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 비전

익산시가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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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의 조화, 익산의 제2 도약 기반

KTX익산역사 조감도

KTX익산역사 조감도

2007년 8월 중국 청도 상공회의소. 이한수 익산시장은 청도에 진출한 6개 보석 가공업체 대표를 만나고 있었다. 한·중 보석 브랜드 교류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뒤의 일이다. 한미래, 청도 국제 공예풍성 등 익산 기업 대표들이 가까운 시일에 익산 보석 클러스터 조성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도 이전에 필요한 지원을 약속했다. 이 약속은 이미 실행단계에 들어섰다.

익산시 입장에서는 이날 만남이 단지 기업유치 성공이라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익산시 관계자들은 변화하고 있는 익산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대 ‘사건’으로 해석한다.

익산은 보석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익산역 앞 광장에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보석을 쌓아올린 형상을 한 탑과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익산이 ‘보석가공의 도시’라는 것을 부각시키는 조형물이다. 물론 미래 보석가공산업의 메카는 익산이라는 희망도 들어 있다. 하지만 가공수출이 산업의 기초를 이루던 1970년대 보석도시, 익산의 명성은 지금 찾기 어렵다. 고작해야 익산보석축제, 익산보석박물관 등이 그 명맥을 유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중국으로 공장을 옮겨갔다. 보석산업이 퇴조한 직접적 원인이었다. 250만 명이 상존하는 대구 같은 대도시도 한 대기업이 역외로 빠져 나가면 그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물며 인구 30만 명 남짓한 익산처럼 기업기반이 취약한 중소도시에서 기업이 연쇄 탈출하면 그 타격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것도 중추기반 산업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만큼 익산시의 경제 활력은 떨어져갔다.

이산재 익산시 공보팀장은 “현재 산업구조 면에서 보석가공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라며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어 “이유가 어찌됐든 한국의 보석가공 기업들이 익산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사실은 환영할 일”이라면서 “외국에 나간 기업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익산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익산시 특화산업인 귀금속·보석 산업의 활성화와 보석도시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전기가 다시 마련되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의 탈출은 결코 홀로 오지 않는다는 게 경험칙이다. 보석가공 산업과 함께 익산의 전통 산업의 탈출도 이어졌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익산(1995년 이리시와 익산군 통합)의 전신인 이리시는 전북 제1의 도시였다. 교통 요지와 수출자유지역이라는 이점은 전주·목포·순천·여수 등 이름 높던 호남의 도시들을 압도했다. 특히 보석가공과 석재 그리고 섬유산업이 중심지 역할을 했다. 한때 메리아스 산업의 양대 산맥인 백양과 쌍방울이 익산에 본사를 둘 정도였다. 당시 내의 시장은 1조2000억 원 정도로 추정됐다. 당시로선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었다. 그중 백양과 쌍방울이 50%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다. 그만큼 익산은 풍족했던 것이다. 백양, 쌍방울도 본사를 서울로 옮겼다.

해외 진출 기업들의 회귀, 익산 변화 실감

중앙매일시장

중앙매일시장

익산시 역시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내세우고 있다. 이한수 시장은 더 나아가 ‘투자매력도시’를 선언했다. 서울투자 유치사무소를 설치해서 100개 기업 유치를 목표로 뛰고 있다. 물론 성과도 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81개 기업을 유치해서 약 827억 원의 투자 유치와 1000여 명의 고용창출 실적을 달성했다. 투자를 예약한 MOU 체결 성과도 적지 않다.

미림화학공업, 아이세로미림화학, 이지오스, 오성엘에스티, 참다래 등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튼실한 기업들이 1100억 원의 투자와 1100명 정도의 고용을 약속한 상태다. 이산재 공보팀장은 이런 실적에 대해 “전북에선 군산 다음으로 높은 성과를 낸 것”이라면서 “군산은 지방산업단지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춘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된 점을 고려한다면 익사시가 사실상 최고”라고 말했다. 이한수 시장도 “익산이 산업기반이 튼튼하고 생산적인 기업도시가 되어야 희망이 있다”면서 산업 유치기반 구축을 역설했다.

보석가공 기업의 익산 회귀가 익산 경제를 회생시키는 상징적 사건이라면 1월 18일 김완주 전북지사의 도정 설명회는 사실상 익산이 ‘제2의 도약’을 위한 팡파르를 울리는 행사였다. 1월 18일 전북 익산 효성동 백제웨딩문화원. 시민 600여 명이 빽빽이 운집해 있었다. 국가 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된 국가식품클러스터 연구·개발단지 조성에 관한 전북도의 보고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익산시를 찾은 김완주 전북지사는 “식품산업은 21세기형 산업”이라고 규정하고 “익산시는 다른 곳보다 빠르게 준비해서 식품에 관한 모든 것, 즉 연구·개발·생산·유통부분을 총괄하는 식품의 메카가 될 것”이라며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전종수 익산부시장은 “익산은 최적의 국가식품 클러스터 지역일 뿐 아니라 준비된 도시”라고 강조했다. 전북은 국가식품 클러스터에 당장 도비 10억 원을 지원한다. 익산시도 43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가식품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앞으로 7년 동안 계속된다. 민간 주도의 인력양성 사업 중 식품산업 분야의 연구와 기술개발 그리고 생산과 유통 생산성 제고 등을 위해 2014년까지 무려 891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음식산업을 익산의 새로운 지역특화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찬란한 부활 준비는 시작됐다
음식 산업의 발전성은 무궁무진하다. 아시아 지역의 1년 식품산업의 유통량은 무려 2조 달러에 이른다. 식품산업은 로봇산업, 우주산업, 유전자산업, IT산업 등과 함께 ‘21세기형 녹색산업’으로 불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식품산업은 소비자 구매와 직접적 관계가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농수산물도 이미 브랜드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익산’이라는 이름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인 것이다.

지역특화의 본거지는 왕궁농공단지가 있다. 이 단지는 87%의 분양률을 보이는 등 기업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익산이 국내 최대의 육가공업체인 하림, 국내 굴지의 농기계 업체인 동양물산기업의 익산공장 설립, 넥솔론, 참다래유통산업단 투자 등 농축산 및 농기계 관련 기업이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이한수 익산시장은 “농공단지 조성으로 새만금 방조제 배후지역에 내륙형 첨단산업 기반을 구축해 지역산업발전과 신규고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익산은 중소도시로선 꽤 대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왕궁농공단지 외에도 삼기·낭산지구산업단지(330만㎡, 약 100만 평)와 종합의료과학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삼기·낭산지구산업단지 조성은 사업비만 2363억 원이 드는 대규모 사업이다. 오늘 2011년까지 조성을 완료하고 전자부품, 영상·음향, 통신장비 등 첨단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또 오는 2009년까지 함열읍 일원에 45만㎡(약15만 평) 규모인 종합의료과학산업단지는 양방과 한방의 협치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적인 뇌질환 전문 치료 도시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사실상 ‘찬란한 부활’을 위한 준비작업를 시작한 셈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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