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세단에 6단까지 등장… 차량 출력과 어울려야 제 기능

국내 중형 세단으로는 최초로 6단 자동연속기를 장착한 GM대우의 토스카 프리미엄6
일반 운전자들이 잘 모르는 부분 중 하나가 변속기다. 수동변속기(일명 스틱) 차량을 거의 볼 수 없는 요즘에는 특히 더하다. 대부분 운전자는 그저 단수가 높을수록 좋다고만 여긴다.
엔진 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변속기는 승차감, 연비, 정숙성 등과 관련이 많다. 엔진 동력을 얼마나 효과적·효율적으로 바퀴에 전달하느냐에 따라 이것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엔진 동력과 변속기가 적절히 조화해야 자동차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렉서스 세계 최초 8단 변속기 장착
지난 1월 24일 GM대우는 토스카 프리미엄6를 발표하면서 국내 최초로 중형 세단에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 국내에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차는 현대자동차의 베라크루즈를 시작으로, 르노삼성자동차의 QM5, 기아자동차의 모하비 등 주로 대형 SUV다. 세단 중에는 제네시스가 후륜 6단을 달았다. 그러나 2000~ 2500cc급 중형 세단에서는 토스카 프리미엄6가 처음이다. 3월에 출시할 예정인 쌍용자동차의 체어맨W에는 7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다. 세계적으로는 렉서스의 LS 460이 세계 최초로 8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토스카에 6단 자동변속기를 단 것에 대해 ‘중형 세단에 6단은 불필요하다’는 비판과 ‘차의 성능이 우수하다면 높을수록 좋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엇갈린다. 사실 GM대우는 2년 전인 2006년 1월 토스카를 처음 발표할 때도 국내 최초로 중형 세단에 5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고 발표했다. 대다수 중형 세단에 4단을 적용했던 당시 토스카에 5단 변속기를 장착한 것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심했다.
변속기의 단수가 높으면 좋은 것은 사실이다. 엔진이 강력한 에너지를 쏟아내는데 변속기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힘과 에너지, 연료를 낭비하게 된다. 수동변속기 차량을 운전해본 사람이라면 적절하게 변속하지 않으면 엔진 소리가 심하게 울리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것이 정숙성과 승차감, 연비와 직결된다는 것도 알 것이다. 차량 속도가 빠를수록 그에 맞게 단수를 높이면서 적절히 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변속기의 단수가 높을수록 유리한 셈이다.
고출력 스포츠카도 6단 채택

후륜 6단을 채택한 현대차의 제네시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엔진 동력이 그리 세지 않은 차량에 높은 단수의 변속기를 장착하면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단수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출력이 떨어지는 차에 단수 높은 변속기를 장착하면 오히려 차가 갖고 있던 힘마저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차량의 성능과 크기에 따라 바퀴와 휠의 크기를 결정하듯 변속기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인다. 7단 이상일 경우, 변속이 잦아 운전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단점도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고출력·고성능을 발휘하는 스포츠카, 심지어 슈퍼카에도 6단 정도만 채택하고 있다. 독일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루프를 공식 수입·판매하는 디렌모터스의 전대식 과장은 “스포츠카는 대부분 6단을 채택한다”며 “7단 이상이면 잦은 변속이 스포츠카의 매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소비자들은 변속기의 단수가 높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 업체들의 홍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그것이 자사의 기술이든 해외 기술을 도입한 것이든 관계없이 번번이 높은 단수의 변속기를 장착했다고 홍보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변속기의 단수가 높을수록 무조건 좋은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 것이다.
김필수 교수는 “변속기는 엔진과 더불어 자동차의 핵심기술 중 하나”라며 “변속기 채택 시 무엇보다 자동차의 엔진 성능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자동차의 특성과 용도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중형차는 물론 소형차에도 5단 자동변속기를 달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엔진 출력이 약한 소형차에 5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할 경우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혼다 뉴 어코드 시승기 민감한 페달, 무거운 핸들 ![]() 지난 1월 14일 출시된 혼다의 뉴 어코드를 만났다. 시승 모델은 뉴 어코드 3.5였다. 기존 어코드의 디자인이 밋밋하다는 생각과 혼다의 차는 좀 작아 보인다는 선입견은 버려야 할 듯하다. 뉴 어코드는 덩치가 꽤 크다. 겉모습은 덩치에 맞게 고급스럽다. 국내에 공식으로 들어오는 혼다의 최고 세단 레전드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듯하다. 밋밋했던 기존 어코드와 달리 우람하고 시원해 보이는 까닭은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양새가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뉴 어코드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의 전체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뉴 어코드의 가속페달은 매우 민감하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살짝 밟자 차가 툭 튀어나갔다. 급하게 밟다가는 자칫 일(?)을 낼 수도 있을 듯했다. 속도가 오를수록 서서히 붙는 속도를 느끼는 맛이 부드러웠다. 정숙성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주행 중 계기판에 ‘Eco’(Economy)라는 글자가 들어올 때가 있다. 이는 현재 뉴 어코드의 기능과 연비를 가장 잘 활용하면서 운전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기능이다. 한마디로 현재 운전을 매우 잘 하고 있다는 표시인 셈이다. 힘과 가속력을 시험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눌러 밟았다. 최고 275마력을 발휘하는 3.5ℓ 6기통 엔진이 힘을 내면서 차가 앞으로 돌진했다. 가속페달을 그다지 세게 밟지 않았는데도 변속이 느껴졌다. 변속기가 일자형으로 된 것도 아쉽다. 굴곡을 주었더라면 디자인도 훨씬 세련돼 보이고 손맛도 느끼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자 차의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브레이크 페달 역시 매우 반응이 빨랐다. 혼다의 차 중 최고라는 명성에 걸맞게 코너링은 우수했다. 다만 페달이 모두 민감한 데 반해 핸들은 다소 무거웠다. 페달은 동양형, 핸들은 유럽형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전체적으로 뉴 어코드 3.5는 가격(3940만 원) 대비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차라고 할 만하다. |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