 점차 확대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해 5월 BMW코리아는 뉴 5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최고 1900만 원 인하했다.
BMW 인기 높자 타 업체들도 잇따라
BMW528i는 특히 출발 시 페달과 핸들이 무거워 반응이 빠른 차를 선호하는 사람은 불만사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거침이 없다. 더욱 세련되게 꾸민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의 디자인도 최근 수입차 업체들이 새로운 타깃층으로 눈독을 들이는 젊은 층을 사로잡는 요인 중 하나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50㎞를 넘겨도 RPM이 그다지 올라가지 않으며 엔진이 별다른 반응이 보이지 않아 차가 매우 안정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BMW528i는 우수한 성능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 등 경쟁모델에 비해 가격이 수천만 원이나 저렴해 출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BMW528i는 지난해 5월에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베스트셀링 카로 선정됐다.
BMW528i의 폭발적인 인기는 다른 수입차 업체의 가격 인하를 유도했다. 엄밀히 말해 가격 인하를 먼저 단행한 업체는 혼다, 포드 등이지만 이들의 결정은 그리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 반면 BMW코리아의 가격 인하는 수입차 시장에 큰 바람을 일으켰다. BMW가 고급 명차의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BMW코리아에 영향을 받아 다른 수입차 업체들이 속속 가격을 인하하기 시작했다. 이미 판매되고 있는 모델의 가격을 인하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수입차 업체들이 채택한 가격 인하 방식은 주로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하거나 신차를 선보일 때 인하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었다.
렉서스 판매량 1위서 7위로 급락

7년 만에 풀체인지 모델로 출시하며 가격이 낮아진 메르세데스-벤츠의 뉴 C클래스.
올 들어 가격 인하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대표적인 고급 브랜드인 아우디가 A8시리즈를 새롭게 출시하면서 최고 1380만 원이나 가격을 인하했으며 볼보 역시 2008년형 S80을 최고 800만 원 인하해 출시했다. GM코리아도 캐딜락과 사브의 새 모델을 기존 모델보다 싼 가격에 선보였다. BMW코리아와 경쟁관계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S500의 AMG패키지 모델을 최고 3000만 원 인하한 가격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측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7년 만에 풀체인지한 뉴 C클래스를 출시하면서 이미 가격을 수백만 원 인하했다. 그 덕분인지 올해 현재까지 뉴 C클래스의 판매량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다른 모델보다 훨씬 앞서 있다.
반면 렉서스는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과 경쟁업체의 치열한 가격 인하 경쟁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가격을 조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인지 기존 가격을 고수하고 있는 렉서스의 실적은 올해 들어 급감했다. 지난해 12월 판매량 1위였던 렉서스는 올해 1월 폭스바겐과 크라이슬러에도 밀리며 7위로 추락했다. 2월에는 조금 만회한 듯 보이지만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BMW에 이어 4위를 기록해 지난해의 명성에 비하면 초라하다. 수입차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한 소비자는 “브랜드 밸류를 따져도 벤츠나 BMW가 렉서스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며 “게다가 가격까지 싸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벤츠나 BMW를 구입할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렉서스도 결국 가격을 인하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가격 인하는 소비자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다.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판매량이 급격히 는다면 해당 업체에도 이익이 되는 셈이다. 결국 가격 인하 바람은 수입차 업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모하비 시승기 우람한 몸집, 섬세한 편의장치 ![]()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의 모하비는 첫인상부터 주위의 다른 차를 압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몸집이 대단히 육중하기 때문이다. SUV가 아니라 마치 승합차가 아닌가 착각하게 한다. 우람한 육체에다 곡선보다 직선을 위주로 한 디자인이 강렬했다. 같은 대형 SUV지만 곡선이 눈에 띄는 현대자동차의 베라크루즈가 몸집에 비해 부드러워 보인다면,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부사장의 디자인 철학인 ‘직선의 단순화’를 실현한 모하비는 매우 단단해 보인다. 모하비는 생김새만으로는 온로드보다 오프로드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느낌이 든다. 오프로드에서 우수한 성능을 뽐내는 외국의 유명 SUV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최첨단 편의·안전장치를 갖춘 속내를 들여다보면 무척 섬세하다. 모하비는 스마트키 기능이 있어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키를 꽂은 후 버튼을 누르는 것과 달리 키를 손에 쥐고 있든, 주머니에 넣고 있든, 키를 가지고 있다면 굳이 꽂지 않아도 버튼만 누르면 된다. 자신의 체형에 맞게 시트와 거울 등의 위치를 기억시키면 탈 때마다 똑같은 위치로 자동 조절된다. 운전자가 본인 혼자라면 기억시키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 운전자의 체형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하비는 운전자가 하차 시 핸들과 시트가 저절로 뒤로 물러나는 ‘이지 액세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덕분에 주차 후 운전자가 편안하게 내릴 수 있다. 대형 SUV답게 내부 공간이 매우 넓다. 차체가 높고 내부 공간이 넓어 시원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디젤 엔진을 탑재했지만 출발 반응은 빠른 편이다. 하지만 가솔린 엔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출발 시 엔진 소리가 다소 귀에 거슬릴 수 있다. 천천히 속도를 높이자 묵직하게 달려 나갔다. 서서히 속도를 높여나가자 금세 시속 100㎞까지 올라갔다. 현대·기아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2959cc V6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50마력을 자랑한다. 이 엔진은 고급 차에 주로 장착하는 독일 ZF 사의 6단 자동변속기와 잘 어울려 속도를 높일수록 진가를 발휘했다. 더불어 모하비도 안정감을 더 갖춰나갔다. 그렇다고 해서 속도를 너무 높이는 건 금물. 장거리 여행이나 익숙하지 않은 곳을 찾아갈 때는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제공해주는 내장 DVD 내비게이션이 좋은 벗이 된다. 덩치가 크니만큼 아파트 단지 등 도로가 좁고 곳곳에 차단목이 설치돼 있는 곳에서는 안정감이 조금 떨어진다. 차가 큰 탓에 특히 차단목을 넘어갈 때 느낌이 상당히 크다. 주차할 때는 별 어려움이 없다. 경보음이 울리는 간격에 따라 차와 주의 물체 사이의 거리를 충분히 알 수 있다. 특히 후진 주차 시에는 사이드 미러가 아래로 기우는 것뿐 아니라 룸미러에 작은 LCD 화면이 떠 후방을 보여준다. 보통 센터페시아의 중앙 화면에 뒤가 보이는 것과 달리 화면이 룸미러에 뜨는 것이 특이하면서도 편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방과 후방을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덩치가 클 뿐 아니라 최첨단 편의·안전장치를 갖춘 대형 SUV 모하비는 세계 유명 SUV와 겨뤄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